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 범벅에 머리 피"…조짐없이 찾아온 안성 물류창고 붕괴

당시 지하 1층에서 근무한 노동자 목격담
"진동이나 굉음 없어 사고 난 줄도 몰라"
인근 공장 노동자도 "평소같은 소음만 나"
민주노총 "무리한 공사 강행이 원인으로 보여"
경찰, 과실치사 혐의로 현장 소장 입건 예정
노동부, 수습본부차리고 중대재해처벌법 조사

21일 오후 추락사고가 발생한 경기 안성시 공사현장. 경기소방재난본부 제공
"사고가 난 줄도 몰랐어요. 현장이 어수선하기에 올라가 봤더니 누구는 시멘트 범벅이 돼 머리에 피를 흘리고 있었고, 누구는 옆으로 쓰러져 있더라고요."
 
21일 경기 안성시에 있는 한 저온물류창고 신축공사장에서 발생한 붕괴 사고 당시 지하 1층에서 일하고 있었던 노동자 A씨는 당시 상황에 대해 이같이 전했다.
 
사고 현장과 불과 50m 떨어진 공장에서 근무하는 B씨도 "공사장이다 보니 평소에도 소음이 심했는데, 사고가 났을 때도 특별한 것은 느끼지 못했다"며 "구급차 소리가 나 밖으로 나가보니 구급대원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래서 사고가 났구나라고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A씨의 설명에 따르면 해당 현장에는 평소 100명 이상의 노동자들이 근무하고 있었다. 이날도 평소와 같은 규모의 노동자들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가 발생한 4층에 투입된 인원은 모두 8명으로, 이들은 가로·세로 6m·넓이 9m에 타설을 하기 위해 콘크리트를 붓고 있었다.
 
하지만 시멘트 타설 작업 중 거푸집이 3층으로 내려앉으면서 5명이 중상을 입었다. 나머지 3명은 인근에 있는 전선이나 철근에 매달린 덕분에 추락을 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붕괴가 일어나기 직전 이를 예견할 수 있는 떨림이나 굉음은 없었다"면서 "투입 직전 안전 교육도 제대로 받았기 때문에 노동자들의 과실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21일 오후 추락사고가 발생한 경기 안성시 공사현장. 경기소방재난본부 제공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경기도건설지부 김대호 조직부장은 "사고가 발생한 지점의 외관을 봤을 때 데크 플레이트 공법이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며 "데크 플레이트 공법은 거푸집 공법보다 공사 기간을 단축할 수 있지만, 지지대 역할을 하는 철판을 제대로 설치하지 않으면 이처럼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공사가 공기(공사 기간)을 맞추기 위해 제대로 된 설계 없이 무리한 공사를 강행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날 오후 1시 5분쯤 안성시 원곡면 외가천리에 있는 KY로지스 저온물류창고 신축 공사현장에서 추락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3명이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이 중 30대 중국인 남성 2명이 숨지고, 30대 중국인 여성 1명이 의식이 없는 상태이다.
 
또 다른 부상자인 40대 우즈베키스탄인 남성 1명과 50대 중국인 남성 1명은 각각 두부 외상과 늑골 다발성 골절 등 부상으로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안성경찰서는 과실치사 혐의로 현장 소장 등을 형사 입건할 방침이다.
 
아울러 고용노동부는 산재수습본부를 구성해 시공사인 SGC이테크건설의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 조사에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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