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레고랜드 사태로 인해 자금 시장에 '빨간불'이 켜졌습니다. 한국은행과 금융당국 등이 유동성 관련 대책을 내놓고는 있지만 효과가 어떨지는 미지숩니다. 경제부 박초롱 기자와 함께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기자]
안녕하세요.
[앵커]
일단 현 상황부터 살펴보죠. 박 기자, 레고랜드 사태로 인해서 시장 불신이 높아지고, 그로 인해 자금 경색이 가속화되면서 금융 안정성까지 흔들리고 있어요
[기자]
네. 한마디로 심각한 상황입니다. 쉽게 설명해 볼게요.
강원도가 레고랜드 테마파크 조성을 위해 발행한 2,050억 규모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에 대한 지급보증 철회 의사를 밝힌데서부터 문제가 시작됩니다.
강원도, 즉 지자체가 지급보증을 설 정도면 우량 채권이잖아요? 그런데 이런 채권도 지급 보증이 철회가 되는구나. '안전한 채권이 없구나' 이런 불안감이 퍼지면서 투자심리가, 특히 회사채에 대한 투자심리가 급격하게 위축이 되고 있는 겁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공사채나 국고채, 즉 회사채보다 우량채권으로 여겨지는 이런 채권들의 발행이 많이 늘었거든요. 그래서 그나마도 적은 수요가 이쪽으로 쏠리면서 회사채는 더욱 돈줄이 마르는, 그런 상황이 되겠습니다.
[앵커]
금리가 오르고 있는 상황도 채권시장 경색에 영향을 주고 있지 않습니까?
[기자]
네, 금리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회사채 발행을 통한 기업의 자금조달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겁니다.
이미 지난달 회사채 발행 규모는 16조 4천4백억여 원으로 지난 8월보다 20% 가까이 줄었습니다.
기준금리가 빠른 속도로 상승하게 되면 시중의 전반적인 유동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회사채 시장으로 유입될 수 있는 자금 규모 자체가 작아질 수 밖에 없는 것이죠.
채권시장의 불안과 기준금리 인상 등 요인은 회사채를 넘어서 공기업이 발행하는 채권인 공사채에까지 영향이 미치고 있어서 더 심각한데요
우량 중의 우량 공사채인 한국가스공사 채권, 인천도시공사 채권이 예상 규모만큼 투자자를 찾지 못해 발행이 취소되는 사례가 최근 있었죠. 이렇게 채권시장 전반의 돈줄이 마르는, 일명 '돈맥경화 현상'이 번지는 상황입니다.
[앵커]
그래서 정부가 급하게 대책을 내놨어요. 어제 금융위원회, 오늘은 한국은행이 대책을 내놓았는데 어떤 내용인가요?
[기자]
우선 한국은행은 오늘 금융권에 자금을 공급할 때 담보로 받는 적격담보 대상 증권에 공공기관채와 은행채를 추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적격담보증권은 한은이 시중은행에 대출해 줄 때 인정해 주는 담보물을 의미하는데요.
현재 한은이 담보로 인정해주는 증권은 주로 국채, 통안증권, 정부보증채 등의 국공채들입니다. 그런데 은행채와 공공기관채도 담보로 인정해주겠다는 거에요.
이렇게 되면 은행도 좋고 일반 회사들도 좋습니다. 우선 은행은 자신들이 보유한 은행채를 새로 맡기고 그만큼의 국공채를 찾아올 수 있게 되는데요.
정부가 은행에 일정 비율 최소한의 유동성을 확보해두라고 법으로 요구하거든요. 이걸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이라고 하는데요. 은행 입장에서는 이 비율을 맞추기 위해 현금을 확보하거나 은행채를 또 발행할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죠. 한은으로부터 안전성이 높은 국공채를 확보해올 수가 있으니까요
또 채권 시장에서 다른 회사채 등의 수요에도 도움이 됩니다. 은행채 발행이 줄면서 쏠림 현상이 완화되니까요.
한은은 또 금융기관 간 차액결제 시 결제이행을 보장하기 위해 추진하던 차액결제이행용 담보증권 제공비율의 인상 계획도 내년 2월에서 내년 5월로 3개월 간 한시적으로 유예하기로 했습니다.
이 밖에도 오늘 금통위 회의에서 단기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6조 원 규모의 환매조건부채권(RP)을 매입하겠다고 결정했는데요. 자금난을 겪는 증권사 등에 직접적으로 지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금융당국도 자금시장 경색 완화를 위한 여러가지 대책을 내놓고 있죠?
[기자]
네 오늘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금융기관이 기업에 충분한 유동성을 공급할 수 있게 한다는 취지로 예대율 규제를 한시적으로 유연화했습니다.
금융당국은 어제부터 자금난에 처한 증권사에 3조 원 규모의 추가 유동성 지원에 나섰고요. 산업은행도 오늘부터 2조 원 규모의 증권사 기업어음 매입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이런 대책들이 과연 얼어붙은 심리를 녹일 수 있을지, 실제로 효과가 있을지는 아직 잘 모르겠어요.
[기자]
네, 없는 것보다는 낫다 하지만 완벽한 대책으로 볼 수 있을까? 아직은 모르겠다 이런 것이 전반적인 분위기인 것 같아요.
우선 한은의 오늘 대책 관련해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거든요. 한은이 담보 범위를 넓혀주는 것은 좋은데, 담보여력이 되는 대형 금융사같은 경우에는 큰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담보여력이 전혀 없는 중소형사는 어쩌나 이런 우려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아마 대형사일수록 담보 여력은 좀 더 있을 것 같고요. 그런데 중소형사로 갈 수록 사실상 담보 여력이 거의 없을 것으로 예상이 될 수 있고요. 담보여력이 없는 쪽이라면 실질적으로 자금 압박에서 벗어나는데는 크게 도움이 안될 수 있어서"
[앵커]
계속 좋지 않은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는 자금시장인데, 투자심리 위축을 개선하는데도 일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기자]
네 당연히 없는 것 보다는 훨씬 낫고요 일단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섰다는 시그널을 주는 것이기 때문에 투자 심리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고 은행채가 자금을 빨아들이면서 회사채를 구축하는, 그런 현상도 완화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잘 지켜 봐야겠네요. 박 기자 수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