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베이징 시간) 전 세계의 관심이 중국 공산당 제 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가 폐막회의가 열리던 인민대회당에 집중됐다.
이 때 시진핑 국가주석 왼편에 앉아 있던 전임자 후진타오 전 주석이 자리를 떴다.
당시 장면을 찍은 사진을 보면 시 주석이 수행원으로 추정되는 한 남성의 부축을 받으며 시 주석과 옆에 있는 리커창 총리를 보는 눈빛이 상반된다.
시 주석에게는 뭔가 못마땅하다는 시선을 보내는 것 같았지만 리커창 총리에게는 안쓰러운 눈빛이었다. 후 전 주석이 리 총리를 뒤를 지나면서 어깨를 살짝 두드리는 장명도 영상에 나온다.
후 전 주석의 회의 진행 도중 퇴장 소식과 관련 사진이 세계에 퍼지면서 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이날 발표된 중앙위원회 명단에 리커창 총리가 포함되지 않고 유력 총리 후보로 거론되던 왕양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마저 탈락하면서 시진핑 집권 3기 지도부가 그의 측근들로 채워지는데 대한 불만이 담긴 것 아니냐는 추측이 가미됐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후 전 주석의 퇴장은 폐막식에서 각본에 없던 사건"이라며 "일주일간 이어진 당 대회의 마지막 날 스포트라이트는 잠시 후 전 주석의 갑작스러운 퇴장에 쏠렸고 그의 퇴장 사유가 불분명한 가운데 퇴장 영상이 온라인에서 널리 회자됐다"고 전했다.
후 전 주석의 퇴장 소식이 논란을 일으키자 관영 신화통신이 소방수로 나섰다. 후 전 주석의 갑작스런 퇴장은 건강 때문이라고 진화에 나선 것이다.
신화통신은 22일 밤 트위터 영문 계정을 통해 "신화망 기자 류자원은 후진타오가 최근 건강을 회복하는 데 시간이 걸렸음에도 20차 당 대회 폐막식 참석을 고집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전했다.
이어 "그가 폐막식 도중 몸이 좋지 않았을 때 수행원이 그의 건강을 위해 행사장 옆방으로 그를 데리고 가 쉬도록 했다"며 "이제 그는 훨씬 괜찮아졌다"고 덧붙였다.
신화통신이 굳이 해명을 기사나 중국인들 대부분이 이용하는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가 아니라 중국에서는 접근이 금지된 트위터 계정을 이용한 것 긁어부스럼을 피하기 위해서 일 가능성이 높다.
중국인들 전체가 후 전 주석의 회의 도중 퇴장을 두고 소곤대지 않게 하면서도 관련 입장을 표명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으로 보인다.
동영상을 보면 후 전 주석은 퇴장하지 않으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수행원으로 보이는 남자가 그를 뒤에서 앉아 일으켜 세우려했지만 싫다는듯 버티는 것처럼 보이는 장면도 나온다.
후 전 주석은 퇴장하기 직전 시 주석과 잠시 대화를 나눴고 퇴장하면서는 시 주석 오른쪽에 앉아 있던 리커창 총리의 어깨를 토닥이며 짧게 얘기했다. 후 전 주석이 퇴장한 뒤 시 주석은 옆자리에 있던 리 총리에게 당시 상황을 설명하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올해 79세인 시 주석이 기력이 쇠해진 것은 사실이다. 지난 16일 당 대회 개막 때도 수행원의 부축을 받으면서 입장했고 시 주석이 그가 자리에 앉는 것을 살짝 도와주기도 했다.
후 전 주석은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을 대표하는 인물로 리커창·왕양·후춘화가 그의 핵심 세력이다. 공청단 계열 가운데 리커창·왕양은 집에 가게 됐고 2012년 18차 당 대회 이후 세 번째로 중앙위원회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후춘화가 최고 지도부인 7인으로 구성된 상무위원회에 들어간다 해도 이미 시 주석을 포함해 나머지 상무위원이 모두 시 주석 사람들로 채워져 존재감이 미미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부총리를 맡고 있는 후춘화가 상무위원회에 진입할 수 있을지 여부는 23일 개막하는 20기 1중전회에서 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