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12일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 인상 조치를 단행했다. 이로써 10년 만에 기준금리 3% 시대가 열렸다. 금통위는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갈 것임을 시사했다.
금통위는 이날 오전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기준금리를 기존 연 2.50%에서 3.00%로 인상했다. 기준금리가 3%대로 올라선 건 2012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8월과 11월, 올해 1월과 4월, 5월, 7월, 8월에 이어 이날까지 여덟 차례 인상을 통해 기준 금리는 2.5%포인트나 올랐다. 잇따른 회의에서 5번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한 것도 1999년 기준금리 도입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지난 7월 빅스텝 이후 '0.25%포인트 점진적 인상론'을 한동안 유지해왔던 한은이 이번에 재차 빅스텝을 밟은 배경으론 고환율 상황이 꼽힌다. 금통위는 금리 결정 직후 내놓은 통화정책방향 회의 의결문에서 "환율 상승으로 인해 물가의 추가 상승 압력과 외환 부문의 리스크가 증대되고 있는 만큼 정책 대응의 강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고물가를 해소하기 위한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공격적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글로벌 달러 강세 흐름 속에서 원‧달러 환율은 최근 1400원선마저 돌파하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환율 상승은 수입품의 가격을 올려 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도 작용한다.
미국의 기준금리 상단이 지난달 우리 기준금리보다 0.75%포인트 높아진 가운데 연말까지 연준이 기준금리를 1.25%포인트 추가 인상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 만큼, 한은으로선 금리 격차를 가능한 선에서 줄이는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우위의 기준금리 격차가 벌어질수록 달러 대비 원화 가치의 약세는 심화된다는 게 전문가 분석이다. 이번 한은의 빅스텝 조치로 양국의 금리 격차는 0.25%포인트로 줄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달 연준의 금리결정 회의 직후 "연준의 최종 금리가 4%에서 안정되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기대가 한 달 만에 많이 바뀌었다"는 점을 들어 기존의 '점진적 금리 인상론'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뜻을 내비친 바 있다.
여전히 높은 물가 수준도 추가 빅스텝 조치의 주된 이유다. 통계청에 따르면 9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5.6% 올랐다. 물가 상승률은 8월(5.7%)에 이어 두 달 연속 상승폭이 둔화됐다. 하지만 근원물가(식료품, 에너지 제외) 상승률이 9월 4.1%를 기록해 7월(3.9%)과 8월(4.0%)에 이어 오름세가 확대되는 모습이다.
금통위는 "앞으로 소비자물가는 환율 상승의 영향 등이 추가 물가 상승압력으로 작용하면서 상당기간 5~6%대의 높은 오름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올해와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8월 전망치(5.2%‧3.7%)에 대체로 부합하겠지만 경기 둔화에 따른 하방 압력에도 불구하고 환율 상승, 주요 산유국의 감산 등으로 상방 리스크가 큰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금통위는 향후 정책 방향에 대해선 "국내 경기가 둔화되고 있지만, 물가가 목표 수준을 크게 상회하는 높은 오름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며 "이 과정에서 향후 금리인상의 폭과 속도는 높은 인플레이션의 지속 정도, 성장 흐름, 주요국의 통화정책 변화, 자본유출입을 비롯한 금융안정 상황, 지정학적 리스크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판단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한편 금통위는 국내 경기와 관련해선 "소비가 회복 흐름을 이어갔지만 수출 증가율이 낮아지면서 성장세가 둔화됐다"고 진단하면서 "앞으로 국내 경제는 글로벌 경기 둔화, 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성장세가 점차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성장률은 지난 8월 전망치(2.6%)에 대체로 부합하겠지만 내년의 경우 전망치(2.1%)를 하회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