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검찰의 압수수색에 한목소리로 반발하면서, 25일 있을 윤석열 대통령의 국회 예산안 시정연설을 사실상 보이콧하기로 했다. 다만, 검찰의 수사망이 이재명 대표 턱밑까지 좁혀오면서, 민주당이 단일대오가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비명계도 일단 합류…"당 자존심 걸린 문제"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지난 24일 마침내 여의도에 있는 민주당 중앙 당사를 압수수색했다. 지난 19일 민주당 측 반발로 영장 집행이 불발된 지 닷새만이다. 검찰은 김 부원장 측 변호인의 입회하에 당사 8층에 있는 부원장실에서 관련 문서파일 등을 확보했다.
민주당은 즉각 반발했다. 오영환 원내대변인은 "오늘(24일) 아침 검찰은 군사 작전 하듯 야당 당사를 침탈했다. 압수수색을 사전 고지하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영장을 제대로 제시하지 않은 채 당직자들이 출근하는 틈을 타 당사에 침입했다"며 검찰의 강제수사를 '정치적 술수'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이날에만 긴급 의원총회를 2차례나 열고, 단일대오로 용산 대통령실을 항의 방문했다.
당내 비(非)이재명계도 일단 '이재명 지키기'에 동참하겠다는 분위기다. 한 비이재명계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당 대표에 대해 공격이 들어왔다면, 당 대표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서 당의 자존심이 걸려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정면으로 싸워야하는 것"이라며 "거기에 대해 다른 계보의 사람들 사이에서도 큰 이견은 없다. 오히려 저쪽이 도발하면서 당 내부는 더 단단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수사 따라 이탈 가능성도…李, 울먹이며 호소
그러나 앞으로 검찰의 수사 진척에 따라 단일대오가 깨질 가능성도 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등 이재명 대표의 측근들이 심경 변화로 검찰에 협조하기 시작했고, 이 대표가 직접 측근이라고 언급한 김용 부원장까지 최근 구속됐다. 향후 검찰의 칼날이 이 대표를 직접 겨눈다면 당내 이탈표가 생길 수도 있다. 김해영 전 민주당 의원은 지난 24일 자신의 SNS에 "민주당의 단일대오가 그 지향하는 바를 달성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특정인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면 그러한 단일대오에는 저는 동의할 수 없다"고 쓴소리를 냈다.
이러한 당내 동요를 의식한 듯, 이 대표도 이날 의총 직후 당사를 찾아 취재진들 앞에서 울먹이며 "비통한 심정으로 이 침탈의 현장을 외면하지 않고 지켜보겠다"며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출국금지 조치된 이 대표의 최측근 정진상 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도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제가 불법 대선자금을 받았다는 주장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허구 그 자체"라며 자신의 결백을 거듭 주장했다.
민주당은 검찰의 당사 압수수색에 반발해 25일 윤석열 대통령의 국회 예산안 시정연설을 사실상 보이콧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오전 9시 의총을 열고 시정연설장에 들어가 피켓 시위를 하는 방안, 아예 불참하는 방안 등을 논의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