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한일 안보협력은 왜 위험한가[한반도 리뷰]

스마트이미지 제공

한미일 군사훈련을 둘러싼 논란은 단지 소모적 정치 공방으로 치부할 수 없다. 상황이 아무리 엄중해도 신뢰할 수 없는 일본과 안보협력을 강화하는 것은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할 문제다.
 
그런 점에서 보면, 덮어놓고 '친일' '친북' 프레임을 씌우는 것은 사안의 본질을 가릴 뿐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치색은 쏙 빼고 객관적 효용성만 냉철하게 따지는 지혜가 필요하다.
 

한반도 재진출 야욕 숨기지 않는 日…김태효도 비슷한 주장

 
먼저 약간의 사실 확인이 필요하다. 한일 안보협력의 효용을 판단할 기초가 되기 때문이다. 전제가 어그러지면 그에 바탕한 어떠한 논의나 결론도 무의미하다.
 
이번 공방의 한 축인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1일 상대 축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겨냥해 '일본군 한국 주둔설'은 망언이자 거짓말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 젊은이들이 '일본과 해상 훈련을 하면 욱일기를 단 일본군이 우리 땅에 진주한다. 구한말 같은 상황이 일어난다'는 (이 대표) 주장에 과연 공감할까"라고 반문하며 이같이 비판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한국 주둔설'을 말한 사실이 없다. 그는 전날 "일본군의 한반도 진주, 욱일기가 다시 한반도에 걸리는 날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을 뿐이다.
 
이 대표의 우려는 2015년 한일 국방장관회담 때 '한국의 유효한 지배가 미치는 범위는 휴전선 남쪽'이라는 취지의 일본 측 발언의 연장선에서 볼 수 있다.
 
현 정부 안보실세로 불리는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도 과거 논문에서 "일본이 한반도 유사 사태에 개입하는 것이 기정사실화되는 것은 평상시 대북 억지력을 증대시키는 효과"를 주장했다.
 
이처럼 일본은 명명백백하게 한반도 재진출의 야심을 갖고 있고 숨기지 조차 않는다. 이 위험한 현실을 직시하지 않는다면 뼈저린 과오를 되풀이 할 수 있다. 다행히 여야 대표 모두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했다.
 

한미일 결속에 북중러 자극…신냉전 형성시 안보부담 가중

 
한일 안보협력이 국익에 도움이 된다면 추진돼야 함이 마땅하다. 말마따나 북핵 위협 앞에 반일감정 따위는 사치이며 정략적인 친일 프레임일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의 한일관계에서 안보협력은 득보다 실이 훨씬 크다. 한미 안보동맹과 더불어 일본과도 안보협력을 강화하면 북한‧중국‧러시아의 대항적 결속 또한 강화될 수밖에 없다.
 
일본 방위성 페이스북 캡처

일본은 지난달 30일 동해에서의 한미일 대잠수함 훈련 목적을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구현'이라고 했다. 중국 견제를 위한 미국의 역외균형 전략과 일치한다. 북한만을 겨냥한 훈련이 아닌 셈이다.
 
중국으로선 한국이 한미일 동맹에 한 걸음 더 다가선 것으로 인식할 수밖에 없다. 일본 방위성이 배포한 3개국 합동훈련 사진은 중국의 경계심을 더욱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과거에도 한미일 해상훈련을 한 적은 있다. 하지만 동해 대신 제주 남방을 택하거나, 서로 멀리 떨어져 훈련하는 방식 등으로 수위를 조절해왔다는 점에서 이례적 사진이다.
 
뿐만 아니라 한미일은 이달 6일 동해 같은 수역에서 미사일 방어훈련을 이어갔다. 북한 탄도미사일을 이유로 한 것이지만 미사일방어(MD) 체계 구축과의 연관성이 자연스럽게 제기된다.
 
