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석 검찰총장은 주한 캄보디아 대사와 만나 '국외 도피 사범 송환 협력'을 요청했다. 변호사비 대납 의혹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쌍방울그룹 '금고지기'인 재경총괄본부장 A씨가 캄보디아로 도주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검찰총장이 나서서 해외로 도피한 김성태 전 회장 등 측근들을 압박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 총장은 24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찌릉 보톰랑세이 주한 캄보디아 대사와 만났다. 이 총장이 가장 첫 번째로 요청한 건 국외 도피사범의 송환에 대한 협력 요청이었다고 한다. 마약 수사 등 관련 분야의 협력 방안을 논의하며 한국인 마약사범을 송환해 준 데 대해 감사의 뜻도 표했다. 캄보디아는 최근 마약류 4.6kg을 밀수입한 한국인 마약사범을 강제 추방해 신속히 국내로 송환했다.
이 총장과 주한 캄보디아 대사의 만남은 표면적으로는 마약 사범을 신속 송환해 준 데 대한 감사의 표시였지만, 검찰이 최근 집중 수사하고 있는 쌍방울 그룹의 핵심 인물이 캄보디아로 도피했다는 점에서 총장이 나서서 국외 도피 사범 송환 협력을 강하게 요청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검찰은 최근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를 뇌물 수수 혐의로 구속기소하면서 쌍방울 실소유주인 김성태 전 회장 등 핵심 인물의 도피 과정을 구체적으로 적시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쌍방울 자금 전반을 관리한 핵심 수사 대상자인 재경총괄본부장 A씨는 같은 달 28일 급히 캄보디아로 도주했다.
3일 후에는 이 전 부지사와 함께 재판에 넘겨진 쌍방울 전 부회장 방모씨가 김성태 전 회장과 함께 싱가포르로 출국한 뒤 태국까지 동행한 다음 6월 15일 귀국했다. 김 전 회장에게는 인터폴 적색 수배와 함께 여권 무효화 조치가 내려졌다.
이노공 법무부차관 등 법무·검찰 관계자들이 지난 8월 말 '동남아 반부패 컨퍼런스' 참석차 태국을 방문하며 김 전 회장 신병 확보를 위한 조치에 나서기도 했다. 법무부에 더해 대검 지휘부까지 해외로 도주한 쌍방울 관련자들에 대한 신병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