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출범 최초로 시즌 개막일부터 1위를 줄곧 지켜 정규 리그 우승의 역사를 쓴 SSG. 이른바 '와이어 투 와이어' 정규 시즌 1위는 40년 역사상 처음이다.
선수단 모두 공신이지만 주장 한유섬(33)을 빼놓을 수 없다. 한유섬은 4월 한 달 맹타를 휘두르며 SSG의 초반 1위 질주에 큰 공을 세웠고, 시즌 막판에는 짜릿한 끝내기 홈런으로 우승의 결정적인 역할을 해냈다.
SSG 김원형 감독은 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 리그' 두산과 원정을 앞두고 올 시즌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로 지난달 30일 키움과 홈 경기를 꼽았다. 김 감독은 "많은 경기들이 있지만 아무래도 최근이고 우승에 결정적이었던 경기"라고 설명했다.
당시 SSG는 1위 수성의 큰 위기를 맞았다. 전날 키움에 7회까지 9 대 6으로 앞서다 8회 불펜진이 와르르 무너지며 6실점한 끝에 9 대 14 대역전패를 안았다. 2위 LG와 승차는 2.5경기로 좁혀졌다. 당시 SSG는 6경기, LG는 9경기를 남겨 놓고 있어 1위를 장담하기 쉽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SSG는 다음 날도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2 대 1로 앞선 8회초와 2 대 2로 맞선 10회초 유격수 박성한의 잇딴 실책으로 실점하며 눈에 보였던 승리를 놓치며 패배 위기에 놓였다. 그러나 박성한이 10회말 혼신의 주루로 내야 안타를 만들더니 김강민의 안타 때 3루까지 뛰어 기회를 살려 기어이 동점 득점을 기록했다.
마무리를 캡틴이 장식했다. 한유섬은 11회말 1사 만루에서 통렬한 우중월 홈런을 날리며 짜릿한 끝내기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 LG도 NC를 2 대 1로 눌렀던 터라 만약 SSG가 졌다면 승차가 1.5경기까지 줄어 정말로 위험할 수 있었다.
여세를 몰아 SSG는 다음 날인 1일 KIA를 3 대 2로 잡았다. LG가 NC에 패하면서 승차가 3.5경기로 벌어져 사실상 SSG는 우승권에 안착할 수 있었다.
한유섬은 김 감독이 꼽은 올해 가장 기억에 남은 경기를 전해 듣더니 "아무래도 가장 최근 경기였기 때문일 것"이라고 겸손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서도 "시즌 초반 잘 하다가 중반 부진해 마음이 좋지 않았는데 그래도 막판에 해줘서 다행"이라고 웃었다.
올해 한유섬은 4월 24경기 타율 3할9푼5리 3홈런 27타점을 몰아쳤다. 시즌 전 5년 60억 원 다년 계약이 아깝지 않다는 평가를 들었다. 특히 4월 2일 NC와 개막전에서 연장 10회 쐐기 2타점 2루타로 팀의 첫 테이프를 산뜻하게 끊어줬다.
하지만 한유섬은 이후 5월 타율 2할6푼7리로 주춤하더니 6, 7월에는 1할대에 허덕였다. 8월 3할4리 타율로 다소 반등했고, 9월 이후 타율은 2할1푼이지만 6홈런으로 올 시즌 월간 홈런은 개인 최다였다.
한유섬은 SSG의 전신 SK 시절 2018시즌 한국시리즈(KS) 우승 주역이었다. 그해 정규 리그에서 무려 41홈런 115타점으로 맹활약했고, KS에서는 6차전 연장에서 결승 홈런을 날리며 시리즈 MVP까지 올랐다. 그러다 이후 두 시즌 부상과 부진이 겹쳐 지난해 시즌 전 한동민에서 한유섬으로 개명했다.
지난해 31홈런 95타점으로 부활한 한유섬은 올해는 21홈런을 날렸지만 4년 만에 100타점 고지를 밟았다. 팀 주장까지 맡아 마음고생이 적지 않았음에도 KS 직행을 이끌었다.
한유섬은 1위를 확정한 뒤 "주장을 맡았지만 모든 선수들이 다 잘해줘서 특별히 내가 한 일이 없는 것 같고 개막전부터 너무 잘해준 모든 선수들에게 감사한다"고 공을 돌렸다. 이어 "남은 경기들을 잘 마무리하고 KS 준비에 집중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한유섬은 경기 전 시상식에서 한국야구위원회(KBO) 허구연 총재로부터 받은 정규 시즌 우승 트로피를 구단주인 정용진 신세계 그룹 부회장과 번쩍 들어 올렸다. 과연 한유섬이 4년 만의 KS에서 또 다시 통렬한 홈런을 터뜨릴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