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호국문화축제인 전남 여수 거북선축제(구 진남제)가 3년 만에 개최됐지만 고증에 충실하지 못하면서 축제 취지가 퇴색됐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2일 여수시에 따르면 여수거북선축제는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2일까지 종포해양공원 일원에서 '희망의 미래를 향해, 다시 함성!'을 주제로 30여만 명이 참여한 가운데 성대하게 막을 내렸다.
1967년 시작된 국내 최초 호국문화축제인 '여수진남제'는 3려 통합 이후인 2004년 '거북선축제'로 명칭을 변경했다.
진남제는 진남(鎭南), 남쪽 바다를 제압해 나라를 지킨 호국정신을 향토문화제로 발전시킨 것으로, 임진왜란에서 승전을 이끈 이순신 장군의 구국정신을 본받기 위한 취지에서 시작됐다.
매년 5월 5일을 전후로 반세기 넘게 이어져온 축제는 코로나19 확산 우려 속에 중단됐다가 3년 만인 올해 처음 10월에 축제가 열렸다.
그런데 수군의 복색과 장군복, 거북선 장식 등에서 당시 고증에 실패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임진왜란 당시의 거북선과 판옥선, 이순신 장군 등을 재현하는 통제영길놀이.
5천여 명의 시민과 학생이 참여하는 대규모 퍼레이드에서 조선수군역을 맡은 학생들이 청록색 복색의 한복을 입고 등장해 '명나라 군대냐'는 지적이 나왔다. 과거 진남제에서는 흰색 한복에 파란색이나 검은색을 걸치고 나왔다는 것이다.
또 진남관을 형상화한 가장물에 붙은 검정색 국화문양 장식은 왜색 논란을 불러왔다. 거북선 가장물을 장식한 네온 조명시설도 화려한 볼거리에 치중해 실제 거북선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정기명 여수시장과 지역 국회의원, 시‧도 의원, 기관장 등 30여 명, 특히 여성 정치인들도 모두 장군 복장을 입고 등장한 것도 뒷말이 나오고 있다.
과거 진남제에서는 한 사람만 이순신 장군이 전쟁 때 착용하는 군복을 차려 입고 나머지는 전통 갓에 도폭이나 한복 등을 입고 행렬에 동참했다는 것이다.
더욱이 퍼레이드에 동참한 일부 정치인들이 손을 흔들며 행진을 해야 하는데 시민과 관광객들의 손을 잡고 인사하는데 분주하면서 행렬이 흐트러져 보는 이들이 눈살을 찌푸렸다.
일각에서는 이순신 장군의 말인 '호남이 없으면 이 나라가 없다'는 의미의 '若無湖南 是無國家'를 '약무호남 시무국가'로 한글 표기한 것도 한문을 그대로 쓰거나 "약무호남이면 시무국가라"로 표기했어야 했다는 지적도 있다.
여수시의회 한 의원은 "여수에서 가장 역사가 깊은 호국 축제인데 정치인들이 시민과 인사하려고 대열을 이탈하면서 행사가 엉망이 됐다"면서 "아무리 관광객을 위해 화려한 치장을 하더라도 당시 상황을 재현하려면 최소한의 고증은 지켜줘야 하지 않느냐"고 꼬집었다.
정기명 여수시장은 전날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60년을 바라보고 있는 거북선축제가 고증에 실패했다'는 지적에 대해 "이번 축제에서 지적됐던 문제를 살펴보고 다음 축제에서는 개선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