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 작가가 그린 남원 춘향 영정…교체 작업 2년 넘게 '제자리'

남원시 "내년 봄까지 새로 그리겠다"…시민단체 반발에 더 지연될 수도

연합뉴스

전북 남원시 춘향사당의 '춘향 영정' 교체 작업이 2년이 넘도록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남원시가 내년 봄까지 영정을 새로 그리겠다는 방침을 최근 확정했지만, 시민단체가 공론화 과정이 부족했다며 반발하고 있어 계획대로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남원시는 "춘향사당에 봉안할 춘향 영정을 제3의 작품으로 새로 그리기로 하고 이를 남원문화원에 맡겼다"고 26일 밝혔다.

시와 남원문화원은 전문가들로 '춘향영정 봉안 추진위원회'를 만들어 구체적인 추진 방향을 정할 계획이다.

시는 일단 내년 춘향제가 열리는 5월 안에는 제작을 마무리하고 영정을 새로 내걸 방침이다.

시가 영정을 새로 그리기로 한 것은 그동안 유력하게 검토했던 강주수 화백의 춘향 영정 작품에 대한 고증 결과 여러 문제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강 화백의 춘향 영정은 실제 강 화백이 그렸다는 증거가 확실치 않으며, 춘향의 복식 또한 소설의 배경인 조선 시대와 동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춘향전에는 춘향의 나이가 16살로 묘사돼 있으나 강 화백의 춘향 영정은 30대 안팎의 여성으로 보이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이런 방침이 알려지자 강 화백 작품으로 즉각 교체하라고 요구해온 시민단체는 반발하고 나섰다.
남원지역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최초 춘향영정 복위 추진위원회'는 "시가 제대로 된 공론화 절차도 밟지 않고 새로운 영정 제작에 나선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강 화백의 영정을 채택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 단체는 "강 화백의 작품으로 알려진 영정은 최초로 그려진 춘향 영정으로, 실제 춘향사당에 오랫동안 걸렸던 작품"이라며 "굳이 많은 시간과 예산을 들여 새로운 작품을 만들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일단 시는 시민단체를 설득하면서 예정대로 절차를 진행한다는 방침이지만 반발이 거세면 또다시 지연될 가능성이 여전히 있다.

제3의 작품 제작에는 최소 6개월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돼, 서둘러 절차를 밟아도 내년 봄까지 제작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앞서 시는 춘향사당에 봉안했던 춘향 영정이 친일 작가인 김은호 화백의 작품으로 밝혀지자 2020년 10월 철거했다.

시 관계자는 "여러 고증작업과 전문가 의견 수렴 등을 하느라 예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다"면서 "더는 지체할 수 없어 제3의 작품 제작이라는 방침에 따라 최대한 절차를 서두를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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