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할로윈 성지에서 대형 참사의 현장으로

2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일대에 할로윈데이를 맞아 인파가 몰리면서 대규모 인명사고가 발생했다. 30일 경찰이 현장을 통제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30일 오전 11시 기준 151명이 숨지고 82명이 다쳐 모두 233명의 사상자(소방당국 발표)가 발생한 이태원 할로윈 참사사고, 할로윈에 왜 젊은이들이 이태원으로 몰리고 이 같은 안타까운 참사가 발생했을까?

할로윈은 10월의 마지막 날 유령이 찾아온다고 믿는 고대 유럽의 켈트족 풍습에서 비롯된 서양 명절로 나쁜 유령을 쫓기 위해 무시무시하고 기괴한 의상을 입었다고 한다.

미국에서는 아이들이 괴물 분장이나 가면을 쓰고 집집마다 다니며 사탕이나 초콜릿을 얻는 풍습의 대표적인 어린이 축제로 이어져 오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는 언제부터 할로윈 문화가 시작됐을까?

2000년 초반 외국 유학생이나 외국인 강사 등을 통해 국내 영어유치원, 영어학원 등에 전파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 무렵 세계 각국의 다양한 외국인들이 모여 사는 곳으로 각광받고 있던 이태원에서는 10월 말 외국인들이 자기들끼리 소규모로 할로윈 파티를 즐겨오고 있었다.  

어려서부터 할로윈 파티를 접했던 친구들이 성인이 되면서 할로윈 문화에 더 친숙함을 보였고 자연스럽게 이태원에서 이뤄지던 파티에 참여하면서 할로윈을 즐기는 이들이 점차 늘어났다.

유통업계 등에서 관련 상품을 대거 출시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고 이태원에서는 2011년쯤부터 할로윈 축제가 시작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로 인해 이태원은 매년 10월 말이 되면 할로윈을 즐기는 젊은 층이 몰려드는 이른바 성지로 자리매김됐다. 2020년 웹툰과 드라마로 인기를 끈 '이태원 클라쓰'에서 이태원의 할로윈 축제는 젊은 세대의 자유를 상징하는 문화로 묘사되기 까지 했다.

특히 청년들 사이에서 할로윈 문화가 코스튬플레이, 즉 코스프레 문화로 자리잡기 시작하면서 더 활성화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할로윈 축제에 대한 비판도 꾸준했던게 사실이다.

한국에서의 할로윈 축제는 서구의 행사를 무분별하게 따라한다거나 업체의 마케팅 상술에 의한  상업적 축제라는 비판이 제기돼왔다. 또한 쇼설미디어가 결합되면서 자극적이고 퇴폐적이라는 비난도 이어졌다.

그러나 코로나로 통제가 심했던 지난해에도 할로윈 기간 이태원에 하루 약 8만 명 이상 인파가 몰렸을 정도로 젊은층의 인기는 식지 않았다.

특히 이번 참사는 3년만에 거리두기가 없는 할로윈데이로 진행되면서 그 피해가 컸다.

그동안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억눌려 있던 젊은층에게 일종의 해방구 역할을 하면서 20대들이 이태원에 10만명 이상 대거 모였고 이로 인해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며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참사가 발생한 해밀톤호텔 옆 내리막길은 성인 5~6명이 지나갈 수 있을 정도인 폭 5m 안팎이었다.

이태원이 우리나라 제1의 할로윈축제 성지라고 일컬어지고 있지만 축제의 장은 누구나 맘껏 즐길 여건은 되지 못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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