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무너뜨린 "예상 못한 화재"···'허점' 드러난 카카오 재난 대응

연합뉴스

사상 최악의 카카오 서비스 먹통사태는 카카오의 부실한 재난 대응이 그 원인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카카오 양현서 부사장은 16일 화재가 난 SK C&C에서 "예상하는 리스크 대응 시나리오가 있었지만 화재는 워낙 예상을 하지 못한 시나리오였기 때문에 대비책이 부족하지 않았나 본다"고 밝혔다.

예상 가능한 재난 중 화재는 포함되지 않는다는 해명인 셈인데 화재가 가장 일반적인 재난에 포함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납득이 어려운 설명이다.

일례로 2018년 11월 KT 아현지사 지하통신구 화재 때는 서울과 경기도 일부 지역의 통신이 길게는 열흘 동안 불통될 만큼 화재는 정보·통신의 주요한 위험 요인이다.

카카오 서비스 먹통은 화재가 발생한 SK C&C에 네이버도 서버를 두고 있다는 점과 비교되고 있다.

네이버도 일부 서비스 장애가 발생하기는 했으나 화재 당일인 15일 밤 대부분 복구를 마친 반면 카카오톡 등의 서비스가 완전 불통됐던 카카오는 언제 정상화 될지 기약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관해 네이버는 주요 서비스의 이중화와 컴포넌트 분산 배치·백업 등의 영향으로 피해가 적었다고 설명했다. 또 네이버가 자체 데이터센터를 갖춘 점도 서비스 장애를 최소화하는데 도움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는 메인 서비스 서버를 2013년 강원도 춘천에 마련한 자체 데이터센터 '각'에 두고 있으며 세종에 제2데이터센터를 내년 완공할 예정이다.

이에 비해 카카오는 데이터센터를 4곳에 두고 있으나 자체 데이터센터는 없고 한양대 안산 에리카캠퍼스에 내년 완공을 목표로 첫 자체 데이터센터를 건설하고 있다.

카카오는 SK C&C 판교 데이터센터에 약 3만2천대의 서버를 두면서 이 곳을 메인센터로 삼고 있다.

이와 관련해 업계에는 관리 비용과 예산이 더 들어가더라도 서버를 여러 데이터센터로 분산하고, 분산된 서버들 사이의 부하를 적절하게 나누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카카오는 "센터에 있는 서버 전체의 전원이 한꺼번에 차단된 경우는 이례적이며 워낙 규모가 컸다"고 사고의 이례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종호 과학기술부 장관이 16일 오전 경기 성남시 분당구 SK C&C 판교캠퍼스에서 열린 카카오 데이터센터 화재 관련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민간기업인 카카오의 서비스 불통으로 국민들이 큰 불편을 겪자 대통령부터 국회, 관계 장관까지 나서 대책 마련과 재발 방지를 요구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16일 "카카오, 네이버 등의 디지털 부가 서비스 중단으로 국민께서 겪고 계신 피해에 대해 매우 무겁게 느끼고 있다"며 "책임 있고 신속한 서비스 복구를 하도록 정부 부처도 노력을 다하라"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정확한 원인 파악은 물론 트윈 데이터센터 설치 등을 포함한 사고 예방 방안과 사고 발생 시 보고·조치 제도 마련도 철저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은 이날 오후 SK C&C 화재현장을 방문해 현장 조사를 벌였다.

과방위는 오는 24일 종합감사를 앞두고 카카오 홍은택 대표와 네이버 최수연 대표, SK C&C 박성하 대표는 물론 카카오 김범수 의장 등의 증인 채택을 검토하고 있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이날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현장을 방문하고 "주무장관으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사과드린다"며 "서비스가 조속히 정상화될 수 있도록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부가통신서비스의 안정성이 무너지면 우리의 경제·사회 활동이 마비될 우려가 있다"며 "앞으로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중요한 부가통신서비스와 관련 시설에 대한 점검·관리체계를 보완하는 등 필요한 제도적·기술적 방안들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 장관의 발언은 현행 방송통신발전기본법의 방송통신재난관리기본계획 대상에 카카오와 네이버 같은 부가통신사업자가 포함되지 않은 점을 고려한 법적 보완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카카오는 "지난 15일 발생한 판교 SK C&C 데이터센터 화재 직후 경영진과 각 부문 책임자들로 구성해 가동해온 대응 컨트롤타워를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 출범한다"고 밝혔다.

16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SK C&C 판교 데이터센터로 화재조사 관계자들이 현장검증을 위해 들어서고 있다. 윤창원 기자

카카오 서비스 불통 사태에 따른 피해 보상 문제도 관심이다.

일단 유료서비스인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음악 플랫폼 멜론과 웹툰 서비스 카카오웹툰은 이날 이용권 사용 기간 3일 연장 등의 보상책을 발표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 호출 서비스 카카오T를 이용하는 택시기사들에 대한 보상안을 안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카카오채널을 통해 광고를 하는 업체도 광고료를 내는 유료서비스인 만큼 보상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다수 국민들이 이용하는 카카오톡은 무료로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뚜렷한 보상 근거가 없다.

카카오는 이번 불통 사태로 인해 입은 피해를 신고할 수 있는 채널을 다음주 중 마련하고 신고접수를 받기로 했다. 신고 내용을 검토해 보상 대상과 범위에 대한 논의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15일 오후 3시 19분쯤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지하 3층 전기실에서 화재가 발생해 3분 뒤 데이터센터에 있는 서버 서비스 전원이 차단됐다.

이어 오후 3시 30분쯤부터 카카오톡과 포털사이트 다음, 다수의 카카오앱, 일부 네이버 서비스에 오류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카카오톡은 16일 오전 1시 31분쯤부터 모바일 버전에서 텍스트 메시지 수·발신 기능이 일부 복구됐고 오전 10시 25분쯤 PC버전의 로그인도 가능해졌다.

카카오는 이어 이날 오후 10시쯤 트위터를 통해 카카오 주요 서비스가 복구됐다고 안내했다. 서비스 장애가 발생한 지 30시간여 만이다. 하지만 일부 서비스는 복구 중이고 일부 지연 현상도 빚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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