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의심환자도 일반병상서 치료…'응급실 감염 확산' 우려

오늘 개정된 <응급실 감염병 대응지침> 의료시설 배포 예정
선 진료 후 검사 체계 전환…1인 격리병상은 확진자만 진료
밀접접촉자, 유증상자라도 확진 안 되면 일반병상 진료 원칙
효율화·일상진료 전환 차원이라지만 감염 피해 키울 우려도

연합뉴스

17일부터 응급실 1인 격리 병상에서는 코로나19 유증상자나 밀접 접촉자를 제외하고 코로나19 확진자만 진료받을 수 있도록 응급실 감염병 대응지침이 개정된다. 응급실 병상 운영을 효율화하고 확진자 규모 감소 속 일상의료로의 전환에 속도도 내겠다는 차원이지만 응급실 내 감염 피해를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방역당국은 지난 12일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거쳐 "원활한 응급 진료를 위해 선별 코로나19 검사 및 격리 관련 내용을 정비한다"며 '응급실 감염병 대응지침' 개정안을 17일부로 각 의료시설에 배포할 계획을 밝혔다.

해당 개정안에 따르면 코로나19 선별 검사는 우선 환자가 응급실을 찾은 사안에 대한 진료부터 받은 후 의료진 판단에 따라 실시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바뀐다. 선(先) 진료 후(後) 검사 체계로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그간 응급 상황임에도 코로나19 검사 결과 후 진료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시급한 진료가 미뤄지는 문제가 제기된 바 있다.

검사 또한, 기존에는 정규 PCR, 신속 PCR,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 중 의료진 판단에 따르게 했지만 17일부터는 원칙적으로 신속 PCR 또는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로 실시하도록 바뀐다. 정확도가 다소 떨어져도 확진 유무를 빠르게 판별해 효율적인 진료가 이뤄지도록 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응급실 내 격리 병상 운영 방침도 변경된다. 이제부터는 응급실 내 1인 격리 병상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만 진료가 가능하다. 지금까지는 코로나19 확진자 외에도 유증상자, 또는 확진자의 동거인 등 의심환자도 1인 격리병상에서 진료가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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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번 지침 변경에 따라 17일부터 의심환자는 다른 비확진자처럼 일반 병상에서 진료를 받아야 한다. 아울러 1인 격리병상이 포화됐을 시 마스크 착용 불가 환자를 제외하고 마스크 착용이 가능한 환자는 일반 병상 또는 다인 격리병상에서 치료가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도 개정안에 포함됐다.

이처럼 응급실 감염대응 지침을 대폭 완화한 것은 응급실 병상 적체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일상의료의 전환에 속도를 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BA.5가 주도한 코로나19 재유행이 감소세를 이어가고 국민 상당수의 면역 확보로 인해 코로나19 감염 부담이 기존보다 낮아진 점도 고려된 조치다.

전문가들 또한, 응급 환자의 경우 코로나19 검사보다 응급 진료부터 받을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가장 감염에 취약한 응급실에 관한 방역 기준을 완화하는 것은 감염 위험이 여전한 상태에서 문제가 있을뿐더러 응급실 적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인 수단도 아니라고 지적한다.

황진환 기자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다인 격리병상, 일반 병상에서 확진자를 진료하도록 한다는 것인데 너무 위험하다. 한다고 해도 최소한의 순서가 필요하다"며 "코로나19 확진이 됐거나 의심이 드는 환자의 경우 1인 음압 격리병실부터 쓸 수 있게 하고 안 되면 1인 비음압 격리병실, 그것도 안 되면 다인 격리병상을 쓰고 그것도 안 될 경우 일반 격리를 병상 거리 간 확보 등 여러 구체적인 조건 하에서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응급실 적체 문제를 해결하려면 기본적으로 응급실에 환자가 몰리는 것을 줄이는 방법이 필요하다. '골든타임' 내 진료가 필요한 응급 환자 외 단순 몸이 불편하다고 느끼는 환자의 진료가 가능한 야간, 휴일 외래진료소의 확대 등이 그런 방법"이라며 "이번 (정부) 대안은 근본적인 방법이 아니"라고도 지적했다.

코로나19 재유행이 저점을 찍고 감소세의 둔화에 반등세도 조금씩 나타내고 있는 점도 위험 요소로 꼽았다. 실제로 전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2만1469명으로 일주일 전 대비 3823명 늘며 재유행 감소세가 슬슬 정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최근 신규 확진자가 1주일 전보다 소폭 오르고 있다. 다시 유행이 찾아올 가능성이 있다"며 "무엇보다 신속항원검사의 민감도가 떨어져 확진자로 분류되지 않거나 잠복기에 있는 '의심 환자'도 있는데 일반 병상에서 진료하라는 것은 과학적이지도 않다. 응급실 집단 발생에 폐쇄로 이어지면 의료체계 부담 완화가 아니라 더 커질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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