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주 만에 물러난 리즈 트러스 전 영국 총리와 장관들이 3천만 원 안팎의 퇴직금을 받게 돼 논란이 일고 있다고 일간 텔레그래프가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영국 야당 의원들은 '부자 감세' 정책 실패로 물러난 보수당 정권의 트러스 전 내각이 과분한 퇴직금까지 챙겨가는 것은 부당하다며 수령을 거부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영국 정부 규정에 따르면 내각에서 물러난 이들은 각료 연봉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액수의 퇴직위로금을 일시불로 받을 수 있다. 임기 관련 제한은 따로 없다.
이에 따라 트러스 전 총리는 1만 8860 파운드(약 3101만 원), 그가 임명했던 장관들은 1만6876 파운드(약 2775만 원)를 받게 된다. 퇴직위로금 수령 대상은 모두 8명이다.
이들은 9월에 갓 내각에 임명돼 사실상 어떤 정책 결정에도 관여할 시간조차 없었다는 것이 야당의 주장이다.
실제 퇴직위로금 수령을 거부한 전례도 있다.
최근 리시 수낵 신임 내각에서 문화부 장관으로 기용된 미셸 돈란의 경우 지난 7월 교육부 장관으로 임명됐다가 36시간 만에 사임했는데, 당시 퇴직금이 자동으로 지급된다는 사실을 알고는 이를 거절했다.
제1야당 노동당의 앤절라 레이너 부대표는 "보수당 각료들은 자신들의 정책 실패로 물러나면서도 국민들이 낸 세금을 포상금인 양 들고 나가려 한다"며 "한 조각의 양심이라도 남아있다면 그 돈을 받지 않겠다고 벌써 말했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또 "보수당의 번잡한 회전문 인사로 인한 사임 행렬의 비용을 왜 우리가 부담해야 하나"라며 "총선거를 통해 영국민이 영국의 미래를 다시 결정해야 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야당인 자유민주당의 크리스틴 자딘 대변인은 "서민들은 고지서 납부에 벌벌 떠는데, 보수당 각료들은 고작 몇 주 일한 대가로 거액의 퇴직금을 수령해야 한다는 말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앞서 키어 스타머 노동당 대표는 트러스 전 총리의 재직 기간이 너무 짧다며 전직 총리에게 품위유지비용 명목으로 별도 지급되는 연간 최대 11만5천 파운드(1억8930만 원)의 '공공직무비용수당(PDCA)'을 받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