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다한 꿈 이룩하길"…핼러윈 압사 참사, 이태원 추모 물결

30일 이태원 시민들의 추모 물결 이어져
꽃을 두거나 눈시울을 붉히며 애도의 뜻 표현
인근 상점가 등 영업 일시 중단
전국 곳곳에서도 행사 등 취소·축소

30일 오후 1시 30분쯤 강모씨가 '근조' 글씨를 적으며 희생자를 추모하고 있다. 양형욱 기자.

핼러윈 데이, 사상 최악의 압사 참사가 발생한 다음날인 30일 현장에선 시민들의 추모 물결이 이어졌다. 주변에 폴리스라인이 설치돼 시민들의 통행이 통제됐지만, 근처에 꽃을 두고 떠나는 시민들은 애도의 뜻을 전했다.

참사로 발생한 다수의 사망자 중 대부분은 2~30대 청년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날 오후 12시 20분쯤 헤밀톤 호텔 옆 상가 건물 앞에 꽃다발이 놓여 있었다. 당시 상황을 목격한 경찰은 "남성이 추모의 의미로 꽃을 두고 간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오늘 오후 이태원동 압사사고 현장에 시민들이 꽃을 두고 추모의 뜻을 전했다. 양형욱 기자.


희생자를 추모하는 시민들의 발걸음도 이어졌다.
 
삼각지에 사는 강모씨는 "이 골목을 수십 번 다녔다"며 "여긴 이제 다시 못올 거 같다"고 말끝을 흐렸다. 강씨는 건물 외벽에 꽃다발과 종이를 테이프로 고정시키고, '근조', '좋은 세상 가셔서 못다한 꿈 이룩하시길 바랍니다'라는 애도의 글을 작성했다. 이태원동에 거주하는 독일 국적 시민은 "(이번 사고가) 이해가 안 간다"며 "무슨 일인지 몰라도 핼러윈 자체가 이태원에서 없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헤밀톤 호텔 건너편인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인근에서도 추모 분위기를 엿볼 수 있었다.

30일 오후 현장을 방문한 외국인 여성 두 명이 서로를 끌어안고 있다. 양형욱 기자.


지하철 입구에 꽃을 두고 간 외국인 여성들은 서로를 끌어 안으며 눈물을 보였다. 현장을 방문한 이유를 묻는 취재진에 질문엔 "젊은 사람들의 죽음을 애도한다"며 충격적인 사고여서 애도를 표현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일부 시민들은 차도 건너편에 서서 눈시울을 붉히거나 기도를 하며 추모의 시간을 가졌다. 커피전문점, 일반음식점 등 이태원역 일대 상점가들도 영업을 하지 않겠다는 공지를 붙여 추모의 뜻을 표했다.
 
사고 현장 인근 커피전문점이 오늘 임시 휴업을 공지한 모습이다. 양형욱 기자.


한국 여행 중인 일본인 교스케(22)씨는 코로나19 유행 이전 일본 시부야에서 있었던 사고가 연상됐다며 "이번 사고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교회 예배를 마치고 아내와 함께 이태원동에 들렸다는 박종배(62세)씨는 오늘 예정된 교회 행사도 취소됐다고 말했다. 그는 "돌아가신 분과 가족들의 슬픔도 같이 나누자"고 말하며 이번 사고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한편 서울 이태원 압사사고를 추모하는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전국 곳곳에서 지역 축제 및 행사 등이 잇따라 축소·취소됐다.
 


200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한 대형 참사가 터지자 정부는 즉각 대응에 나섰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3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내달 5일까지 국가애도기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전국 곳곳에 희생자를 추모하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예정된 지역 축제 및 행사는 정상 개최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경기 용인 에버랜드는 지난달 2일부터 시작한 핼러윈 프로그램을 운영 중단하고 이날부터 퍼레이드, 거리공연, 불꽃쇼 등 핼러윈 관련 모든 프로그램을 진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부산시는 이날 오후 예정된 '부산원아시아페스티벌 K-POP 콘서트'를 취소하고, 내달 5일 예정인 '부산불꽃축제'도 연기하거나 전면 취소할 것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단풍구경을 하는 관광객들이 찾아 오는 전남 장성 백양사 단풍 축제장에선 이날 예정된 음악회가 취소되고 소규모 행사만 개최될 것으로 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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