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고 권위의 테니스 대회에서 김다빈(25·한국도로공사)이 2년 연속 정상에 올랐다.
김다빈은 30일 경북 김천 종합스포츠타운에서 열린 '하나증권 제77회 한국테니스선수권대회' 여자 단식 결승에서 김나리(32·수원시청)을 눌렀다. 세트 스코어 2 대 0(6-3 6-2) 완승을 거뒀다.
지난해까지 대회 단식 2연패를 달성했다. 김다빈은 전날 팀 동료 김은채와 짝을 이룬 여자 복식 결승에서 김나리-정효주(강원도청)에 패해 준우승에 머문 아쉬움까지 날렸다.
단식 결승에서 김다빈은 체력의 우위를 앞세워 김나리를 압도했다. 김나리도 노련함으로 맞섰지만 경기 중 메디컬 타임을 부르는 등 지친 모습을 보였고, 김다빈의 활발한 공격을 넘지 못했다.
경기 후 김다빈은 "어제 복식 결승을 오래 했는데 밤에 자려니까 온 몸이 다 아파서 많이 뒤척였다"면서 "나리 언니도 힘들 거라고 생각해서 티 안 내고 경기하려고 했다"고 미소를 지었다. 이어 "아버지는 항상 경기에 오셨지만 엄마는 꽃집을 하고 계신 데다 딸이 힘들게 경기하는 걸 잘 못 보셔서 오지 않으셨다"면서 "그런데 오늘은 엄마와 이모들까지 다 오셔서 열심히 했다"고 우승 비결을 전했다.
이번 우승으로 김다빈은 상금 2000만 원을 받았다. 지난해 800만 원보다 2배 이상 오른 액수다. 김다빈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부담이 될까 봐 국내외 대회 우승에 크게 의미를 부여하려 하지 않았다"면서도 "그러나 이번에는 상금이 크니까 의식을 하게 되더라"고 미소를 지었다. 이어 "상금은 거의 부모님께 드린다"면서도 "여행과 맛난 거 먹는 데 쓰고 집을 사려고 돈을 모으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선수권대회 2연패를 이룬 만큼 김다빈은 더 높은 곳을 바라본다. 김다빈은 "지난해까지 2년 동안 여건이 안 돼서 국내 대회를 많이 뛰었는데 안주하고 나태하게 된 것 같다"면서 "외국에 가면 외롭고 힘들지만 해외 무대에 많이 도전해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대한테니스협회는 이날 결승에 앞서 서울 이태원 참사에 대한 애도의 뜻을 표했다. 선수들과 심판, 관계자들이 경기 전 묵념으로 추모의 뜻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