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복무 중 성폭력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故) 이예람 중사의 사망 사건에 연루된 피고인들에 대한 재판이 24일 시작됐다. 공군본부 법무실장인 전익수 준장을 포함해 모든 피고인이 "공소 사실을 부인한다"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6부(정진아 부장판사)는 이날 안미영 특별검사가 기소한 전익수 준장 등에 대한 공판 준비 기일을 진행했다. 전익수 준장은 이날 공판 준비 기일에 참석하지 않았다.
앞서 공군 20비행단 소속이었던 이예람 중사는 지난해 3월 선임 부사관 A(25)씨로부터 지속적인 성추행 피해를 당한 뒤 즉각 신고했지만, 제대로 된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또 2차 가해가 발생하자 그해 5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후 공군의 부실 수사, 사건 무마 의혹이 불거지면서 안미영 특검이 출범했고 특검은 100일 간의 수사 끝에 올해 9월 전익수 준장을 포함해 총 8명을 재판에 넘겼다.
특검은 전 준장에 대해서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면담강요) 혐의를 적용했다. 전 준장이 자신을 수사하는 군검사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수사가 잘못됐다는 등 자신의 계급을 이용해 압력을 넣었다는 것이다.
이날 재판에서 전 준장 측은 특검의 주장을 강하게 반박했다. 전 준장 측 변호인은 "(전화를 건) 객관적 사실은 인정하지만, 법리적으로 무죄를 주장한다"라며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상 위력 행사가 아니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먼저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제5조의 9, 4항'은 보복 범죄를 가중 처벌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고 피해자 보호를 위한 것"이라며 "수사 주체이자 주임 검사를 보호하는 법안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전 준장이 군검사에게 전화한 사실은 인정하지만, 해당 법률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전 준장 측은 "법정에서 녹음 파일을 재생하겠지만, 들어보면 위력 행사로 도저히 볼 수 없다"라며 "피고인(전익수)의 행위가 부적절한 측면이 있다고 볼 수는 있어도 권리 행사를 범죄로 의율하는 것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전 준장 측은 특검이 작성한 공소장에 대해서도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전 준장 측은 "특검 공소장의 모두 사실, 범행 동기를 보면 이미 무혐의가 내려진 수사 내용을 장황히 기재했다"라며 "우리 법이 금지하는 법관에게 불리한 예단을 내리게 하는 행위"라고 밝혔다.
이에 재판부는 "특검은 특가법을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변호인에 대한) 반박 의견을 달라"라며 "공소장 일본 주의 관련해서도 검토해달라"라고 요구했다.
이날 공판 준비 기일에서 전 준장을 제외한 다른 피고인들도 모두 자신에게 적용된 혐의를 부인했다.
이예람 중사를 강제 추행해 징역 7년이 확정된 A씨는 특검이 자신에게 추가 기소한 명예훼손 혐의를 부인했다. A씨 측 변호인은 "피고인은 기본적 사실 관계는 인정하지만, 법리적 이유로 부인한다"라며 "사실 적시가 아니고 공연성도 없어 허위 사실 명예 훼손으로 볼 수 없다"라고 말했다. 단순히 개인 의견을 밝혔다는 주장이다.
이외에도 직무유기로 재판에 넘겨진 이예람 중사의 직속 상관인 대대장과,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중대장, 직무유기와 허위 보고 등의 혐의가 적용된 군검사 모두 혐의를 부인했다.
이날 전 준장 재판에 대한 첫 공판 준비 기일을 진행한 재판부는 다음 달 14일, 두 번째 공판 준비 기일을 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