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테니스의 메카 서울 올림픽공원 테니스 코트에서 진행된 근 한 달 동안의 테니스 축제가 마무리됐다. 여자프로테니스(WTA)와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코리아오픈부터 서울오픈 챌린저 대회까지 가을 테니스 열기를 후끈 달궜다.
'ATP 투어 휠라 서울오픈 챌린저'(총상금 13만2800 달러)가 16일 서울 올림픽공원 테니스 코트에서 막을 내렸다. 지난달 WTA, ATP 투어 코리아오픈까지 4주 동안 펼쳐진 테니스 축제였다.
단식에서는 중국계 리투(292위·호주)가 정상에 올랐다. 예선을 거쳐 본선에 오른 리투는 결승에서 우이빙(135위·중국)을 세트 스코어 2 대 0(7-6<5> 6-4)로 눌렀다.
생애 첫 챌린저 대회 우승이다. 리투는 "현실이 아니고 꿈을 꾸는 것 같이 너무 기쁘다"면서 "다음 주 부산오픈 챌린저 준비를 위해 기차를 타고 내려 가면서 기쁨을 만끽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아쉬운 점은 국내 선수들이 대거 불참했다는 점이다. 이 대회는 그동안 봄에 열렸지만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올해는 가을로 미뤄졌다. 때문에 전국체전 기간과 겹쳐 한국 선수 최고 랭커 권순우(84위·당진시청)를 비롯해 남지성, 홍성찬(이상 세종시청) 등 국내 간판들이 출전하지 못했다. 한국 선수 최초로 메이저 대회 4강 신화(2018년 호주오픈)를 이룬 정현이 출전할 예정이었으나 대회 직전 허리 부상으로 낙마했다.
다만 정현의 형 정홍(김포시청)이 대신 출전해 한국 선수로는 유일하게 단식 2회전에 올랐다. 정윤성(의정부시청)도 복식 결승에 올랐는데 아쉽게 우승을 차지하지는 못했다.
이번 대회를 준비한 국가대표 출신 임규태 토너먼트 디렉터(TD)는 "ATP 투어를 다녀봤기 때문에 선수와 코치가 힘든 부분이 어떤 것인지 안다"면서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다시 오고 싶은 대회로 만들고 싶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보통 챌린저 대회면 선수 등 관계자들이 안 보이는 곳에서 도시락을 먹는데 이번에는 투어만 제공이 되는 케이터링 서비스를 했다"고 덧붙였다.
제임스 더크워스(114위·호주) 등 선수들은 이번 대회 스폰서인 휠라 부스를 비롯해 경기장 주변의 햄버거, 커피숍 등 부대 시설에 놀랐다는 후문이다. 임 TD는 "정규 투어에서나 볼 수 있는 부스들에 선수들이 만족감을 드러냈다"면서 "주변에서 많이 도와주셔서 무사히 대회를 치를 수 있었다"고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젊은 동호인들을 위한 행사도 함께 열렸다. MZ세대인 2030 동호인들을 대상으로 한 '서울 언더독 오픈'에는 700여 명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휠라 관계자는 "접수 3분 만에 정원이 찼다"고 귀띔했다.
다만 이번 대회에서는 권순우, 정현을 이을 유망주들의 한계도 확인됐다. 한국 차세대 에이스로 꼽히는 김장준(오리온·1802위)는 1회전에서, 올해 윔블던 14세부 단식 우승자인 조세혁(남원거점스포츠클럽)은 예선을 통과하지 못했다.
ATP 투어 단식 160위까지 올랐던 임 TD는 "선수가 나오겠지 하며 기다리지 말고 적극적으로 육성해야 한다"면서 "한중일 유망주들의 실력이 너무 많이 차이가 난다고 하는데 반성해야 한다"고 일침을 놨다. 이어 "정현, 권순우 이후 엘리트에서 선수들이 나와야 한다"고 당부했다.
연이은 테니스 국제 대회가 서울 올림픽공원 테니스 코트에서 마무리된 가운데 부산 챌린저가 바통을 이어받는다. 전국체전을 마친 권순우 등이 출전하는 '부산오픈 ATP 챌린저 투어 테니스 대회'는 16일 예선을 거쳐 23일까지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