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제 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지만 일본 정부와 기업이 이번에도 무대응 전략을 고수하면서 재판이 또 중단됐다.
서울고법 민사33부(구회근·박성윤·김유경 부장판사)는 강제 징용 피해자 17명이 일본 스미세키 마테리아루즈 주식회사 등 7곳을 상대로 낸 항소심의 첫 변론기일을 20일 열었다.
하지만 이날 재판은 10분도 안 돼 종료됐다. 일본 정부가 무대응 전략을 유지하면서 일본 기업 측에 서류 송달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날 재판부는 "오늘도 (재판을) 연기해야 할 것 같다"라며 "일본 측에서 송달에 대한 답변이 있어야 하는데 답변이 없다. 일단 무응답이라 관련된 여러 사건들이 공전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재판은 앞서 8월 18일에도 연기된 바 있다.
재판부는 이어 "답변이 없어서 다시 절차를 진행해야 할 것 같다"라며 "재판을 연기하고, 선고 기일도 취소한다"라고 밝혔다. 애초 이 재판의 선고 기일은 12월 15일이었지만, 재판 절차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결국 선고 기일도 밀리게 됐다.
국제 민사사법 공조 등에 관한 예규와 헤이그 송달 협약에 따르면 국가 간의 소송 서류는 각국 정부 기관을 거쳐 당사자들에게 전달돼야 한다. 이번 소송을 예로 들면 한국 법원→ 법원행정처→ 일본 외무성→ 일본 법원→ 일본 기업의 순으로 서류가 오고 가야 한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위안부 피해자들이 낸 손해배상 소송과 마찬가지로 강제 징용 재판에서도 송달을 거부하며 무대응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한편 이번 재판의 1심 재판부는 지난해 6월 7일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낼 권한이 없다'는 이유로 원고들(강제징용 피해자)의 손해배상 청구를 각하해 논란이 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