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마지막 주말인 29일 서울 도심 곳곳에서 대규모 집회가 열려 수만명의 인원이 거기로 나섰다. 진보, 보수 단체들은 각각 목소리를 높이며 광장은 둘로 쪼개졌다. 진영 대립이 고조되는 가운데 일부 시민들은 교통 정체, 주변 소음 등으로 불편을 호소하기도 했다.
이날 오후 1시쯤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는 자유통일당 주최로 '자유통일 주사파 척결 국민대회'가 개최됐다.
5호선 광화문역 인근에선 미리 도착한 참가자들이 행렬을 이루며 무대 주변을 돌고 있었다. 지하철역 내부에선 태극기와 성조기를 판매하거나 깃발을 손에 쥔 채 집회 장소로 이동하는 시민들의 모습이 보였다.
주최 측 추산 1만 5천여명의 참가자들은 '이재명을 구속하라', '문재인을 구속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피켓을 좌우로 흔들었다.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거나, 유행하는 트로트를 개사해 함께 제창하는 모습들도 눈에 띄었다.
발언대에선 "(시민들이) 촛불 든 걸 당장이라도 후회해서 태극기를 들고 광화문으로 쏟아질 것으로 믿고 있다"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천안에서 집회에 참가하기 위해 온 50대 주에스더씨는 "문재인 정권 때 국민들이 너무 갈라졌다", "나라가 걱정된다"며 참여 이유를 밝혔다. 이어 "우리가 어려운 시대를 살아왔고 지금도 힘든데 무엇 때문에 촛불을 들고 있나"고 말했다.
진보 시민단체는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며 촛불 집회를 열었다.
이날 오후 4시 30분쯤 진보 시민단체 촛불전환행동은 서울 시청역 일대에서 '제12차 김건희 특검·윤석열 퇴진 촛불대행진'을 개최했다. 참가자들은 촛불 모양 LED를 켜고 손에 쥔 채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 등을 소리 높여 외쳤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부터 아이와 함께 온 가족까지 다양한 시민들이 집회에 참여했다.
반면 보수 시민단체인 신자유연대는 이날 오후 4시부터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 인근에서 '맞불집회'를 열었다. 경찰 저지선 위에 몸을 걸친 채 지나가는 차들을 향해 피케팅을 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고, 일부 참가자들은 휴대전화로 집회 현장을 촬영하기도 했다.
집회 참가자인 70대 문영철씨는 "(진보 단체들이) 광화문에서 대통령실로 넘어오는 것을 막으려고 왔다"고 말했다. 문씨의 손엔 대형기가 들려 있었다.
진보 시민단체 측에서는 보수 시민단체 측의 행보를 두고 반발 목소리를 냈다. 매주 촛불전환행동 집회에 참석한다는 송남현(68세)씨는 "저쪽이 왜 (집회를) 방해하고 욕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집회하지 말라고 할 수 없지만 방해는 안 했으면 좋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한편 이날 노동계에서는 윤석열 정부의 노동 정책을 비판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다. 민주노총, 한국노총은 이날 오후 2시 서울 중구 코리아나 호텔 앞에서 '양대노총 공공노동자 총력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조합 이름이 적힌 조끼를 입은 참가자들은 차도와 인도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 '민영화·구조조정 저지', '공공성 강화'가 적힌 피켓을 두 손에 들었다. 노동조합 대형기를 들고 행진하는 참가자들은 '단결 투쟁'이라는 글씨가 적힌 빨간 머리띠를 이마에 둘러매고 있었다. 집회가 시작되자 무대 주변 엠프에선 민중가요가 울려 퍼졌고 앞줄부터 차례로 파도타기를 하며 함성을 지르기도 했다.
발언대에 오른 박해철 한국노총 공공산업노동조합연맹 위원장은 "공공노동자들은 국민들의 기본권을 지키키 위해 최선을 다했다"며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공공부문을 민영화하는 정책들을 내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양대노총 집회가 한창일 때 자유통일당 측에서는 "민노총은 북한으로 가라", "백성들이 둘로 쪼개졌다" 등 비난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두 집회 참가자들은 경쟁이라도 하듯 구호를 외쳤다.
진보와 보수 시민단체 간 진영 대립이 광장에서 절정을 이룬 가운데, 일부 시민들은 도심 교통 혼잡과 소음 문제 등으로 불편을 호소하기도 했다.
집회 현장을 지나가는 시민들은 귀를 막은 채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동화면세점 인근에서 교통 관리를 하던 경찰은 "무대 옆에 있다 보면 데시벨을 줄이지 않는 게 제일 힘들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집회 장소 인근 한 문화시설엔 집회가 진행되는 동안 소음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공지문을 적어둔 모습도 보였다.
서울경찰청은 전날(28일)부터 집회 구간에 60개 입간판을 설치하고 교통경찰 등 240여명을 현장 배치해 시내 교통 상황을 관리혔다. 집회 현장엔 서울경찰청청 기동대 2~30개 부대 경찰관, 서울 종로경찰서·남대문경찰서 교통경찰들이 교통 관리에 나섰다. 집회 인근 시청역·삼각지역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들로 붐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