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기준금리 인상 기조…연간 기준 경상수지 흑자낼 것"(종합)

"내년 1분기까지 고물가 상황 지속될 듯…물가 중심 통화정책"
기준금리 지속 인상 예고…다음주 금통위에서 '빅스텝' 유력
한미통화스와프 관련, "연준과 정보 교환하며 논의 중"
경상수지 넉달만에 적자로 전환…尹 "연간으로 흑자 예상되지만 선제적 대비할 것"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의 한국은행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안경을 만지고 있다. 윤창원 기자

고환율·고물가·고금리의 3고(高) 현상으로 한국 경제 위기설이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고물가 상황이 내년 1분기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높은 수준의 환율이 추가적인 물가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도 봤다. 당분간 한은은 물가를 중심으로 통화정책을 펼치겠다는 입장이어서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다음주 결정될 기준금리 인상폭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은 "지속적인 기준금리 인상 기조 유지할 것"


이창용 총재는 7일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모두발언에서 분명한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밝혔다.

가장 큰 이유는 '고물가'다. 앞서 지난 5일 통계청이 발표한 '9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2020년 100 기준)는 108.93으로 지난해 9월 103.17 대비 5.6% 상승했다. 8월과 9월, 두 달 연속 내린 것이긴 하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밥상물가가 치솟고 있는데다 우크라이나 사태, 환율 급등, 전기·가스요금 인상 등이 물가 상승을 다시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물가 상황의 심각성을 고려하면 당분간 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한은의 시각이다. 이 총재는 "물가가 5%대에서 얼마나 빨리 내려오는지가 중요한데 (내년 1분기까지) 고물가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공급, 수요 모두 고려하지만 물가가 5% 이상이면 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보고 있고, 그 이하로 떨어지면 다른 정책 조합을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초 10월 말로 내다봤던 '물가 정점'에 대해서도 "아직은 10월로 보고는 있다"면서도 정점도 바뀔 수 있어 더 봐야 한다고 여지를 남겼다.
 
다음주로 다가온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인상을 얼마나 할지 등 관련 질문에 대해 이 총재는 답을 피했지만, 시장에서는 한은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소비와 투자 심리 모두 위축되면서 경기 침체로 이어지는 건 아닌지 우려도 나오지만, 일단 고물가가 '발등에 떨어진 불'이기 때문이다.

이날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27~30일 채권 보유·운용 관련 종사자 1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전원이 이달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인상을 예상했다. 응답자의 89%가 0.50%포인트 인상을 예상했다.

'고공행진' 원·달러 환율…이창용 "IMF 기준 외환보유고 문제없어"

연합뉴스

이창용 총재는 "IMF(국제통화기금) 안에서 한국의 외환보유고가 적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며 시장의 과도한 불안을 경계했다. 이 총재는 "IMF가 권고하는 외환보유액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어떤 상태인가"라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아울러 그는 "우리는 지금 100% 조금 밑이고, IMF 기준은 80~150%인데, 이 기준은 신흥국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IMF는 한 나라의 수출액, 시중 통화량, 유동 외채 등을 가중평균해 합한 금액을 적정 외환보유액으로 가정하고, 경제 규모 등에 따라 기준의 80~150% 범위에 있으면 문제가 없다고 본다. 지난해 한국의 실제 외환보유액은 IMF 기준의 99% 수준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외환보유액이 197억달러 급감한 이유에 대해서는 "9월 감소 폭이 이례적으로 컸는데, 우리(한은)가 생각하지 못한 여러 불확실성이 한꺼번에 일어났기 때문"이라며 "외환시장에서 9월과 같은 쏠림 현상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지만, 쏠림이 있으면 외환보유액이 충분하기 때문에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의지를 밝혔다.

이 총재는 또 환율 안정을 위한 미국과의 통화 스와프 추진 경과에 대해서는 "결국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한미 통화스와프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에, 연준과 많은 정보를 교환하며 논의하고 있고, 전제 조건으로 글로벌 달러 유동성의 위축 상황이 와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미 통화 스와프의 효과에 대해서는 "경제 주체들의 심리를 안정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게 사실"이라고 전제하면서도, "미국 달러 강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장기적으로 환율을 안정시킨다고 보기 어렵고 다른 요인도 고려해야 한다. 한미 통화스와프만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넉달만에 경상수지 '적자'…이창용 "연간으로는 흑자낼 것"

연합뉴스

이날 국감에서는 넉 달만에 적자로 돌아선 경상수지 적자와 관련한 질의도 이어졌다.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8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8월 경상수지는 30억5천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달(74억4천만달러 흑자)보다 104억9천만달러나 감소한 수준이다. 원자재 등의 수입가격이 큰 폭 오르면서 상품수지 적자가 확대된 영향이다.

경상수지는 2020년 5월 이후 올해 3월까지 23개월 연속 흑자를 유지했으나, 4월 수입 급증과 해외 배당이 겹치면서 적자를 낸 바 있다. 이후 5월 흑자 전환에 성공한 뒤 석 달째 흑자 기조를 이어갔으나 다시 넉 달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경상수지 적자는 외화수급에 영향을 미쳐 가뜩이나 고공행진하는 원·달러 환율을 추가로 올릴 수 있기 때문에 한국 경제에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다만 이날 이창용 총재는 경상수지 적자가 고착화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일각에서 제기되는 위기설을 경계하는 모습이었다

이 총재는 "우리나라 경상수지는 올해 연간으로 흑자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며 "내년에도 이전보다는 적겠지만 흑자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경상수지가 상반기에 270억달러 정도 흑자가 나 하반기 몇 달간 (흑자와) 적자가 왔다 갔다 하더라도 연간 전체로 흑자기조가 유지된다는 것은 거의 통계적으로 확실하다"고 강조했다.

내년의 경우 전 세계 경기 침체가 상반기에 집중된 뒤 2분기 이후 회복 국면에 접어들고, 에너지 가격도 안정되면서 이전보다는 적겠지만 경상수지 흑자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도 이날 오전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하고 "대외건전성의 기본 안전판은 경상수지"라며 "올해 연간으로 상당한 규모의 경상수지 흑자가 예상되긴 하지만 이런 흑자기조가 지속될 수 있도록 선제적으로 대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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