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체포되는 등 이 대표를 둘러싼 사법리스크가 심화하고 있다. 민주당은 검찰의 당사 압수수색에 맞서 국정감사 중단이라는 초강수를 뒀지만, 당내 일각에서는 그동안 침묵을 지키던 '비이재명계(비명계)'를 중심으로 이 대표를 겨냥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향후 내홍으로 번질지 주목된다.
李 최측근 체포…당사 압수수색에 국정감사 긴급 중단
민주당의 내부 기류는 19일 오전 이 대표의 최측근 김 부원장이 검찰에 체포되면서 급랭하기 시작했다. 검찰이 김 부원장의 자택을 압수수색하고 체포 영장을 집행하면서다. 검찰은 김 부원장이 대장동 민간업자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고 보고 있다. 구체적으로 지난해 4월부터 8월까지 수차례에 걸쳐 대장동 민간업자로부터 8억원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건네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김 부원장이 자금을 수수할 당시 이 대표 캠프의 총괄부본부장으로 있었다는 점 등을 근거로 8억원이 이 대표 대선자금으로 쓰였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와 함께 검찰이 민주당사 내 민주연구원을 대상으로 압수수색까지 나서면서 당내 위기감이 최고조에 달했다. 민주당은 진행 중이던 국정감사를 일체 중단한 채 당사에 집결해 투쟁에 들어섰다. 이들은 당사 앞에 모여 '윤석열 정권 정치탄압 규탄한다'고 쓰인 피켓을 들고 검찰 수사를 규탄했다.
다만 한동안 잠잠하던 검찰이 이 대표 관련 수사에 속도를 내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표정이다. 조정식 사무총장은 당사 앞에서 "김 부원장은 임명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개인의 소장품이나 비품을 갖다놓은 것도 일체 없다"며 "그럼에도 제1야당 당사까지 와서 윤석열 검찰이 압수수색하는 것은 지지율이 24%까지 떨어진 윤석열 정권이 정치쇼를 통해 탈출구를 삼으려는 저열한 정치적 행위를 한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서영교 최고위원도 "이 대표에 대해서는 수없이 압수수색 하면서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과 관련해서는 한번도 압수수색 하지 않았다"며 "이같은 압수수색과 보여주기식 야당 탄압은 다시 부메랑이 돼 그 칼은 윤석열 정권을 향해 날아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와 함께 지난 18일에는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관련 첫 재판도 열렸다. 수사 검사가 직접 참석한 해당 재판에서 이 대표 측은 "공소사실 부인" 입장을 표하면서도 수사기록 양이 많아 구체적인 의견은 검토 후 밝히겠다고 했다. 이 대표의 혐의를 담은 검찰 기록은 20권 분량으로 1만 쪽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의 칼날이 이 대표 지근거리까지 이르면서 당 안팎에서는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본격 비화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이 대표 관련 수사 결과와 상관 없이 오늘 같은 상황은 어느 정도 예견된 측면이 없지 않다"면서도 "당내 우려가 있을 수는 있지만 윤석열 정부의 사정 공세에 맞서 민주당이 단일대오로 맞서야 한다"고 전했다.
이원욱 "당내 비판적 논의 이뤄져야"…내홍 번질까 우려
그러나 그동안 잠잠하던 비명계를 중심으로 이 대표를 겨냥하는 발언까지 나오면서 당내 균열이 발생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쟁점은 국방위원회 소속 이 대표가 국방위 업무 관련 주식 2억3125만2천원어치를 매입했던 사실이 도마에 오르면서다. 전재수 의원이 "실망스럽다"며 공개 비판에 나선 가운데 몇몇 의원이 동조 의견을 밝히는 상황이다.
민주당 이원욱 의원은 SNS에 "전 의원의 발언에 대해 소위 '개딸(개혁의 딸)'들의 비난이 많다. 전 의원에 대한 과도한 비난을 멈춰야 한다"며 "민주당이 식물정당으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서는 내부에서 건강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전 의원 편에 섰다. 전 의원을 향해 "응원한다"고도 전했다.
같은날 조응천 의원도 언론 인터뷰를 통해 "전 의원이 못할 말을 했나 하는 생각이 든다"며 "저는 검수완박이나 (이 대표의) 계양 출마, 전당대회 출마, 강성 지지층에 대한 태도 등에서 마음을 좀 놨는데 전 의원은 계속 신뢰하고 있다가 이번에 실망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적 정당에서 이런 이야기를 못하면 그게 무슨 민주정당인가"라고 지적했다.
조응천 의원은 안민석 의원이 18일 전 의원을 겨냥해 '갈치정치'라고 언급한 부분도 비판했다. 안 의원이 당 내부 비판을 자기 식구를 잡아먹는 갈치정치라고 말한 점에 대해서다. 조응천 의원은 "민주정당에 절대 비판하면 안 되는 성역이 있다는 걸로 들린다"며 "전 의원이 갈치면 안 의원은 완전 대왕갈치가 아닌가 싶다"고 비꼬았다.
이 대표가 당권을 잡은 뒤 처음으로 친명계와 비명계 간 갈등이 불거지면서, 향후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와 맞물려 당내 내홍으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도 이목이 쏠린다. 한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지금 당장은 이 대표가 취임한지 얼마되지 않은데다 정부여당과의 갈등이 첨예해 당이 쪼개지거나 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면서도 "검찰 수사 시계가 생각보다 빠른 만큼 당의 안정을 장담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우려에 대해 친명계의 한 중진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 이후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일"이라며 "마치 진짜 사법리스크가 비화한 것처럼 호들갑 떨 일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