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만에 다시 수원에서 가을야구가 열렸다.
김재박 감독의 현대 유니콘스와 김인식 감독의 한화 이글스가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만났던 지난 2006년 10월14일을 끝으로 한동안 수원에서는 포스트시즌의 열기를 느낄 수 없었다. 한화 정민철이 승리, 구대성이 세이브, 장원삼이 패전을 각각 기록했던 경기다.
수원은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전성기를 누렸던 현대의 연고지였다. 히어로즈가 재정난에 빠진 현대 구단을 인수해 연고지를 서울로 옮기면서 한동안 수원에서 야구를 볼 수 없었다.
이후 신생 구단 kt 위즈가 수원의 새 주인이 됐다. 비교적 단기간에 KBO 리그의 강자로 우뚝 섰다. 2020년 1군 진입 후 6시즌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해 다음해에는 통합우승을 달성했다.
하지만 지난 2년동안 수원에서는 가을야구를 볼 수 없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kt는 수원이 아닌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포스트시즌 경기를 치렀다.
13일 오후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2시즌 KBO 리그 kt와 KIA 타이거즈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은 그 의미가 남달랐다.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경기가 수원에서 16년 만에 다시 열리는 순간이자 kt가 홈 팬 앞에서 처음으로 가을야구 경기를 펼치는 순간이기도 했다.
이강철 kt 감독은 "홈 팬 앞에서 이렇게 (가을야구를) 시작한다는 게 의미가 있다. 저도 kt에 와서 팬 분들에게 할 도리를 했다고 생각하고 이제 팬을 위해 이기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과거 수원은 현대의 막강했던 전력만큼 흥행으로 잘 이어지지는 않았던 연고지다. 이날은 달랐다. 전국구 인기 구단인 KIA와 만난 시너지에 힘입어 만원 사례를 이뤘다. 경기 시작 후 약 1시간이 지나 1만7600석이 모두 판매됐다.
kt는 수원의 만원 관중 앞에서 '디펜딩 챔피언'의 저력을 자랑했다. 5⅓이닝 2실점 호투를 펼친 소형준과 조용호의 결승 2타점 적시타, 배정대의 막판 3타점 2루타 등에 힘입어 KIA를 6-2로 누르고 준플레이오프 진출 티켓을 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