일본 방위성 페이스북 캡처

이런 일련의 흐름은 이른바 '사드 3불'이 사실상 무력화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사드 추가 배치가 없을 뿐 한미일 군사동맹과 MD 체계 참여로의 방향성 자체는 설정된 것이다.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은 "우리의 직접적 위협은 북한인데 이것을 중국과 러시아 쪽으로 돌리려고 하고 있다"며 "북한보다 더 큰 적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위험하다"고 말했다.
 

대만 위기시 연루 위험도 커져…"中의 큰 판에 北 하청업무"

 
반면 일각에선 동북아의 신냉전 기류는 이미 불가피한 대세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전직 외교관은 "신냉전이 굳어졌음을 인정하고 그 속에서 최대한 유리하게 흐름을 타야 한다"며 중국을 상대하기 위해 일본과의 협력이 현실적으로 필요해졌다고 지적했다.
 
일본 방위성 페이스북 캡처

하지만 동북아의 신냉전은 비단 한반도의 충돌 위험 뿐 아니라 대만사태와 한국의 연루 가능성까지 높인다. 한미일 안보협력이 강화하는 가운데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한국만 중립을 지키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안보협력과 안보동맹은 질적으로 다르다고 위안 삼을 수는 있지만 주변국이 인정해줄 지는 미지수다.
 
북한 도발이 계속된다면 동해 합동훈련 뿐 아니라 한일 간에는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은 물론 군수지원협정(ACSA) 체결까지 이어지며 안보 결속이 강화될 수밖에 없다.
 
김종대 전 의원은 8월 17~19일 서해에서 벌어진 중국 해군훈련에 대해 대만 위기시 주한미군 움직임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분석했다.
 
연합뉴스

그는 "북한이 요즘 더 공세적으로 나오는 것은 중국의 이런 생각을 알고 움직이는 것"이라며 "북한은 중국이 짜놓은 판에서 하청 업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야를 넓혀서 보면 지금 한미일 협력도 중요하지만 그 절반의 노력은 중국, 러시아에 쏟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日 군사대국화, 군비경쟁 부채질…한일 협력 한계효용은 제한적

 
한일 안보협력은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자연스럽게 승인하는 결과도 우려된다. 이는 동북아 패권 쟁탈을 위한 군비경쟁을 부채질하고 신냉전 기류를 더욱 강화하는 악순환을 낳는다.
 
일본은 이미 우리보다 많은 500억 달러(올해 기준)의 국방비를 5년내 2배 늘리기로 했다. 단숨에 미국과 중국에 이은 세계 3위 군사대국으로 도약하는 것이다.
 
일본은 선제타격을 뜻하는 '적 기지 공격 능력' 등을 추진하며 이미 자위 목적이라고 보기 힘든 막강 국방력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 한미일 해상훈련은 이런 위협적인 일본군 탄생의 서막이라 할 만하다. 미국 국방부가 공식 브리핑에서 '일본 해군'과 '일본해' 표현을 사용한 것은 단순 실수로 보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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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한일 안보협력을 둘러싼 부정적이고 심각한 우려에 비해 긍정적 기대 효과는 미미한 수준이다. 물론 빈틈없는 안보태세를 위해서는 우군은 많을수록 좋다.
 
하지만 중국이 아니라 단지 북한을 상대하는 목적이라면 한미 연합군의 전력만으로도 이미 차고 넘친다는 게 객관적 수치로도 입증된다. 여기에 자위대까지 가세해서 얻어질 한계효용은 크지 않다.
 
윤석열 대통령은 "(북한) 핵 위협 앞에서 어떠한 우려가 정당화될 수 있겠느냐"고 했다. 중대한 상황인 만큼 그 누구의 힘이라도 빌려야 한다는 뜻으로 들린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더라도 최소한의 국민 공감대는 있어야 한다.
 
일본이 과연 미국과 함께 우리의 운명을 믿고 맡길 만한 존재인지에 대한 의문은 합리적이고 정당하다. 다른 것도 아니고 안보에서 '묻지마' 식의 결정은 더 없이 위험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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