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당진항 부동산 투기 원인은 해수부 직무유기"

국회 농해수위 박덕흠 의원 국정감사서 문제 제기
"제3자 매매금지 조항 뺀 평택당진항 실시협약…투기 문 열어줘"
"인천신항도 개발이익 재투자 조항만 일부러 빼고 협약 맺어"

국민의힘 박덕흠 국회의원. 황진환 기자

정부가 10여년 전 민간개발사업으로 추진한 '평택·당진항 동부두 배후부지 분양사업'이 일부 기업인과 그 가족들의 부동산 투기 수단으로 전락한 데는 당시 해양수산부의 직무유기나 직권남용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 나왔다.

 

"제3자 매매금지 조항 뺀 실시협약…해수부 직무유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박덕흠(충북 보은옥천영동괴산·국민의힘) 국회의원은 최근 열린 해양수산부 국정감사에서 조승환 해수부 장관에게 "'평택·당진항 동부두 배후부지 분양사업'과 관련해 최초 분양자들이 입찰조건에 맞지 않는 개인들에게 소유권을 이전했고 2~4년뒤 수억원의 시세차익을 봤다"며 "해수부의 직무유기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 의원은 "시세차익을 본 개인들이 전 해수부 마산지청장 부인, 박장석 전 SKC 상근고문, 정일선 현대비앤지스틸 사장 등 항만·물류와 무관한 이들로 실시협약에 제3자 매매 금지 조항이 없다는 점을 교묘하게 이용했다"며 "실시협약에 소유권 이전 금지조항만 포함했다면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조 장관에게 해당 문제와 관련한 대책을 마련해 보고하라고 요구했다.
 

평택당진항 배후부지, 부동산 투기 의혹 관계표. 국회 농해수위 국정감사 영상회의록 화면 캡처

앞서 CBS노컷뉴스는 올해 7월 11일~9월 15일 2달여에 걸쳐 '평택·당진항 배후부지 개발사업'의 부동산 투기 의혹을 제기했다.

정부가 2003~2010년 평택시 포승읍 만호리에 민간투자방식으로 조성한 '평택·당진항 내항 동부두' 3개 선석을 민간에 분양하면서 항만·물류와 관계없는 특정 개인들에게 이익이 돌아갔다.
 
애초 정부는 이 배후부지의 민간 분양 조건을 국내외 개별법인 또는 2개 이상의 법인으로 구성된 컨소시엄만 가능하고, 업종도 항만배후부지 조성 용도에 부합하는 업종으로 한정했다. 그러나 부지를 준공한 2010년 낙찰업체가 아닌 재벌가와 특정기업 임원 가족 등이 토지 등기했다.
 
A구역은 영진공사가 낙찰받았지만 토지 등기자는 영진공사, ㈜디티씨, 정일선 현대비앤지스틸 대표, 김선홍 ㈜인테스 대표, 서웅교 프라핏자산운용 대표 등 5개 지분으로 쪼개졌다. 정일선 대표는 범현대가(家) 3세다.
 
C구역은 오케이물류·국원·SKC 등 3개 업체가 낙찰받았지만 오케이물류·㈜우성엘에스·박장석 전 SKC 상근고문·박○○·우○○·장○○ 등이 토지 등기했다. 박○○·우○○·장○○는 각각 평택동방아이포트의 주주사인 ㈜동방 임원의 가족들이다. 우○○는 김진곤 전 동방 대표이사 부회장의 부인, 장○○는 동방 전략기획실장의 부인이다. 박○○은 전 해수부 고위 공무원의 부인이다.
 
이들 중 일부는 낙찰 기업과 분양시행사가 정식 분양계약도 하기 전에 미리 지분쪼개기를 약속하는 비밀계약서를 작성했다. 이들은 해당 부지를 넘겨 받은 뒤 최소 3배 이상의 시세차익을 내고 매각하거나 부지 임대를 통해 수익을 얻고 있다.

 

"인천신항 민간개발사업도 개발이익 재투자 조항 빼고 협약 맺어"


박 의원은 항만 배후부지를 민간개발할 때 정부와 시행사가 맺는 '실시협약'이 부당이득을 얻는 창구로 악용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 의원은 2003~2010년 '평택·당진항 배후부지 민간개발사업'과 2019년 12월부터 추진 중인 '인천신항 배후부지 1단계 2구역' 민간개발사업을 주도한 업체가 현대산업개발이었다고 강조하면서 "평택당진항이 제3자 매매 규정을 넣지 않아 문제였다면 인천신항 개발사업은 개발이익 재투자를 담은 항만법 63조를 제외해 문제"라고 지적했다.
 
항만법 63조는 항만 개발이익의 25%는 반드시 임대료 인하 또는 공공시설 설치에 충당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인천신항 배후부지 민간개발을 추진한 해수부는 2017년 12월 법제처에 항만법 63조(개발이익 재투자)와 관련한 유권 해석을 요청했고, 다음해 3월 민간개발시 반드시 63조를 포함해야 한다는 회신을 받았다.
 
해수부는 2019년 12월 인천신항 배후부지 1단계 2구역을 민간개발사업으로 추진하면서 현대산업개발과는 해당 조항을 빼고 맺었다. 그러나 나머지 민간개발 구역은 63조를 포함해 계약했다.
 
박 의원은 이와 관련해 "특혜 의혹이 있다"며 "앞으로 항만개발로 인해 발생하는 이익이 적절하게 환수될 수 있도록 재협상하고 과도한 개발이익이 민간에 귀속되지 않도록 관련지침을 마련해 보고하라"고 요구했다.
 
조승환 장관은 "개발이익 재투자 조항이 실시협약에 없더라도 모두 항만법을 적용해 실시한다"며 "개발이익 재투자에 문제가 없도록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대답했다.
 

해양수산부와 현대산업개발이 2019년 12월 인천신항 배후부지 개발사업 1단계 2구역 '실시협약'을 맺을 당시 협약문에 빠졌던 항만법 제63조 문구. 국회 영상회의록 화면 캡처

한편 박 의원은 오는 21일 예정된 해수부 및 소관기관 종합감사 때 평택·당진항 배후부지 부동산 투기의혹과 관련해 박장석 전 SK상근고문과 정일선 현대비앤지스틸 사장, 최익훈 현대산업개발 대표 등 3명의 증인 출석을 요청해 여·야 승인을 받았지만 이후 '연락처 불분명'을 이유로 철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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