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가운데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의 대선자금 폭로가 28일 대장동 공판이 열린 서울 중앙지방법원에서도 이어졌다.
유 전 본부장은 28일 대장동 공판이 끝난 뒤 "김용 부원장에게 자금을 넘길 때 대선 자금으로 쓰일 거라는 것을 알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경선 작업을 하고 있었다"고 답했다. 김 부원장은 지난해 4월부터 8월까지 수차례에 걸쳐 대장동 민간업자인 남욱 변호사로부터 8억여원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현금으로 건네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대선 예비경선 시기와 맞물린다.
공판 휴정시간에도 기자들과 만나 8억여원이 담긴 종이상자와 관련해 "예를 들어 봉투를 쓰면 여기에 1천만원, 500만원이 들어간다면 봉투를 검증하지 않느냐"며 "(봉투)사이즈하고 모든 것이 다 검증이 돼야 하지 않느냐"고 언급했다. 이어 "여기 넣어줬는데 만약 1억원이 안 들어간다면 잘못된 진술이지 않느냐"며 "(수사팀이) 그런걸 다 검증을 하시는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앞서 민주당 우상호 의원은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유 전 본부장이 기자들과 만나 '검찰이 돈 상자와 그 가방까지 증거로 갖고 있다'고 한 것에 대해 "현금만 받고 그 현금을 둘러싼 도구를 돌려준다는 얘기는 처음 들어본다"며 "검찰이 혐의를 입증한다면서 하는 발표 내용들이 다 비상식적"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이준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공판에서는 피고인인 남욱 변호사가 같은 피고인인 정영학 회계사에 대한 신문에 직접 나서는 장면이 연출됐다.
남 변호사는 2014년 본인과 정 회계사, 화천대유 김만배씨가 만난 자리를 언급하며 "김만배 피고인이 저보고 '대장동 사업에서 빠지라'고 하면서 이재명이 '제가 있으면 사업권을 주지 않겠다'고 얘기했던 사실 들었지 않느냐"고 물었다.
이에 정 회계사는 "이재명(現 민주당 대표) 얘기는 들은 적이 없다"면서 "(검찰 조사에서도) 불명확하다고 했다"고 부인했다.
남 변호사는 "'김만배씨가 저에게 25%만 받고 빠져라, 나도 12.5%밖에 지분이 안 되고 나머지는 이재명 시장 측 지분이다'라고 얘기해서 제가 25% 수용한 것은 기억 나느냐"고 물었고, 정 회계사는 "주주 명부에 그런 기록이 없고 그 말 자체도 기억에 없다"고 거듭 부인했다.
두 사람의 엇갈린 기억은 계속됐다. 남 변호사가 "2015년 1월 정 변호사가 유 전 본부장에게 '이 사건 수익은 3500억 정도 될 것'이라 설명하고, 유 전 본부장이 정진상 실장을 통해 이재명 시장에게 보고한 뒤 이 시장이 동의했다"며 "임대아파트 부지를 공모지침서에 삽입하라는 지시가 내려온 것은 맞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서도 정 회계사는 "2015년 1월에 유 전 본부장을 만난 기억도, 만나자는 요청을 받은 적도 없다"고 답했다. 성남시에서 확정 이익으로 임대아파트 부지를 받아오라는 지시를 내린 것이냐는 취지의 질문이다.
대장동 공모지침서 초안에는 초과이익 환수 조항이 포함됐었다. 하지만 이 조항이 빠지면서 성남도공이 확정이익 방식으로 이익을 챙기는 방식으로 바뀌었고, 검찰은 성남시의 뜻이 개입된 결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