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싣는 순서 |
①침수·화재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된 아파트 지하주차장 ②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는 아파트지하주차장 사전재해영향성검토·건축심의 ③공정성 담보 못하는 재해영향평가심의위원회·건축심의위원회 (계속) |
시행사는 아파트 건설을 시작하기 전 재해영향성평가 보고서를 작성해 재난과 재해 관련 대비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아파트가 지어질 관할 자치단체로부터 재해영향평가심의위원회의 심의를 받는다.
광주광역시의 경우 재해영향평가심의위는 통상 구청의 국장급 공무원이 위원장을 맡으며 미리 구성된 인재풀 안에서 10명 안팎의 위원이 사안마다 선정돼 구성된다.
토목과 건축, 환경 등 여러 분야 전문가가 참여하기도 하지만 광주 동구와 남구 재해영향평가심의위원회에는 아파트 지하주차장의 안전 관련 전문가가 포함돼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재해영향성평가심의위원회 위원 구성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으로, 이 같은 상황에서 자치구들은 자의적인 기준으로 위원을 선발하고 있다.
광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서재형 건축위원장은 "재해영향성평가심의위원으로 선발할 인원보다 지원자가 많을 경우 위원을 위촉할 수 있는 권한은 사실상 지자체의 판단에 달려 있다"며 "행정상 편의 등을 고려하면 더 협조적인 사람을 선택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건축 전반을 심의하는 건축심의위원회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확인됐다. 건축심의위원회는 공모절차를 거쳐 대상자를 공개모집한 후 접수된 대상자 가운데 시장이나 구청장 등이 위촉한다.
실제 CBS노컷뉴스가 광주시와 5개 자치구의 건축심의위원 명단을 확인한 결과 위원 구성 비율이 위원회별로 큰 차이를 보이는 등 제각각이었다. 광주시와 광산구의 경우 건축 계획 분야 위원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았고, 동구는 경관 분야 전문가의 비율이 가장 높았다.
광주시의 건축심의위의 경우 교수 등 학계 전문가가 22명인데 비해 민간 전문가는 41명으로, 민간 전문가가 두 배 정도 많았지만 자치구의 민간 전문가 비율은 대부분 절반 이하로 차이를 보였다.
문제는 민간 전문가 대부분이 건설업체 간부여서 이해관계를 벗어난 공정한 심의를 담보할 수 없다는 점이다.
광주시 건축심의위원을 지낸 A씨는 "건축 심의를 하는 과정에서 어떤 위원들은 설계 과정에서 특정 공법이나 시공 제품들을 소개하려고 한다"며 "사실상 이권을 추구하는 일은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광주 5개 자치구 중 재난·재해 관련 안전 전문가가 포함된 지자체는 두 곳 뿐이며 나머지 3개 자치구는 설비 전문가나 소방당국에서 자문을 맡고 있다.
광주 북구 최상호 도시관리국장은 "최근 아파트 지하주차장과 관련된 안전 문제가 대두되는 현실에 공감한다"며 "이번 위원회 임기가 끝나면 현실을 반영해 위원회 구성에 변화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아파트 지하주차장의 안전을 도모할 수 있는 공정한 심의를 위해 위원회 위원 구성 단계부터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