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성착취 전단계인 '온라인 그루밍', 처벌법 유명무실

'온라인 그루밍 처벌법' 시행 1년
10개월 동안 검거 인원은 단 25명
공식 통계 경찰·법무부 모두 관리 안 해
온라인 그루밍 실태에 비해 입법 공백 심각


텔레그램 성착취 범죄인 이른바 '제2의 엔(n)번방 사건'이 최근 발생하면서 경찰은 뒤늦게 전담 수사팀을 꾸리는 등 대응에 나서고 있다. 해당 사건에서 불법 성착취물은 300개가 넘고 피해자는 대부분 미성년자로 알려지면서 심각성을 더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디지털 성범죄는 성착취를 목적으로 아동·청소년을 유인하는 '온라인 그루밍'을 계기로 이뤄진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그런데 온라인 그루밍 성범죄와 관련한 수사 및 처벌 시스템은 아직까지 제대로 구축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6일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9월부터 올해 7월까지 10개월 동안 온라인 그루밍 성범죄 사건은 총 43건이 접수됐다. 이 중 검거 건수는 25건이며 18건은 수사가 진행 중이다.

온라인 그루밍이란 아동·청소년을 성적으로 착취할 목적으로 성적 욕망, 수치심, 혐오감을 유발하는 대화를 지속하거나 반복하는 행위를 말한다. 아동·청소년이 성적인 행위를 하도록 유인하거나 권유하는 행위도 포함된다.

여성가족부의 '2021년 여성폭력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에 응답한 만 14~18세 여성 청소년 1천명 중 성인과 대화를 나눠본 경험은 34.7%로, 이들 중 27.7%는 성적인 대화를 나눴다고 답했다. 또 15.6%는 실제로 오프라인에서 만난 경험이 있었다. 전체의 10%에 달하는 여성 청소년은 성인과 일대일 대화 후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성적인 요구를 받았다고 밝혔다.

온라인 그루밍 처벌법(청소년성보호법 개정안)이 지난해 9월 시행됨에 따라 온라인 그루밍 범죄 행위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하지만 온라인 그루밍 실태에 비해 검거율이 저조해 입법 공백이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디지털 성범죄 단속을 위한 경찰의 위장 수사의 경우 지난해 9월부터 올해 8월 말까지 183건이 진행됐는데, 온라인 그루밍 혐의 검거 인원은 단 1명(수사 2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인이 미성년자와 교감하고 신뢰 관계를 형성해 성 착취에 저항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그루밍은 성착취 행위를 앞둔 '준비 단계'인 만큼 범죄 입증 과정이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졌다. 접근 자체가 성착취 목적이었는지 등을 파악해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그루밍 성범죄에 대한 공식 통계도 없어 제대로 된 실태 파악도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온라인 그루밍 사건에 대해 경찰과 법무부는 별도로 통계를 작성, 관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에 용 의원은 "그루밍 범죄를 제대로 처벌해야 추후 직접적인 성범죄를 막을 수 있지만 여전히 성인이 아동·청소년에게 성 착취를 목적으로 접근하는 것을 범죄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며 "따라서 그루밍 행위에 대한 실효적인 수사와 처벌이 미흡한 건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를 해결하려면 '성적 착취의 목적'에 대한 명확한 기준과 그루밍에 대한 수사관들의 충분한 이해를 통한 적극적인 수사가 필요하다"며 "온라인 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을 통해서 발생하는 아동·청소년 그루밍 범죄에 대해서도 처벌 규정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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