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서욱 전 국방부 장관과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피격 공무원 고 이대준씨 유족의 고발로 검찰 수사가 시작된 뒤, 피의자 신병 확보를 시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법조계에서는 도주나 증거인멸 우려가 적은 전직 고위급 인사인 만큼 검찰이 혐의 입증에 자신이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법원이 영장을 발부하면 박지원 전 국정원장과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등 다른 핵심 '윗선'에 대한 검찰 수사에 속도가 붙겠지만, 기각될 경우 '정치보복' 수사라는 정치권의 비판이 거세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이희동 부장검사)는 18일 '서해 피격' 사건과 관련해 서욱 전 장관과 김홍희 전 청장에 대해 직권남용 및 허위공문서작성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수사 총책임자인 송경호 중앙지검장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나와 "공무원이 피격, 소각되고 국가 기관이 월북으로 단정한 사건"이라며 "헌법과 법률상 국가기관이 부여받은 임무를 적절히 수행했는지, 형사책임이 있다면 어디까지인지 등을 수사 중이다. 시간이 지나면 다 밝혀질 것"이라고 했다.
검찰은 앞서 지난 13~14일 서 전 장관과 김 전 청장을 연이어 소환해 조사했다. 서 전 장관은 지난 2020년 9월 22일 피격 당한 이씨가 자진 월북했다는 정부의 판단과 배치되는 취지 내용이 담긴 군사 정보를 군사통합정보관리체계(MIMS·밈스)에서 삭제하거나 합참 보고서에 허위 내용을 쓰도록 지시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최근 감사원은 서 전 장관이 사건 다음날(23일) 오전 1시에 열린 관계장관회의를 마친 직후, 밈스에 올라온 보고서 60여건을 삭제하라고 지시한 정황이 조사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당시 사건 수사의 총책임자인 김 전 청장에게는 허위공문서 작성과 직권남용 혐의가 적용됐다. 감사원 조사 결과, 김 전 청장은 사건 당시 이씨의 구명조끼에 한자가 적힌 점을 확인하고도 "안 본 것으로 하겠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검찰은 해경이 이씨의 월북 정황을 모아 수사 결과를 속단해 발표하는 데 김 전 청장이 관여하고, 이씨의 자연 표류 가능성 등도 의도적으로 왜곡했다는 의혹도 수사 중이다.
법조계에서는 서 전 장관과 김 전 청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될 경우 박지원 전 원장, 서훈 전 실장 등 '윗선'에 대한 수사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서 전 실장은 2020년 9월 23~24일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한 인물이다. 박 전 원장은 23일 새벽 확대장관회의 이후 국정원의 첩보 보고서 등 자료 삭제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다만 두 사람의 핵심 혐의가 직권남용인 점을 고려하면, 구속영장이 기각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서초동의 한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직권남용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가 잘 안 되는 추세라 (가능성은) 반반이다. 월성 원전 사건 때 백운규 전 장관 구속영장도 기각됐다"라면서도 "영장 발부 여부가 수사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고, 검찰은 윗선 수사에 고삐를 쥘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