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가 야당 당사 압수수색 등 여야 관계 경색으로 잠시 중단했던 지역 방문 행보를 보름 만에 재개했다. 여야 갈등이 극에 달해 예산정국까지 불안감이 이어지는 가운데 대통령실과 당이 함께 지지율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타개책을 찾으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정진석 비대위원장은 28일 충남도당 주요 당직자와의 연석회의에서 "민생 현장 확인을 위한 현장 비대위인 만큼 다양한 분들의 의견을 경청하겠다"며 충남 혁신도시 공공기관 이전과 국립경찰병원 본원 설립, 국회 세종의사당 등 다양한 지역 현안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성일종 정책위의장과 엄태영 조직부총장, 장동혁 의원, 김수민 홍보본부장과 4선인 이명수 의원 등 당내 충청 지역 인사들을 거론하며 분위기를 띄우기도 했다.
비대위는 앞서 지난 13일 첫 전국 순회 현장 회의 장소로 대구·경북을 찾았을 때 역시 "대구·경북은 우리에게 남겨진 마지막 12척의 배"라고 강조하는 한편 대구·경북신공항 특별법 제정, 군위군의 대구 편입, 국가로봇테스트필드 예비타당성 조사 통과와 국비 반영 등 지역 숙원 사업을 열거하며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핵심 지지 지역인 영남 지역에 이어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전국 평균 이상의 지지율을 기록한 지역에서부터 활로를 모색해보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이 지난 25~27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윤 대통령의 직무 수행 평가를 실시한 결과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30%를 기록했다. 지역별로 전통적인 텃밭인 대구‧경북(47%)과 부산‧울산‧경남(34%)에 이어 대전‧세종‧충청(33%) 지역도 평균 이상의 지지율을 보였다.
현재 국민의힘은 좀처럼 지지율 반등의 계기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우선 여소야대 구조인 국회에서는 이재명 대표와 관련된 수사 등으로 여야 간 긴장감이 팽팽한 가운데 만만찮은 예산 정국이 예고돼 있다. 함께 지지율에서 고전을 겪고 있는 대통령실으로부터 도움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이에 국민의힘은 당정협의를 통한 정책 이슈 선점 등 주도권을 잡기 위해 이리저리 고민을 거듭하고 있지만, 대내외 경제위기 우려가 높아지는 상황에다 '레고랜드발 금융위기론'까지 대두되며 좀처럼 해결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
이에 당내에서는 비대위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지역 행보에 나서는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전당대회의 목적은 결국 새 지도부 선출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이를 통해 당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다. 전국을 훑고 다니며 밑바닥 민심을 들여다보며 그 기반을 다지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비대위가 이같은 행보 대신 차기 지도부 선출을 서둘러 '비상상황'을 종식하는 데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당내 한 다선 의원은 "비대위 체제가 이런 식으로 장기화하는 건 이상한 일이다. 지역에 계속 간다고 지지율이 회복될지도 의문"이라며 "새 지도부 선출을 앞당겨 '정상상황'을 시작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