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로배구 사상 최초 역사의 주인공이 된 OK금융그룹 세터 황동일(36). 그러나 영광만으로 보기에는 살짝 멋쩍은 타이틀일 수 있다. 전인미답의 7개 전 구단에서 뛰게 된 선수가 됐지만 한 팀에 자리를 잡지 못해 '저니맨'(journeyman)이 됐다는 뜻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황동일은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OK금융그룹의 우승에 힘을 보태겠다는 각오다. 다른 팀 선수들의 성향을 잘 파악하고 있는 만큼 저니맨의 비애보다는 조력자로서 역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황동일은 최근 '2022-2023 도드람 V리그'를 앞두고 열린 OK금융그룹의 기자 간담회에서 시즌 출사표를 던졌다. 황동일은 "팀에 합류한 지 한 달이 조금 넘었는데 선수들과 감독님, 코치님의 중간 역할을 하겠다"면서 "코트에서 우리 선수들이 파이팅할 수 있게 솔선수범하고 있는데 후배들과 외국인 선수 레오까지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내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황동일은 한국전력에서 이적해왔다. 미들 블로커 정성환과 1 대 1 트레이드를 통해서다. 황동일은 36살 동갑내기 미들 블로커 지태환과 함께 OK금융그룹에 합류하게 됐다.
그러면서 황동일은 V리그 최초의 전 구단 소속 기록을 세우게 됐다. 2008년 우리캐피탈(현 우리카드)에 입단한 황동일은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 대한항공, 삼성화재, 현대캐피탈, 한국전력 등 13시즌 동안 6개 팀에서 뛰었다.
2008-09시즌 신인왕에 오른 황동일은 이후 리그 정상급 세터로 인정을 받기도 했다. 한국전력에서 뛴 2020-21시즌 세트 성공 116개, 지난 시즌 105개 등 쏠쏠한 활약을 펼쳤다.
이에 대해 황동일은 "전 구단을 돌게 될 줄은 솔직히 몰랐다"면서 "석진욱 감독님께서 최초 수식어 달게 해주셔서 감사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석 감독은 "지난 시즌 주전 세터 곽명우가 흔들렸지만 올해는 황동일이 와서 중요한 순간 조언을 해줄 거라 기대하고 있다"고 영입 배경을 설명했다.
황동일도 "(곽)명우에게 다른 팀 선수들의 습성, 특징을 얘기해줬다"면서 "함께 훈련해본 선수들이고 전 구단 돌면서 각 팀 문화가 있는데 계속 조언해주고 있다"고 화답했다. 세터 치고는 큰 키(192cm)로 공격까지 이따금씩 선보이는 황동일은 그러나 "공격했을 때 일부러 (세리머니 등) 표현을 많이 하지만 본업이 세터라 세트 성공하면 더 기분이 좋다"고 본분에 충실할 뜻도 드러냈다.
특히 황동일은 "이 팀이 마지막이지 않을까요?"라면서 "또 한 바퀴 돈다고 하면 쉽지 않을 것 같고 OK에 온 이상 마지막으로 우승해서 남은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고 싶다"고 의미심장한 각오를 밝혔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세터 황동일이 과연 선수 생활의 화려한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