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세대 십대 소녀들…이란 반정부 시위의 '상징'이 됐다[영상]

길거리에서 시위 중인 이란 여학생들. 트위터 캡처

'히잡 의문사'로 촉발된 이란의 반정부 시위가 한 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번 시위의 상징으로 'Z세대(1997~2012년 생)'가 떠오르고 있다.
 
앞서 이란의 쿠르드족 마을인 사케즈 출신의 아미니(22)는 지난달 13일 테헤란에서 여성 복장 규정을 단속하는 이슬람의 도덕 경찰에 의해 "부적합한 복장"으로 체포된 뒤 갑자기 숨졌다.
 
당시 아미니는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고 신체에 달라붙은 바지를 입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반정부 시위는 지난달 17일 아미니의 장례식 직후 시작됐다.
 
이번 시위는 계층, 지역, 민족을 망라한 각계각층이 동참하고 있지만 특히 여성들이 주도하고 있다. Z세대(1997~2012)인 10대 여학생들도 시위에 참여하면서 이번 시위의 새로운 '상징'이 되고 있다. 
 
왼쪽부터 니카, 사리나. 뉴욕타임즈 캡처

니카(16)와 사리나(16). 이 두명의 십대 소녀들은 지난 한 달 동안 이란을 뒤흔든 시위의 새로운 얼굴이 됐다.
 
실제로 이들의 이미지는 이란 전역의 도시 벽에 은밀하게 붙인 포스터와 시위대가 들고 있는 현수막에서 나타나고 있다. 
 
니카는 지난달 20일 테헤란의 한 거리에서 반정부 시위에 동참했다가 실종됐다. 니카는 열흘 뒤 싸늘한 주검이 돼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다. 
 
이란 정부는 니카가 공사장 건물에서 추락해 숨졌다고 주장했지만 가족은 니카가 이슬람혁명수비대에 납치돼 일주일간 심문을 받았으며 그 뒤 교도소에 수감됐다고 말했다. 
 
니카는 이모와 함께 살았고 바리스타가 되기 위해 카페에서 교육을 받으면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녀는 고등학교 졸업 후에는 외국에 가는 것을 꿈꿨고 노래하는 것을 좋아했다. 
 
시위를 벌이다 보안군의 지휘봉에 맞아 사망한 이란 소녀 사리나. 관련 트위터 캡처

사리나 역시 지난달 23일 카라지에서 시위를 벌이던 중 보안군이 휘두른 지휘봉으로 머리를 심하게 구타당한 뒤 사망했다.
 
사리나는 카라지의 한 고등학교에서 모범적인 학창시절을 보내고 있었고, 유튜브에는 전형적인 10대들의 일상을 기록했다. 사리나는 처음으로 화장을 한 모습을 올리기도 했고, 피자를 만들고 차 뒤에서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사리나는 한 영상에서 "우리는 기쁨과 즐거움이 필요하고, 우리는 좋은 정신, 좋은 분위기, 좋은 에너지가 필요하다"며 "하지만 이 모든 것을 갖기 위해서는 자유가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처럼 니카와 사리나는 노래하고 춤추고, 친구들과 낄낄거리고, 쇼핑몰을 배회하고, 셀카를 찍기 위해 포즈를 취하는 전형적인 10대들이었다.
 
관련 트위터 캡처

하지만 이 두 소녀의 얼굴은 수천 명의 젊은이들이 운집한 반정부 시위의 '상징'이 됐다. 니카와 사리나 같은 Z세대들은 SNS 등에 정통하고, 이전 세대들이 중시했던 정치적, 종교적 이데올로기에는 크게 얽매이지 않는다.
 
이에 이란 정부는 인터넷망을 끊고 인스타그램 등 젊은이들에게 인기있는 SNS 플랫폼을 차단하는 등 폭력으로 이들을 진압하려는 시도를 멈추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런 조치는 전혀 효과를 내지 못했고, 시위는 거리에서 대학 캠퍼스로, 그리고 고등학교로까지 확산됐다. 
 
관련 트위터 캡처

이런 가운데 이란 당국은 시위에 참여하는 초·중·고 학생들을 체포해 정신병원과 다름없는 교육시설에 가두고 있어 비난을 사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최근 이란 보안 당국의 강경한 시위 진압으로 어린이가 상당수 사망했으며 시위 중 체포된 학생 수백명이 성인 교도소에 갇히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편 노르웨이에 본부를 둔 인권단체 이란휴먼라이츠(IHR)는 지금까지 200여명이 시위에 참여했다가 목숨을 잃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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