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의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발표에 격하게 반발하며 국정조사와 추가 고발, 감사원법 개정 등 "모든 수단 동원"을 천명해 총공세를 예고했다. 국정감사가 진행 중인 국회 상임위원회 곳곳에서 주제와 상관 없이 감사원 이슈가 오르내리며 강도 높은 진통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국정조사·고발·감사원법 개정 등 전방위 공세
감사원이 2020년 9월 문재인 정부가 부정확한 사실을 근거로 고 이대준씨의 '자진월북'을 속단했다는 취지의 감사 결과를 내놓자 민주당 내부에서는 격분이 터져 나왔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사실상 사정당국이 문재인 전 대통령을 겨냥해 칼을 겨눴다고 볼 정도로 엄중하게 보고 있다"며 "모든 수를 동원해서라도 감사원의 행태를 저지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고 전했다.민주당은 당 차원에서 쓸 수 있는 카드는 다 꺼낸다는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감사원을 대상으로 △국정조사 △최재해 감사원장 등 고발 △감사원법 개정안 발의 등으로 공세를 펼 계획이다. 민주당 정치탄압대책위원회 소속 김영배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실과 감사원은 견제가 기본인데 공모관계라고 한다면 큰 국정농단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대책위는 우선 국정조사를 통해 감사원의 감사 및 발표 과정에서 위법성이 있는지 살핀다는 방침이다. 대책위는 감사원 발표 전 다수의 감사위원들이 감사 결과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파악하고 있다. 감사원법에 따르면 이같은 경우 감사위원회를 거쳐 결과 발표 여부를 따져야 하는데 절차가 생략됐다는 게 대책위 주장이다. 이 때문에 국정조사를 통해 감사원장이 직권을 남용했는지 여부를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국정조사를 통해 직권남용 등 위법 요소가 발견되면 사정기관에 추가고발도 이어갈 계획이다. 앞서 민주당은 감사원 유병호 사무총장과 대통령실 이관섭 국정기획수석이 감사원 해명자료 관련 문자메시지를 나눈 것에 대해 고발 조치한 바 있다.
이와 함께 감사 개시 절차를 강화하고 절차 위반 시 벌칙 조항을 강화하는 내용 등을 담은 감사원법 개정안도 당론으로 발의한다. 이미 신동근 의원 발의로 감사원의 중립성을 강화하도록 하는 법안이 제출돼 있지만 감사 절차를 더 까다롭게 만들기 위한 추가 개정안 입법을 검토 중이다. 동시에 감사원법 개정 관련 토론회도 개최해 여론전까지 동원한다.
상임위원회 공세 수위 올라갈 듯…법사위·종합국감 '먹구름'
민주당이 공세 수위를 끌어올리면서 국정감사가 진행 중인 상임위 곳곳에서는 전운이 감돌고 있다.민주당 원내대표단 소속 한 의원은 "감사원의 표적 감사가 전방위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상임위 곳곳에서 감사원의 문제를 지적해야 한다"며 "당 차원에서도 감사원의 위법, 위헌한 행태를 취합해 대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도 "조사를 거부하는 문 전 대통령과 정치보복이라며 반발하는 민주당의 태도는 의혹을 증폭시킬 뿐(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이라며 다음주 강대강 격돌을 예고한 상태다. 특히 검찰과 법원을 상대로 한 법사위 국정감사와 종합감사 때 강한 충돌이 예상된다.
이미 정무위원회, 법제사법위원회, 국토교통위원회 등 곳곳에서 감사원의 '표적감사' 의혹 등을 이유로 파행을 빚거나 여야가 거세게 부딪힌 바 있다. "감사원 유병호 사무총장이 전면적으로 등장했다. 박정희 정권 당시 차지철을 연상시킨다(정무위 황운하 의원)", "자의적인 감사권 행사와 재량권을 넘는 감사원 행사는 위법 부당하다. 감사원의 감사권이 절대적 권한이 아니다(법사위 박범계 의원)" 등 지적으로 여야가 충돌했다.
감사원 공세 장기화는 '부담'…개정안 통과는 '미지수'
다만 일각에선 감사원 공세가 장기화될 경우 자칫 불리한 구도에 놓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감사원장 등 고발을 통해 사정 대결로 나아간다고 하더라도 수사 결과를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직권남용 혐의 자체가 입증이 어려운데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보로는 감사원의 위법성이 명확하게 특정됐다고 보기 힘든 측면이 있다. 반면 감사원이 수사의뢰 한 서해 공무원 사건으로 야권 주요 인사들에 대한 줄소환이 이어질 경우, 소환 자체로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하다.
감사원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우선 국민의힘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법사위 문턱부터 쉽지 않다. 가까스로 법사위를 통과한다고 하더라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입법이 사실상 어렵다.
여야 대치가 길어지는 것도 야권엔 부담이다. 현 정부와 전 정권의 대립 구도가 장기화될수록 국민들이 느끼는 피로도도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야당이지만 거대 의석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민생을 챙기지 않았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도 않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정쟁을 계속 벌이는 게 문제점을 지적하는 데는 좋을 수 있어도 민생 측면에서 보면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