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모교인 서울대학교에 처음으로 그를 비판하는 대자보가 붙은 지 이틀 만에 게시자가 아닌 다른 사람에 의해 철거됐다. 대자보 게시자 A씨는 "대자보를 누군가 뗀 것과 관련된 내용을 포함해서 대자보를 다시 붙일 생각"이라고 밝혔다.
12일 오후 4시 30분쯤 학생회관 앞에서 만난 서울대 '윤석열 대자보' 게시자 서울대 생활과학대학 소속 22학번 A(19)씨는 "10일 밤에 붙인 대자보가 벌써 없어졌다"며 "누가 뗀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0일 오후 7시쯤 A씨는 '서울대학교 생활대생' 명의로 대자보 2개를 각각 서울대 중앙도서관과 학생회관에 게시했다. 대자보의 필자는 고교생 풍자만화 '윤석열차'에 대한 표현의 자유 억압 논란과 감사원의 대통령실 문자보고 사건을 언급하며 "헌법정신을 유린하고 국민들을 우롱하는 윤 대통령을 즉시 탄핵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A씨는 "'바이든 날리면' 관련 논란이 불거질즈음 윤 대통령이 국민을 거짓말하면 속일수 있는 존재로 본다고 생각돼 대자보를 게시하게 됐다"고 밝혔다. 또 윤 대통령을 비판하는 대자보를 붙이면서 지지자들의 비난이 두렵진 않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민주사회에서 의견 표출 막는 일이 잘못이지 의견을 내는 게 잘못은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학생회관 앞 게시판도 재학생들이 자유롭게 게시물을 붙이고 시간이 지난 후 자진 철거하는 방식으로 운영돼왔다. 중앙도서관에는 행정지원팀에 신청하고 이용할 수 있는 게시판과 별도 신청 없이 자유롭게 게시물을 붙이는 자유게시판이 마련돼있다.
A씨가 대자보를 게시했던 자유게시판에는 다른 학생들의 이용을 위해 '10일간 게시 후엔 자진 철거해달라'는 안내 문구가 붙어있다. A씨가 자진 철거하지 않은 '윤석열 대자보'만 게시 이틀만에 중앙도서관과 학생회관 두곳 모두에서 사라진 점은 이례적이란 말이 나오는 이유다.
전날인 11일 밤 8시55분쯤 중년 남성 세명이 학관 앞에 붙은 해당 대자보를 카메라로 촬영하고 있는 모습을 목격했다는 서울대 사회과학대학 소속 18학번 B씨도 "본인이 뗀 게 아니라면, 이틀만에 뗀 건 이례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
A씨는 "원래 게시기간도 최소 10일이고 다른 대자보도 전부 잘 붙어있는데 제것만 떼간 걸 보니 좀 이상하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윤석열 정부와 지지자들이 자유를 외치는데, 자유라는게 사실 어떤 주장을 하면 그에 대해 자유롭게 비판도 하고 또 반박하는 것 아니냐"며 "제 대자보 옆에 반박 대자보를 붙이는게 아니라 제걸 떼서 차단해버리는 것이야 말로 자유의 가치를 훼손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관계자는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게시물을 함부로 건드리지 못한다"며 "교내 정치 스펙트럼이 워낙 다양해져 반대 학생들이 뗐을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음은 서울대 교정에 게시됐던 대자보 전문.
▶ 헌법을 유린하는 윤석열 대통령을 탄핵하라[학생회관 게시] |
감사원은 대통령, 국회, 헌법재판소와 함께 헌법기관으로 규정되어 있다. 각 헌법기관이 각자의 업무영역을 간섭하는 것은 위헌으로 대통령에 대한 명백한 탄핵 사유이다. 지난 5일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에게 문자를 보낸 것이 발각되었다. 문자에서 유병호 사무총장은 이관섭 수석에게 명백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의 감사원에 대한 업무지시는 명백한 위헌이다. 헌법정신을 유린하고 국민들을 우롱하는 윤석열 대통령을 즉시 탄핵해야만 한다. -서울대학교 생활대생- |
▶ 윤석열 정부는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지 말라[중앙도서관 게시] |
지난 8월 15일 윤석열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 연설에서 '자유'라는 단어를 무려 33번이 언급하였다. 이처럼 '자유'는 윤석열 정부가 추구하는 가장 중요한 가치일 것이라고 생각되어져 왔다. 그러나 이 같은 자유에는 '표현의 자유'가 포함되지 않는 것 같다. 지난 4일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최근 부천만화축제에서 금상을 수상한 윤석열 정부를 풍자한 카툰에 대하여 '엄중히 경고하며 관련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표현의 자유는 헌법 제21조에 의하여 보장되는 국민의 기본권이다. 입으로는 자유를 외치는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것은 윤석열 대통령의 자유는 자신과 그 측근들에게만 적용되는 것이라고 추론할 수 있다. 더 이상 국민들의 인내심을 시험하지 말라. -서울대학교 생활대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