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 떠밀려 다시 나온 1기 신도시 정비안, 주민원성 잠재울까

일산의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1기 신도시(분당·일산·평촌·산본·중동) 재정비와 관련해 오락가락하는 행보로 주민들의 원성을 샀던 정부가 1기 신도시 재건축 선도지구(시범지구) 지정을 앞당기는 등 "1기 신도시 정비를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1기 신도시 정비 추진 현황을 설명하며 향후 지자체 및 주민과 소통 강화를 위한 추진계획을 밝혔는데 시장에서는 "기존 발표를 거창하게 포장해서 '재탕'한 것"이라는 혹평이 나온다.

1기 신도시 일각에서는 "그동안의 정부의 행보를 볼 때 1기 신도시 재정비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며 "일방적인 설명회 개최나 총괄기획가 위촉이 아닌 진짜 소통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불만도 나왔다.

"1기 신도시 재정비 선도지구, 2024년 지정 추진"

국토교통부는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1기 신도시 정비 추진현황'을 설명하며 향후 계획을 밝혔다.

국토부는 △1기 신도시 정비를 위한 민관합동 전담조직(TF) △국토부 장관-1기 신도시 5개 지자체 간 간담회 △1기 신도시 정비기본방침 및 특별법(안) 마련을 위한 연구용역 발주 등을 진행해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향후 △2024년 중 지자체별 마스터플랜 수립 완료시 '1기 신도시 정비 선도지구' 지정 △국토부 장관-지자체장 간담회 개최 △주민설명회 개최 △지역별 총괄기획가 위촉 등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국토부의 이런 발표에 대해 시장에서는 "기존 발표와 다를 것이 없다"는 반응이다. 익명을 원한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2024년 중 1기 신도시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겠다'는 기존 발표를 좀 더 거창하게 포장해서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고 일갈했다.

국토부 원희룡 장관이 한 언론인터뷰에서 "임기 5년 내 1기 신도시 재정비 시범지구 내지 선도지구 지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을 "2024년 중 지정을 추진하겠다"고 구체화한 것과 지역별 총괄기획가 위촉 등을 빼면 1기 신도시 재정비와 관련해 이날 발표를 통해 달라진 내용은 많지 않다.

"선도지구 지정 필요성, 지정 시기 변덕 등 정부 의도 의심스러워"

1기 신도시로 조성된 분당신도시. 성남시 제공

정부 발표와 관련해 1기 신도시 주민들은 큰 기대는 하지 않는 분위기다.

일산재건축연합회 관계자는 "한참 늦었지만 지자체.주민 소통 강화를 하겠다는 발표는 환영할만하다"면서도 "고양시장 직속으로 설치된 재건축재개발TF 기능 강화 등을 통해서 재건축이 시급히 추진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부가 발표한 정비 선도지구 지정과 주민설명회 개최 등을 통해 1기 신도시 재정비가 현실화될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도 여전하다.

분당재건축연합회 관계자는 "'30년 이상 공동주택 정밀안전진단 면제' 등 공약을 이행하면 되는 것이지 '선도지구' 지정이 왜 필요한가"라고 반문하며 "1기 신도시 재정비 공약이행을 촉구하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1기 신도시들이 선도지구 지정을 위해 경쟁하는 과정에서 단합이 무너지고, 시간을 끌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스럽고 '2027년 선도지구 지정 추진'을 이야기했다가 갑자기 '2024년 중 지정 추진'이라고 말을 바꾸는 것 역시 선도지구 지정의 이유를 의심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이어 "이달로 예정된 주민설명회에 대해서도 연합회는 일정조율은 커녕 일정통보도 받지 못했다"며 "분당 재건축 추진을 위해 뛰고 있는 주민대표들도 모르게 열리는 주민설명회에서 어떤 분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할 계획인지 궁금하다"고 꼬집었다.

"마스터플랜 수립 필요…정부가 구체적인 결과물 보여줘야"

전문가들은 1기 신도시 마스터플랜 수립 자체에 대해서는 정부와 의견을 함께하되 정부가 구체적인 결과물을 제시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이은형 연구위원은 "비슷한 시기에 대량으로 공급된 아파트가 많고 노후화가 함께 진행된다는 점에서 1기 신도시 마스터플랜 수립은 꼭 필요한 사안"이라며 "학교와 도로 같은 기반 시설은 물론 인동 간격과 일조권, 용적률 인센티브 등의 관련 법률, 단지별 정비사업의 추진 순서 등에 이르기까지 다뤄야 할 사안이 상당한 만큼 정부가 충분한 시간을 투입해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수준의 결과물을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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