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석방을 둘러싼 검찰과 법원의 신경전에 더불어민주당도 가세했다. 유 전 본부장이 석방을 미끼로 검찰에 회유당했다는 민주당 측의 공세가 이어지면서 검찰은 '위례·대장동 개발 의혹'과 관련해 법원에 병합 신청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취지로 입장을 밝히면서 신경전은 시작됐다.
구속 필요성 소명했다는 檢 vs 영장 발부 의견서 안 냈다는 法
유 전 본부장은 대장동 개발 의혹 사건과 더불어 위례 개발 비리 의혹에도 기소됐다. 위례신도시 개발 사업은 대장동 개발 사업 비리 의혹과 판박이 사업으로 꼽힌다. 성남도시개발공사 주도로 민관합동개발 방식으로 진행됐지만, 민간 사업자 공모 마감 하루 만에 사업자가 선정돼 비리 의혹이 불거졌다.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연루자들의 배우자 등이 모두 위례자산관리 등에서 활동했다. 검찰은 이 두 사건을 병합해 달라고 법원에 신청서를 낸 바 있다. 대장동 사건은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에서 공판이 진행 중이고, 위례 사건은 같은 법원 형사1단독 재판부에서 두 달 뒤 첫 공판이 열릴 예정이다.검찰은 20일 "추가기소를 통해서 관련 절차의 병합을 요청했고, 그에 대해 의견서를 제출하는 등 모든 조치를 취했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양쪽 재판부에 다 병합요청서를 냈고, (구속 필요성에 대해서도) 같은 취지로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병합이 결정되어야 구속이라는 절차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라며 유 전 본부장의 신병 확보를 위한 모든 조치를 취했다고도 강조했다. 다만 검찰 관계자는 위례 사건 재판부에 유 전 본부장에 대한 영장을 발부해야 한다는 의견서를 별도 제출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은 검찰의 이같은 반응에 다소 불쾌해 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두 사건은 시기와 적용 법조도 다르고 일부 피고인도 다르기 때문에 병합이 어려운 데다, 사건을 병합한다고 해서 구속기한이 만료된 피고인의 신병을 거듭 제한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형사소송법상 1심 구속 기간은 6개월로, 유 전 본부장에 대한 구속은 이미 한 차례 연장됐던 상태였다. 무엇보다 검찰에서 유 전 본부장에 대한 구속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꼈다면 통상 병합요청서를 낸 뒤 구속 필요성을 담은 의견서도 냈어야 한다고 한다. 법원이 두 사건을 병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해서 유 전 본부장이 석방된 것은 아니라는 취지다.
유 전 본부장이 기소된 두 사건의 병합 여부를 놓고 법원과 검찰이 옥신각신하는 이유는 '플리바게닝 의혹' 때문이다. 유 전 본부장이 검찰의 '석방 회유'에 넘어가면서 새로운 증언을 했고, 이 증언 때문에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체포됐다고 민주당은 공세를 펴고 있다.
앞서 검찰은 "검찰이 유 전 본부장을 회유하거나 협박할 이유가 전혀 없다. 석방 이후 수사 환경이 더 어려워졌다고 봐야 한다"며 부인했다.
국감장에 등장한 '회유 의혹'에 법원장은 "별건 구속 불가"
법원과 검찰의 기묘한 신경전은 21일 국회 국정감사장에서도 이어졌다.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유동규씨 신병 확보 관련 검찰청에서 기자들과 차장 검사의 티타임이 있었는데 '병합이 돼야 구속영장을 신청하지' 이렇게 말했다"며 "병합이 안 되면 구속영장 관련해선 되는 게 없다는 취지로 이해된다. 병합과 구속영장이 하나의 전제조건이고 필수조건이냐"고 말했다.
성지용 서울중앙지법원장은 "대장동과 위례 사건은 별개 사건"이라면서 "대장동과 위례신도시 사건은 피고인들이 일부 겹치지만 시기도 다르고, 적용 법조도 다르다"고 설명했다. 두 사건을 병합해 유 전 본부장을 구속하는 것은 문제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대장동 사건은 뇌물과 배임죄가 적용된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 사건이다. 유 전 본부장을 포함한 위례 사건의 피고인들은 부패방지법 위반을 위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성 원장은 또 "내용이 다른 위례 신도시 사건을 대장동 사건에 병합하고 이것으로 영장을 발부하면 '별건 구속'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병합 여부 결정은 재판부가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이다. 그런 논란의 소지가 생길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검찰이 민주당의 '회유를 통한 조작 수사' 프레임을 깨고자 유 전 본부장의 석방과 관련해 법원에 책임을 다소 떠미는 듯한 모습에, 법원 측에서 강하게 선을 그은 셈이다.
민주당 김승원 의원은 이날 국감에서 검찰의 '유동규 회유' 의혹을 언급하며 "회유라든가 협박에 의한 플리바게닝(plea bargaining·유죄협상제)이 금지되도록 하는 그런 법안까지도 고민해야 할 때가 됐다"고 했다. 플리바게닝은 피고인이 유죄를 인정하거나 다른 사람에 대해 증언을 하는 대가로 검찰 측이 형을 낮추거나 가벼운 죄목으로 다루기로 거래하는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도입되지 않은 제도지만, 미국과 프랑스, 일본 등에서는 광범위하게 채택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2011년 '사법협조자 소추면제 및 형벌감면제'가 국무회의에서 의결됐지만 정식으로 도입되지는 않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