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전국 지역구별 당원들의 대표자인 당협위원장 신규 임명‧교체에 시동을 걸고 있다. 연이은 대통령 선거, 지방선거 승리 이후 다음 국회의원 총선거 전 조직 정비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내년 초 새 지도부 출범을 위한 전당대회를 앞두고 '계파 논란'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는 현재 비어 있는 전국 68개 당협위원장 자리 공모와 당무감사를 통한 현직 '물갈이'를 준비 중이다. 비대위를 향한 이준석 전 대표의 가처분 소송전이 우선 일단락을 내리면서 비대위가 안착 수순에 돌입한 만큼, 당내 교통정리를 첫 번째 순서로 택한 것이다.
하지만 비상상황에서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해 사실상 '관리형'으로 출범한 비대위가 당협위원장 자리에 손을 대는 게 '계파 정리'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6일 김행 비대위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당내 줄 세우기' 등 지적은 어처구니없는 비난이고 시대착오적인 생각"이라며 "총선이 끝난 지 2년 6개월인데 70개에 가까운 당협위원장이 공석이고, 당헌상 1년에 한 번씩 반드시 해야 하는 당무감사를 총선 이후 실시하지 않았다. 당의 정상화와 안정화를 위해 더 이상 미뤄선 안 될 작업"이라고 말했지만, 이같은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당권주자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전당대회 준비에만 전념해야 할 비대위가 갑자기 당 조직들을 재편할 이유가 있을까"라며 정진석 비대위원장이 앞서 이준석 전 대표 체제 시절 '당협 쇼핑'을 거론했다는 점을 들며 "수십만 당원과 국민에 의해 선출된 당 지도부를 향해 '당협 쇼핑'이라고 비판했던 분이 피치 못한 사정으로 급조된 비대위 지도부의 자격으로 '당협대잔치'를 열겠다는 것이야말로 이율배반적인 행위가 아니냐"고 밝혔다.
인물 교체를 염두에 둔 당무감사 역시 시기 문제를 둘러싼 잡음이 나온다. 한 당협 관계자는 "전당대회 이후 새 당대표가 총선에 대비해 조직강화특별위원회(조강특위)를 구성해 빈자리를 채우고 당무 감사에 나서는 게 자연스러운 수순"이라며 "내년 2월쯤 전당대회를 치른다면 비대위 체제가 3~4개월 정도인데 당직자가 직접 현장에 나가는 만큼 상당 시간이 필요한 당무감사를 이렇게까지 서두를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당 관계자는 "대선과 같은 큰 선거 전후로 당협의 역할이 큰 만큼, 당무감사 시기를 조정해온 건 이상할 게 없는 일"이라며 "전당대회를 앞두고 현재 당내 주류와 가까운, 이들에게 유리한 당협위원장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한 포석으로 본다는 의견이 이미 당내에서도 많이 나오고 있다. 시기상 당내 소위 비주류를 솎아내려는 게 아니냐는 오해를 받기 십상"이라고 지적했다.
이준석 전 대표 체제 당시 조강특위 심사를 통해 당협위원장이 사실상 내정돼 있던 16곳 자리에 대한 논의 또한 원점으로 돌아갔다는 점에서 '이준석 흔적 지우기'란 비판도 나온다.
이같은 논란에 지도부도 셈법이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비대위 관계자는 "전대를 앞두고 지나치게 많은 자리가 비어있거나 유명무실한 상황에 당원들의 누적된 불만이 많다"며 "기본적으로 비대위에 부여된 당헌‧당규상 책임과 권한을 다 행사하겠다는 취지"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