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發 원자재 위기에 밀려난 '탄소중립'…에너지 확보전 치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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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를 계기로 에너지 원자재 기근 현상이 심화되면서 글로벌 '탄소 중립' 캠페인이 뒷전으로 밀려나는 분위기다. 당초 기후 위기 대책을 역설했던 유럽 국가들까지 화석연료로 선회하는 등 전 세계 각국이 생존을 위해 자국 이기주의에 집중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럽 최대 천연가스 공급원으로 꼽히는 러시아가 서방 국가들에 공급 중단을 선언하면서 에너기 원자재 수급난이 고조되고 있다. '탄소중립'을 선언했던 유럽 각국들은 예상치 못한 '러시아 변수'로 인해 생존 차원에서 너나 할 것 없이 화석연료로 선회한 상태다.
 
'탄소중립(Net zero)'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를 막아 최종적으로 실질적인 배출량을 '0' 수준으로 낮추는 것을 의미한다. 산업혁명 이후 과도한 화석연료 사용으로 지구 온난화 등 기후 위기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자, 제각각 탄소중립 달성 시기를 정해 동참하는 캠페인이다. 우리나라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 계획을 선언했다.
 
지난해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 당사국 총회(COP26) 당시 '2030년대 탈석탄 선언' 등 탄소중립을 위한 과감한 후속 조치가 나왔지만,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벌어지며 상황이 급변하기 시작했다.
 
연합뉴스

러시아 PNG(파이프천연가스) 의존도가 높은 유럽 국가들은 공급중단 선언 직후 천연가스 대신 석탄‧석유‧LNG 등 기존 화석연료를 활용한 에너지 확보전에 뛰어들었다. 화석연료가 대기 중 이산화탄소 배출 비율이 높다는 측면에서 탄소중립 캠페인과 배치된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당장 생존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분석이다.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은 지난 25일(현지시간) 싱가포르 국제 에너지 주간 행사에서 "처음으로 전 세계적인 에너지 위기에 들어섰다"고 경고했다. 비롤 총장은 이번 위기가 신재생 에너지로 전환하는 '터닝 포인트'가 될 수 있다고 일부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지만, 당분간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한 전 세계적인 탄소중립 역행 움직임은 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로 독일은 올해 들어 러시아의 가스 공급 중단 선언 이후 예비 전력원인 화력발전소를 재가동 중이다. 오스트리아 역시 지난 2020년 4월 가동을 중단했던 석탄 발전소를 최근 들어 재가동한다고 밝혔다. 네덜란드도 에너지 수급 위기 심각성을 감안해 2024년까지 석탄 발전소를 다시 운영하기로 했다.
 
중국 또한 석탄 채굴을 확대해 화력발전 비중을 늘리고 방향으로 전환했고, 지난해 글래스고 총회 당시 '탈석탄 전환' 선언에 불참한 미국과 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도 높은 석탄 발전 비중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나라 역시 전략 생산에 활용하는 에너지 원자재 중에서 석탄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 석탄의 온실가스 배출계수(전력 1㎿h 생산시 배출되는 온실가스 양)는 약 0.87톤으로, LNG 배출계수(0.42톤)보다 약 2배 이상 높다.
 
조속한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선 석탄 발전보다 LNG 및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려야 하지만, 에너지 수급 위기로 인한 비용 측면에서 부담을 외면할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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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전력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연료단가(1톤당)에서 유연탄은 약 15만8000원, LNG는 약 80만원을 기록했지만, 올해 10월 기준 유연탄은 약 30만5000원, LNG는 약 197만원 등을 기록했다. 유연탄 가격이 2배 가량 상승하는 동안 LNG는 2.4배 오른 셈이다.
 

연료비 단가(Kwh당)도 지난해 10월 기준 유연탄은 63.4원, LNG는 108.15원이었지만, 올해 10월엔 유연탄 127.97원, LNG 267.25원 등을 기록했다. 유연탄의 연료비 단가 상승은 2배에 미치지 못했지만, LNG는 약 2.5배에 달한 것이다. 절대적인 가격에서 유연탄이 LNG에 비해 저렴할 뿐만 아니라 지난 1년 사이 상승 폭도 더 작아 가성비 측면에서 유리한 셈이다.
 
중앙대 정동욱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이날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독일은 원래 천연가스와 재생에너지에 주로 의존해왔는데, 러시아 사태가 터지면서 위기에 몰리면서 일부에선 갈탄(질 낮은 석탄)을 사용하고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며 "탄소중립을 얘기했지만 지금은 전 세계가 생존이 우선인 시기로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전임 문재인 정부에서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40% 목표'를 공식 선언하면서 우리나라도 딜레마에 처했다. 글로벌 기준에 맞춰 기후위기 대책인 '탄소중립'에 동참했지만, 러시아 사태로 인한 에너지 수급 위기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6일 열린 2050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간담회에서 전임 정부를 향해 "국민 부담이 어떤 것인지 과연 제대로 짚어보고 (탄소중립을 선언) 한 것인지 의문"이라면서도 "어찌됐든 국제사회에 약속은 했고 이행해야 한다"고 우회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대선 과정에서도 윤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정면 비판하며 '에너지 믹스'를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
 
서울과기대 유승훈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선진국들은 말로만 '탈석탄'을 언급하며 정작 지난해 글래스고 총회 성명서엔 서명하지 않았다"며 "유럽도 미국도 모두 자국 우선주의로 에너지 확보전에 나선 만큼, 우리도 탄소중립이 아닌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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