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최초로 7년 연속 한국시리즈(KS)에 진출했던 두산. 올해는 9위가 확정돼 8년 만에 가을 야구에서 소외됐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KS에 진출, 3번이나 정상에 올랐던 '두산 왕조'가 사실상 막을 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곰 군단'은 세대 교체를 통해 내년 재건을 꿈꾸고 있다.
왕조 재건에 앞장설 내야진의 새로운 리더로 강승호(28)가 꼽힌다. 두산 황금 세대에서 어느덧 베테랑이 된 허경민(32)과 함께 젊은 선수들을 이끌어야 할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2013년 프로에 입문한 강승호는 올해 커리어 하이 시즌을 치르고 있다. 132경기 타율 2할5푼9리 113안타 9홈런 61타점 53득점 13도루로 모두 가장 좋은 기록이다.
강승호는 SK(현 SSG)를 거쳐 두산으로 이적한 지난해에야 한 시즌 100경기를 넘겼다. 113경기 타율 2할3푼9리 7홈런 37타점을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였다. 그러더니 올해 주전의 입지를 완전히 굳혔다.
사실 두산 왕조의 쇠퇴는 몇 해 전부터 예상이 됐다. 양의지, 박건우(이상 NC), 오재일(삼성), 최주환(SSG) 등 주역들이 다른 팀으로 이적했던 터였다. 화수분 야구로 버텨왔지만 한계가 있었다.
그런 두산은 내년 새로운 화수분을 준비한다. 김태형 감독은 "김재환, 허경민, 정수빈을 비롯해 외국인선수 등 해줘야 할 선수들이 올해 썩 좋지 않았다"면서 "그래도 김민혁, 안재석, 전민재, 김대한 등의 가능성을 확인했고 이들이 성장한다면 내년 순위 싸움을 해볼 만하다"고 말한다.
강승호 역시 주축으로 우뚝 서야 한다. 김 감독은 "박세혁, 양석환, 강승호 등이 잘 해주고 있지만 아직은 경기를 풀어갈 수준까지는 아니다"면서 냉정하게 짚으면서도 "강승호가 올해 잘했지만 더 성장할 수 있다"고 힘을 실어줬다. 두산의 주전 유격수로 터줏대감이었던 김재호에 대해서는 "이제 백업 역할을 해야 할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두산 내야진에서 강승호의 역할이 더 커질 수 있다는 뜻이다. 본인도 잘 알고 있다. 강승호는 "안재석, 전민재, 이유찬 등 젊은 내야수들이 많다"면서 "내가 내야진의 리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올해에 만족하지 않고 더 발전해야 한다. 강승호는 "홈런은 개인 한 시즌 최다를 기록했지만 타율을 더 높여야 한다"면서 "내년에는 나만의 스트라이크 존을 잡고 타격 폼도 수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승호의 올해 타율은 이전까지 가장 높았던 2018년 SK 시절 2할5푼5리보다 높았지만 출루율은 3할7리로 당시 3할3푼보다 낮다.
우여곡절 끝에 SK를 거쳐 두산으로 이적해온 강승호. 과연 곰 군단의 왕조 재건을 이끌 내야진 리더로 거듭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