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관리청이 검찰과 경찰에게도 내주지 않던 코로나19 관련 개인정보를 감사원에게만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질병청이 개인 사찰 논란까지 빚은 감사원의 눈치를 과도하게 보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20일 CBS노컷뉴스가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실를 통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감사원은 지난 8월4일 질병청에 '공공기관 복무점검 관련 감사'를 위해 3561명의 공공기관 직원에 대한 감사자료를 요청했다.
당시 감사원 특별조사국5과 요구한 자료는 해당 공직자들에 대한 '코로나19 확진이력 및 코로나 백신접종 이력'이다.
감사원 사회복지감사국 제1과도 두 달 정도 뒤인 9월8일 '출연.출자 기관 경영관리실태 감사'를 목적으로 공직자 2만820명에 대한 코로나19 확진 이력을 요청했다.
이에 질병청은 개인정보보호법 제23조 등을 근거로 이들 정보를 순차적으로 감사원에 제공했다. 여기에는 대상자들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코로나19 확진일과 격리 시작일, 격리 종료일 등이 포함됐다.
하지만 이는 범죄수사와 형 집행을 위한 경찰과 검찰의 요청에도 '개인정보 보호' 등을 이유로 관련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던 질병청의 입장과는 전혀 다른 것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인천서부경찰서는 지난 8월26일 수사에 필요하다며 코로나19 백신접종 관련 정보를 요구했지만, 이에 대해 질병청은 개인정보를 제공할 수 없다고 회신했다.
질병청은 범죄 수사와 공소제기·유지 등을 위해 필요한 경우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할 수 있다는 개인정보보호법 조항이 있지만, "수사 및 형집행 또는 감사에 활용시 접종대상자들의 예방접종 회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을 우선 들었다.
또 "개인정보 보호법 상 자료제출 규정은 취지가 재량 규정임을 고려해 접종 관련 개인정보 제공이 곤란함을 통보한다"고 답했다. 수원지방검찰청이 9월5일 형 집행을 위한 코로나19 백신 접종 관련 개인정보를 요구했지만 똑같은 이유로 거부했다. 이런 기준이 일관되게 적용됐다면 감사원의 감사를 위해서라도 개인정보 제공은 불가능한 것이었다.
한정애 의원은 "질병청에서 감사원에 관련 자료 일체를 넘긴 것은 방역정책의 대원칙을 깨버리고, 국민의 신뢰를 저버리는 행태"라면서 "재발 방지를 위해 분명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한 의원은 결재 라인에 대한 징계를 요구하면서 "백경란 정창은 더 이상 방역정책 수장으로서 자격이 없다"며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감사원은 지난달 20일 코레일과 SR 등에 공직자 7천여 명의 KTX·SRT 열차 이용 내역을 요구했는데 이 가운데는 여당으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김제남 원자력안전재단 이사장, 이주민 도로교통공단 이사장의 민간인 시절 열차 이용 내역도 포함돼 사찰 논란이 불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