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수·화재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된 아파트 지하주차장

[아파트 지하주차장 안전진단 보고서①]
잇따른 침수·화재 피해에도 광주 아파트 지하주차장 대비 '미비'
침수 피해 발생한 아파트 지하주차장 개선책 마련 '미흡'
화재 발생한 아파트 지하주차장 미작동한 스프링클러 여전히 사용 중

▶ 글 싣는 순서
①침수·화재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된 아파트 지하주차장
(계속)

2020년 당시 침수 피해가 있었던 광주 북구 운암동 모 아파트 지하주차장. 박성은 기자

광주 북구 운암동 A 아파트. 2020년 8월 이례적인 폭우로 아파트 지하주차장까지 물이 차는 등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하지만 해당 아파트 지하주차장은 2년 전과 비교할 때 차수판(물막이판) 등 침수 대비 시설물 보강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차수판은 일반적으로 높이 50~60cm에 두께 6cm 정도로 지하주차장 입구에 일렬로 세워 빗물을 막는 장치다.
 
해당 아파트 인근 도로는 광주시가 침수 우려 지역으로 지정해 집중 관리하고 있는 15곳 중 하나로 상습적으로 침수가 발생했거나 지대의 특성상 침수가 우려되는 지역이다.
 
해당 아파트 관계자는 "아파트 일대가 침수 우려지역으로 지정됐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며 "2020년 이후 지하주차장에 대한 안전 정책 변화는 사실상 없었다"라고 말했다.
 
광주 서구 화정동 한 신축 아파트에 설치된 차수판 모습. 박성은 기자

2020년 당시 물이 찼던 광주 서구 B 아파트는 당시 관리소장의 발 빠른 대처로 시민들은 물론 차량까지 모두 대피해 지하주차장에서 큰 침수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주민들 중 일부는 여전히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해당 아파트 관계자는 "2020년 8월 순식간에 지하주차장에 사람 키가 넘는 물이 차오른 상황이 아직도 생생하다"며 "여름이면 또다시 침수 피해가 발생하지는 않을까 걱정된다"라고 말했다.
 
당시 광주 서구에서 피해가 발생한 아파트 2곳은 광주시청에 차수판 지원을 요청했다. 하지만 설치 비용 중 일부는 아파트에서 부담해야 했다. 문제는 차수판으로는 사람 무릎 높이만큼 차오른 빗물은 막을 수 있지만 그 이상으로 물이 들어올 경우 사실상 무용지물이 된다는 점이다.
 
광주 서구청 관계자는 "당시 지원했던 두 곳은 침수 피해가 있었고 하천 관리에 대한 민원이 강하게 제기됐다"며 "서구 전체 아파트를 지원해 주고 싶어도 보조금 예산이 제한돼 한계가 있다"라고 말했다.
 
광주에 지하주차장이 있는 아파트는 575단지다. 이 중 차수판이 설치된 곳은 27단지로 약 4.7%에 불과하다. 대다수 아파트 지하주차장이 침수 위험에 노출돼 있는 셈이다.
 
올해 3월 화재 당시 작동하지 않았던 스프링클러. 박성은 기자

올해 3월 광주 남구 봉선동 모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한 차량 하부에 불이 붙은 채 지하주차장에 진입했다. 시민의 재빠른 신고로 인명피해는 막을 수 있었지만 CCTV 영상으로도 불길이 확인될 만큼 제법 큰 불이었다.
 
문제는 사고 당시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해당 스프링클러는 연기에만 작동될 뿐 열 감지 센서가 설치돼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최명기 교수는 "아파트 지하주차장은 대피가 어렵기 때문에 물이 바로 공급될 수 있는 스프링클러를 사용해야 한다"며 "대부분의 아파트 지하주차장이 가지고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이처럼 광주 상당수 아파트 지하주차장이 침수와 화재 등 각종 사고에 심각하게 노출돼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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