"자영업 하던 애라서 보이스피싱 신종 수법 나왔다고 조심하라고 카톡을 넣었죠. 그랬더니 금방 확인을 하더라고요. 그런데…"
서울 이태원 참사 사흘째인 31일 오전 9시쯤, 경기도 수원의 한 장례식장. 2층 빈소 옆 화장실에서는 통곡이 울렸다. 이번 사고로 하나뿐인 아들을 잃은 60대 남성 A씨였다.
"어떡하라고 이 녀석아 네가 거기에 있어…. 아빠 심장이 무너진다."
A씨는 연신 "내 아들아"라고 목 놓아 울며 조문실로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빈소 앞에는 여러 유관기관과 기업체에서 보낸 근조기와 조화들이 세워졌다. 영정사진 앞으로는 흰 국화들이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숙연한 분위기 속 A씨의 흐느낌은 계속됐다.
이틀 전 그날 밤도 A씨에겐 평범한 주말 휴일이었다. "핼로윈인지 뭔지 그런 줄도 몰랐다"는 것이다. 그는 여느 때처럼 사고 당일 아들에게 보이스피싱 사기를 조심하라는 취지의 카톡을 보냈고, 금세 메시지가 읽혔다고 했다. 150명 넘는 사망자가 발생한 29일 오후 10시쯤이었다.
"평소 여자친구 문제까지 얘기 나눌 정도로 아들과 소통을 잘 했죠. 그렇게 하나뿐인, 제 자신보다도 더 사랑하는 살가운 아들이었어요."
30분 정도가 지나 30대 아들 B씨와 함께 이태원에 있던 친구 전화를 받고도 "어디 술 마시러 갔나보다 싶었다"고 했다.
이내 아들 친구의 울먹이는 목소리에 불길함이 밀려들었다. 그러고는 인터넷 포털 사이트를 검색한 A씨.
"핼로윈데이라고 해서 처음엔 사망자가 없다가 최초 사망자가 나왔다고 뜨더라고요. 택시부터 탔죠. (현장에는) 구급차가 오고 난리가 났고, 보호자도 안엔 못 들어가게 했으니까…. 4~5시까지 배회하며 연락만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답은 끝내 오지 않았다. 어려운 경기 속에도 사업 수완을 올리며 부모에게 선물도 곧잘 사줬다는 B씨의 마지막에 대해 그는 "현실이니까 받아들이기는 해야겠죠"라고 큰 한숨을 내쉬며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다만, 답장 대신 외아들의 사망진단서를 받아들고 이날 입관식을 앞둔 A씨는 서울 한복판에서 이런 참변을 당해야만 했는지에 대해서는 울분을 삼켰다.
그는 "폭 4~5미터에서 150명 넘는 사망자가 나온 건 진짜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다"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한 마을을 폭격해도 100명씩 죽진 않더라"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도 A씨는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다는 의견도 있다'는 기자들 질문에는 "이런 정치적인 질문에는 노코멘트하겠다"며 선을 긋기도 했다.
앞서 지난 29일 오후 10시 20분쯤 이태원 해밀턴호텔 옆 골목에서 인파가 쓰러지며 압사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은 수사본부를 꾸리고 일대 폐쇄회로(CC)TV 등을 확보해 분석하고 있다. 이날 오후 2시부터는 이태원역 인근 골목에서 합동감식이 진행 중이다.
이번 참사로 현재까지 154명이 숨지고 149명(중상 33명·경상 116명)이 다친 것으로 집계됐다. 사망자 중 여성은 98명, 남성은 56명이다. 외국인 사망자는 14개국 26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