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한 건 프로로서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 다만 정치적 이유로 저희를 비난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후원금 의혹 수사로 수년째 곤욕을 겪고 있는 성남FC 구단 관계자 A씨는 25일 CBS 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지난 23일 경기를 끝으로 2022시즌 K리그1가 막을 내렸다. 성남FC는 7승 9패 22무라는 성적을 거두며 리그 최하위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1989년 창단 이후 7번의 리그 우승을 거두며 과거 명문으로 평가 받던 성남FC는 2017년 이후 두번째 2부 리그 강등이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
세부 기록을 보더라도 성남FC의 올해 시즌은 혹독했다. 37득점으로 1부 리그 12개 팀 중 득점이 가장 낮은 반면, 70실점으로 최고 실점을 기록했다.
그러나 선수 및 구단의 탓만 할 순 없다. 성남FC 소속 37명 선수의 연봉 총액은 60억여원으로 성적과 마찬가지로 리그 최하위다.
A씨는 "프로라면 외부의 영향을 탓하면 안된다"고 말했지만, 지난 2015년부터 이어져 온 후원금 의혹 수사가 선수 및 구단 관계자의 사기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하기도 어렵다.
강등에 후원금 감소, 시장의 무관심까지…혹한기 맞은 성남FC
2부 강등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겪게 된 성남FC의 앞날은 더욱 어둡다.
성남시 등에 따르면 성남FC의 올해 예산은 173억원으로, 이중 110억원은 시 보조금이다. 나머지 63억원은 기업 후원, 광고비, 입장권, 중계권료 수익 등이다.
하지만 2부 리그 강등으로 수사 이후 얼어붙은 기업 후원은 더욱 줄어들 전망이다. 광고비, 입장권, 중계권료도 마찬가지다.
특히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지자체 보조금 역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시는 내년 성남FC 보조금을 큰 폭으로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 후원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구단주인 시장이 직접 나서야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신상진 성남시장이 성남FC를 '비리의 대명사'로 규정하고 있는 만큼 적극적으로 기업 후원을 유치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A씨는 "기업 후원은 일개 직원이 결정할 수 없는 사안으로, 대부분 구단주와 기업 오너의 합의로 이뤄진다"며 "구단주인 시장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면 제대로 팀을 꾸려나갈 만한 자금 지원을 기대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다시 1부 리그 승급을 노리기 위해서는 선수들의 사기를 올리고, 리빌딩에 나서야 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은 만큼 현재의 조건에 맞춰 최선을 다할 뿐"이라며 "다만 정치적 사안을 스포츠와 연계해 비난하는 것만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성남FC 팬들은 여전히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며 시에 적극적인 투자를 요구하고 있다.
성남FC의 서포터즈인 블랙리스트 관계자는 "새로운 시장이 취임하면서 매각설과 해체설이 나돌았지만, 최종적으로는 구단을 유지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면서도 "신 시장이 진정으로 시민을 위한 시장이라면 선수들이 시민들을 위해 열심히 뛸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