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CEU(DC Extended Universe, DC 확장 유니버스)가 엄청난 능력을 지닌 선과 악의 경계에 선 영웅이자 DC 코믹스의 최고 인기 캐릭터 중 하나인 '블랙 아담'으로 돌아왔다. 압도적인 힘과 스케일을 들고 왔지만, 구성은 스케일만큼 세심하지 못해 아쉬움을 남긴다.
칸다크는 기원전 가장 번성하고 위대한 고대 국가였지만 현재는 국제 군사 조직 인터갱이 통치하는 독재 국가로 전락했다. 인터갱에 대항하기 위해 희귀 금속 이터니움으로 만들어진 고대 유물을 찾던 아드리아나(사라 샤이)는 우연히 5000년 동안 잠들어 있던 블랙 아담(드웨인 존슨)을 깨우게 된다.
엄청난 괴력과 스피드, 방탄 능력과 자유자재의 고공비행, 번개를 쏘는 능력까지 온몸이 무기인 블랙 아담은 자신의 앞을 막아서는 인터갱들을 모조리 쓸어버리고, 칸다크 국민들은 이에 열광한다. 한편 그의 폭주를 막기 위해 호크맨(알디스 호지), 닥터 페이트(피어스 브로스넌), 아톰 스매셔(노아 센티네오), 사이클론(퀸테사 스윈들)으로 구성된 히어로 군단 '저스티스 소사이어티'가 칸다크에 나타나며 블랙 아담과 충돌한다.
이미 다양한 액션 장르 영화를 통해 히어로의 면모를 보여온 드웨인 존슨은 DC 유니버스 안에서 초월적인 존재로서 또 다른 스타일의 액션을 선보인다. '최대 스펙'을 자랑하는 만큼, 탈 우주급 스케일에 넘치는 파워처럼 쉴 새 없이 부수고 터지는 액션이 스크린을 가득 채운다. 여기에 DC의 원조 히어로 군단 '저스티스 소사이어티' 멤버들까지 합류시켜 화려한 라인업을 전면에 내세웠다. 각 캐릭터의 능력들만으로도 눈은 즐겁다.
'블랙 아담'은 드웨인 존슨이라는 캐릭터가 선명한 배우를 동원해 최강의 능력을 가진 새로운 히어로를 소개하고 그의 능력을 신나게 그려내고자 했다. 그러나 이를 뒷받침할 서사와 캐릭터 측면에서는 아쉬움을 안을 수밖에 없다.
헐거운 스토리, 기시감이 느껴지는 캐릭터와 설정이 블랙 아담이라는 히어로가 가진 능력치를 뒤따르지 못하면서 여전히 부진의 늪에 빠진 모습을 드러낸다. 블랙 아담이라는 새로운 DC 히어로와 그의 능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소개하기 위해 영화는 너무 쉽게 모든 것을 해결해버리려고 한다.
서구 사회에서 온 정의 구현 집단의 기준은 폭압으로부터의 자유를 외치는 칸다크 국민들의 열망과 만나며 길을 잃는다. 오랜 독재에 놓였던 칸다크인들은 자유를 위해 '영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살인을 저지르지 않은 서구 영웅과 달리 살인과 폭력을 저질러도 우리의 자유를 위해서라면 용인할 수 있다는 식의 이야기는 칸다크가 바랐던 진짜 '자유'의 의미를 퇴색시킨다.
칸다크에 영웅이 필요하고, 시민 한 명 한 명이 모두 영웅이라는 식의 뉘앙스를 보여주면서도 블랙 아담이라는 초월적인 존재의 등장으로 모든 사건을 해결하는 태도, 그리고 칸다크 사람들이 바라는 '자유'와 이를 획득하는 방식에서 서구 중심의 시각을 은근하게 드러낸다.
그리고 모든 이야기와 캐릭터의 등장이 '블랙 아담'이라는 새 캐릭터를 소개하기 위해 동원되면서 발생하는 서사의 빈틈이 생기게 된다. 인터갱은 누구이며 어떻게 발생해서 어떻게 칸다크를 지배하게 됐는지, 아만다 월러는 왜 블랙 아담을 감옥에 가두려 하는지, 왜 저스티스 소사이어티는 정의를 위한다면서도 칸다크의 현실과 인터갱의 살인과 폭력은 외면하고 블랙 아담의 폭력에만 그토록 집착하는지 등에 대해서는 설득력이 부족하다.
각 캐릭터의 모습과 이들을 드러내는 능력 역시 단조로워졌다. 캐릭터의 능력과 능력 발현하는 구도가 다양하지 못한 데서 오는 단순함으로 인해 처음 등장하는 캐릭터에게 강렬한 인상을 부여하지 못한다.
물론 계속되는 액션과 스케일은 큰 편이고 쉴 새 없이 터지는 액션은 볼거리지만, 마치 잭 스나이더를 계승한 듯한 기시감이 느껴지는 연출은 기시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영화에서 내내 히어로에겐 분명하고 차별화된 캐치프레이즈가 필요하다고 말하는데, 정작 영화가 선명한 캐치프레이즈를 가지지 못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125분 상영, 10월 19일 개봉, 쿠키 1개 있음, 12세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