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둘러싸고 '식민사관'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정 위원장의 조부를 거론하며 공세를 이어갔다. 이들은 정 위원장 조부가 '친일 행각'을 벌였다는 기록을 제시했다.
임선숙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1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진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의 조부가 창씨개명을 했다"며 "정 위원장의 조부는 지나사변(중일전쟁)의 공로자"라고 주장했다.
임 최고위원은 최고위회의에서 "오타니 마사오, 이 이름은 정 비대위원장 할아버지 정인각씨가 창씨개명한 이름이다. 정인각씨가 창씨개명했다고 조선총독부 신문에서 보도해줄 만큼 친일 인사"라며 "정 위원장 조부는 정 위원장이 일본이 국운을 걸고 청나라를 제압했다고 감탄해 마지 않는 바로 그 만주사변에서 공을 세웠다. 조선총독부가 만주사변 공로자 공적조서까지 작성해준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정 위원장 조부는 일본에 엄청난 금액의 비행기 헌납금을 모아 바쳤고 군수물자 조달 공출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식민지 조선 사람들에게 일본에 충성하라는 시국 강연회를 열고 국방 사상 보급에 앞장섰다는 공을 인정받았다"고 설명했다.
임 최고위원은 이 과정에서 일제가 작성했다는 '공적 조서'도 제시했다.
전날 정 비대위원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욱일기를 단 일본군이 이 땅에 진주한다고?'는 제목의 글을 통해 "조선은 왜 망했을까? 일본군의 침략으로 망한 걸까? 조선은 안에서 썩어 문드러졌고, 그래서 망했다. 일본은 조선왕조와 전쟁을 한 적이 없다"며 "경박한 역사 인식으로 국민을 현혹시키지 말았으면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정 비대위원장 조부의 친일 이력이 제기된 것에 대해 "우리나라 역사에 있어 친일 역사라는 게 분명히 있지 않나. 역사 인식이 없는데 조부의 친일이 있다면, 우리나라 역사성에 대한 인정을 한다면 사과하는 게 마땅하지 않겠나라는 게 오늘 최고위 발언"이라고 말했다.
정치권 밖에서도 정 위원장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류근 시인은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조부의 친일 덕분에 3대가 떵떵거리며 호의호식한다"며 "이래서야 누가 외세에 빌붙지 않겠는가. 뼛속까지 친일파가 지금 국힘당 비대위원장"이라고 꼬집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지금도 늦지 않았다 민족반역자들 처단하라"는 등의 네티즌 반응이 나왔다.
연이틀 이어진 비판과 관련해 정 위원장은 이날 '국민미래포럼' 참석 뒤 기자들을 만나 "식민사관이 아니라 역사 그 자체다. 제발 공부들 좀 하라"고 반박했다.
한편 민족문제연구소가 발간한 친일인명사전에는 정 위원장의 조부가 등재돼 있지 않다. 민족문제연구소는 2014년 한 매체를 통해 "여러 문건을 통해 정인각 씨의 친일행적이 나타나긴 했지만, 등재되지 않은 것은 직위가 면장으로 고등관료가 아니었기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