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자회사 영업지사와의 일방적인 무더기 계약 해지로 '갑질 논란'을 야기한 출판사 좋은책신사고㈜의 홍범준(60) 대표가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됐다.
쎈수학, 크린토피아 등 지난해 불거진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영업지사와 가맹점에 대한 갑질 횡포의 원인과 문제점, 재발 방지 대책 등을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19일 국회 정무위원회 등에 따르면 정무위는 오는 21일 예정된 공정거래위원회 종합감사에서 좋은책신사고㈜(이하 신사고) 홍 대표를 증인으로 채택했다. 지난해 초 신사고의 학원 프랜차이즈 자회사인 신사고아카데미㈜가 영업지사들을 무더기 계약 해지한 배경 등을 따져 묻겠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해 1월 신사고의 학원 프랜차이즈 자회사 신사고아카데미㈜는 아무런 설명없이 전체 영업지사의 80%가량에게 인터넷 공지와 문자 메시지로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신사고아카데미는 모회사인 신사고가 출판한 초·중·고교 학습서인 '쎈 시리즈'를 교재로 이용한 프랜차이즈 학원(가맹점)인 '쎈수학 러닝센터'와 '스마트쎈 클래스'를 운영하고 있다. 쎈수학 러닝센터는 2012년부터, 스마트쎈 클래스는 2017년부터 시작했는데, 지난해 1월 기준 쎈수학 러닝센터는 전국 36개 지사에 452개 가맹점, 스마트쎈 클래스는 32개 지사에 397개 가맹점을 뒀다. 당시 신사고는 쎈수학러닝센터의 경우 28개, 스마트쎈클래스는 25개 지사와 계약 해지했다.
이같은 해지 규모는 국내 학원 프랜차이즈 업계 중 최대 규모다. 당시 업계는 이같은 대량 계약파기 사태를 '사실상 대량해고'라고 받아들였다. 통상 프랜차이즈 본사와 지사 간 계약은 1년 단위로 갱신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 계약은 영업실적 저조나 본사가 가맹점을 운영하기 어려울 만큼 경영상 문제가 발생할 경우 등 중대한 사유가 있을 경우가 발생하지 않는 한 본사와 지사간 계약은 갱신하는 지속적 거래계약이다.
계약파기된 영업지사장 중 29명은 지난해 2월 신사고아카데미㈜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당시 지사장들은 신사고아카데미와 신사고의 영업장과 대표이사가 동일한 점 등을 들어 이 사태를 야기한 게 모회사인 신사고라고 주장했다.
지사장들은 신사고의 행위가 공정거래법상 불공정거래행위 가운데 '거래거절'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사업자가 지위 등을 이용해 특정 사업자의 경제활동을 곤란하게 하거나 특정 거래를 강제하기 위해 거래를 중단한 것이라는 의미다.
당시 계약해지된 지사 가운데는 영업 실적 상위 10곳에 들어가는 지사와 계약관계가 수년째 이어진 지사, 계약한 지 불과 2달 밖에 지나지 않은 지사 등이 포함되는 등 해지 기준도 모호했다.
공정위는 아직 해당 사안에 대해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법적으로 영업지사의 권한을 해석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내 대부분의 프랜차이즈 사업들은 '본사-영업지사-가맹점'의 3단계 구조로 이뤄졌지만 현행 가맹거래법은 영업지사의 권한에 대해 규정하고 있지 않아 '법적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지사가 법 보호의 사각지대로 몰리게 된 건 지사의 특수한 위치 때문이다. 영업지사는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사업 초기 직접 가맹 영업을 하기에 투자 부담이 크고, 사업 규모가 커질 경우에는 전국 가맹점 관리가 어렵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안된 독특한 영업체계다. 현지인 가운데 영업과 가맹점 관리를 대신할 사업자를 선정해 계약을 맺으면 초기 사업 비용을 줄이고 현지 가맹점 관리도 수월하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영업지사는 본사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을 이용해 프랜차이즈 사업 규모를 확장해 이에 대한 대가를 수수료 형태로 받아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프랜차이즈 가맹점 입장에서 지사는 본사를 대신해 현장 계약을 주도하고 계약 이후 가맹점 관리의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에 '본사 쪽 사람들'로 인식된다. 그러나 본사 입장에서 지사는 본사가 필요에 따라 계약한 위수탁사업자로 '을'의 입장이다. 집주인-세입자, 본사-가맹점처럼 양분된 기존의 '갑을관계'와 달리 3단계에 걸쳐 관계가 성립되면서 중간에 '낀' 입장이 돼 그동안 이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기 어려웠다.
편의점이나 치킨집과 같은 가맹점의 경우 가맹사업 진흥에 관한 법률을 통해 최초 계약 이후 최소 10년까지 계약을 유지하도록 규정하는 등 안정적인 경제활동을 보장받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원 출신 법률사무소 상원 문인곤 대표변호사는 "사실상 을의 입장인 지사도 임대차보호법이나 가맹사업법처럼 계약 갱신 기간을 확보해주는 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홍 대표를 증인 신청한 국회 정무위 더불어민주당 민병덕(경기 안양 동안갑) 의원 측은 "신사고가 아무런 사전통보없이 전체 영업지사 70~80%와 계약 해지한 것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 등이 조사했지만 업체 측이 너무 소극적으로 나와 아직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며 "대표의 입장을 직접 듣기 위해 증인으로 신청했고, 당시 계약해지로 가맹점과 영업지사의 피해가 너무 컸다는 점에 대해 여야 의원들이 공감해 증인으로 채택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