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미국 원전업체 웨스팅하우스와 경합을 벌였던 폴란드의 원자력발전소 1차 사업자 입찰경쟁에서 탈락했다.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28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및 제니퍼 그랜홈 에너지부 장관과 회담 뒤 우리의 원전 프로젝트에 안전하고 증명된 웨스팅하우스 기술을 실행하는 것을 확인한다"고 밝혔다.
피오트르 뮐러 폴란드 정부 대변인도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제안을 수락한 것은 매우 중요한 순간"이라며 "11월 3일 각료회의에서 이와 관련한 결의한을 채택할 것"이라고 확인했다.
종합하면 폴란드 정부는 400억 달러(57조원) 규모의 폴란드 원전 사업의 1차 프로젝트인 원전 6기 건설 사업자로 미국 웨스팅하우스를 다음주 낙점할 것이라는 얘기다.
결국 웨스팅하우스와 경쟁하며 우위를 점하기도 했던 한수원은 끝내 고배를 마시게 된 것이다.
우리로서는 안타까운 이 같은 상황은 이미 지난 23일 폴란드 야체크 사신 부총리가 워싱턴DC에서 제니퍼 그랜홈 미국 에너지부 장관을 만난 뒤 예견됐다.
사신 부총리는 그랜홈 장관을 만난 뒤 "폴란드의 안보 구조에서 미국이 전략적 파트너라는 사실을 무시할 수 없다. 우리는 최종적으로 웨스팅하우스를 선정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었다.
결국 사신 총리의 예고 닷새만에 폴란드 총리가 1차 원전 사업자로 웨스팅하우스를 낙점할 것임을 공식화 한 것이다.
이날 뮐러 대변인이 '미국의 제안'을 수락하기로 했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사신 총리와 함께 그랜홈 장관을 만난 안나 모스크바 폴란드 기후장관도 면담 뒤 "미국이 제안한 결정적 요소에 대해 논의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따라서 그랜홈 장관이 자국의 기업이 수주전에서 이길 수 있도록 모종의 제안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랜홈 장관도 이날 웨스팅하우스 낙점 소식을 접한 뒤 자신의 트위터에 글을 올렸다.
그는 "이는 미래 세대를 위한 에너지 안보를 구축하기 위해 폴란드와의 관계를 강화하는 큰 진전"이라며 "우리는 유럽에 있는 우리의 상대국들과 청정에너지 전환을 추진하기 위해 이 파트너십을 지속하게 되어 기쁘다"고 감격해했다.
그랜홈 장관은 특히 "이 사업이 10만명 이상의 미국인 일자리를 창출 또는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폴란드 총리의 발표는 미국 중간선거를 열흘 정도 남겨놓고 나왔다.
공화당과 사생결단식 선거전을 치르고 있는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도 이날 폴란드의 발표는 큰 선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인 출신 그랜홈 장관이 '일자리 창출'과 연계한 것도 다분히 선거용 정치적 메시지로 들린다.
웨스팅하우스가 지난 21일 한수원을 상대로 지적재산권 소송을 제기한 것도 폴란드 정부의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폴란드 정부는 이날 발표 뒤 나머지 원전 사업자 선정과 관련해 다른 나라와도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폴란드 언론은 최근 퐁트누프 지역에 짓는 또 다른 원전 사업자로 한수원이 폴란드 업체들과 의향서를 체결할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사신 총리는 이를 논의하기 위해 이번 주말 우리나라를 방문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