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지렛대 삼아 국민의힘이 반전을 도모하고 있다. 정국 경색과 민생 정책 부진의 원인을 이 대표로 지목하면서 최근 당 안팎에서 불거진 잡음들을 정리하고 정국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 대표의 최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체포와 검찰의 당 사무실 압수수색 갈등 국면에서 이 대표를 집중 겨냥하고 있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오늘이라도 국정감사를 전면 재개해 달라. 그래야 우리 국회가 다음 주부터 예산 국회를 준비하고, 민생을 챙길 수 있다"며 "이재명 대표가 결단해 의원들에게 채운 족쇄를 풀어달라"고 밝혔다. 삼국지에서 조조의 연환계(連環計)를 연상케 하듯 야당 의원들조차 이 대표 리스크에 발목이 잡혀 '침몰 위험'에 이른 만큼, 이 대표야말로 '일하는 국회'로 가는 길목에 가장 큰 방해 요소란 비판을 덧붙이면서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도 가세했다. 이날 이 대표가 기자회견을 통해 '대장동 특검'을 요구하고 나서자 곧바로 맞불 성격의 기자회견을 열고는 "특검은 수사가 제대로 되지 않을 때, 수사를 믿을 수 없을 때 도입하는 건데 수사가 되지 않을 땐 이런저런 이유로 피하다가 정권이 바뀌니 특검을 주장하는 건 의도적인 시간 끌기, 물타기, 수사 지연"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 대표가 내세우는 특검이 아니라, 현재 검찰의 수사를 따르는 것이 정쟁을 중단하고 민생에 집중하는 길이란 주장이다.
여당은 전날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의원들의 항의·불참 사건도 이 대표에 대한 비판을 중심으로 도마 위에 올렸다. 국민의힘 김미애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민주당의 모든 당력을 집중한 '이재명 지키기'란 블랙홀에 민생이 빨려 들어가고 있다"며 "민주당 법사위원들은 법치주의 감수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불법적인 이재명 지키기 특공대, 선봉대 노릇을 중단하고 법사위 국감 파행을 사과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여당 지도부의 이같은 공세는 이 대표 최측근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얻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최근 당 안팎의 여러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석열 대통령의 순방 비속어 논란이나 한미일 군사 훈련을 둘러싼 '친일' 논쟁, 감사원의 문재인 전 대통령 조사 시도와 문자 메시지 파문을 비롯한 각종 우환에 시달렸던 터다. 아울러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의 '공산주의자' 발언이나 원외 당협위원장들과의 오찬에서 불거져 나온 '종북주사파' 발언으로 때아닌 색깔 논쟁에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 대표의 사법 논란은 국민의힘에게 불리한 이슈를 희석시키는 것은 물론, 민주당을 '반(反)민생' 프레임으로 엮어 반사이익까지 가져다 줄 수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가장 힘차게 달려야 할 집권 1년 찬데 연말까지도 뚜렷한 정책 방향이나 성과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었다"며 "상대 당 대표를 둘러싼 논란이 반길 일만은 아니지만, 지지율 방어에 영향을 미친 걸 부정할 순 없다"라고 말했다. 당의 중진 의원은 "여소야대라고는 하지만, 국민 눈높이에서 특별히 점수를 딸 만한 구석이 없었다는 사실은 뼈아프다"라며 "이 대표 논란이 방어막 역할을 해주는 현실이 아이러니하다"고 했다.
다만 이 대표 리스크에 마냥 기댈 수는 없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당장 예산 정국이 코앞이고 길게는 총선도 바라봐야 하는데, '이재명 정국'으로 국민 피로도를 높이고 내부적으로도 '집토끼' 잡기에만 몰두해서야 되겠냐(초선 의원)"는 것이다. 여야 대치 속에 국회가 공전하고 민생법안이 소외될 경우 최종 책임은 집권 여당에게 돌아올 수밖에 없는 만큼, 국민의힘이 반사이익에만 기댈 게 아니라 자력 성과를 내고 국민 지지를 이끌어 내야 한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