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첫 예산안 시정연설은 야당의 보이콧 가운데 18분 30초 가량 진행됐다.
전체 국회의원 300석 중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사상 초유의 예산안 시정연설을 보이콧 하면서 169석이나 공석이 됐고, 본회의장은 절반 이상이 비었다.
윤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하는 동안 여당으로부터 박수는 모두 19차례 나왔다. 이 사이 윤 대통령은 '약자'란 키워드를 7차례나 써가면서 재정건전성을 강조하면서도 사회적 약자에 대한 두터운 지원을 약속했다.
시정연설은 대통령이 국민의 대의 기관인 국회를 찾아 국정 전반에 대해 정부의 국정기조와 정책 방향, 경제·재정에 관한 계획 등을 설명하는 연설을 뜻한다.
윤 대통령에게 새해 예산안 시정연설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하지만 이번 시정연설과 유사한 성격의 시정연설을 한 적은 있다. 지난 5월 16일 국회에서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한 바 있다.
물론 내년도 예산안은 639조원, 5월 추경 규모는 59조 4천억원 정도로, 규모와 내용 면에서 차원이 다르긴하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국정철학과 정책 기조를 설명한다는 점에서 유사한 측면이 있다.
이번 시정연설에서 눈에 띠게 달라진 점은 윤 대통령의 넥타이다. 지난 5월에는 취임식때도 맸던 하늘색 넥타이를 했지만, 이번에는 붉은색 넥타이를 맸다.
윤 대통령 취임 초기만 하더라도 대야(對野) 관계가 지금처럼 얼어붙지는 않았었다. 또 169석이라는 압도적 의석을 보유한 민주당과 협치하지 않으면, 국정운영에 제한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당시 윤 대통령은 "국회의 도움이 절실하다", "국회의 협조를 간곡히 요청드린다", "도와주실 것을 부탁드린다" 등 '초당적 협력'을 3차례, '의회주의'를 4차례나 언급하기도 했다.
연설 직후에는 야당 의원들을 찾아가 일일이 악수를 나누기도 했다. 이때 맸던 하늘색 넥타이도 결국은 야당과의 협치, 협력 등을 의미하는 일종의 상징이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윤 대통령은 연설에서 "국회의 협력이 절실하다",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 "국회와 머리를 함께 맞댈 때" 등 협력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또 키워드 역시 '협치'라는 말 대신 '협조'(1번)나 '협력'(2번)만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또 연설이 끝난 뒤 국민의힘 의원들과만 악수를 나눴다. 민주당 의원들은 본회의장에 없었고, 밖에서 '야당 탄압'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여야의 강대강 국면에서 윤 대통령의 이날 붉은 넥타이는 전통 지지층을 의식하고 보수층의 결집을 촉구하는 뜻이 담긴 것으로 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최근 윤 대통령은 현안별로 야당과 직접 대립각을 세우고 있기도 하다.
지난 20일 출근길에 이뤄진 약식회견에서 민주당을 향해 "지금의 야당이 여당이던 시절 언론사를 상대로 며칠 동안 압수수색을 했었다"면서 검찰 수사를 규탄하는 민주당에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민주당이 시정연설을 보이콧한 것은 매우 유감"이라며 "야당과 협력해 국정운영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지만, 무리한 주장과 억지 정치공세에는 단호하게 맞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