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평 이사 간 목동엄마의 분투기 "주3일은 서울行"[영상]

[인구위기와 공존⑦]'인구감소 지역' 가평에 이사온 엄마들

3년 고민끝에 직장까지 포기…목동 학군 보다 자연이 좋아서
코로나로 애들 답답한 생활에 '마음먹었으니까 가보자' 결정

못살면 다시 돌아갈 생각으로 짐정리도 안해 "힘들지만 만족"
학교, 지역에서 지원하는 체험학습, 미술·악기·체육 활동 많아

하지만 가까운 병원 없고 공부학원은 적어 '불안'…서울 라이딩
유치원 최소인원 5명도 간당간당…"딴데 대기라도 걸어야 하나"

출산지원금 5백만원, 서울보다 많다지만 외지서 오면 '그림의떡'
"걸러내는데 초점 맞춘 도시형 복지…지역마다 달리 만들었으면"


▶ 글 싣는 순서
①청년도 노인도 불행한 '인구 디스토피아'
②놀이터엔 노인들만…"애 한 명도 안 태어난 마을도"[영상]
③"마을 하나씩 매년 사라지는 셈…20년 후가 두려워요"
④20여년 간 41개 학교 문닫은 신안…"공공인프라 길게 보고 심어야"[영상]
⑤지역 특색 살린 '살아보기'로 인구 유치…"가장 큰 걸림돌은 주거 문제"
⑥'과밀한' 경기도마저 인구위기 '빨간불'…"80대도 안아프면 일해야"
⑦가평 이사 간 목동엄마의 분투기 "주3일은 서울行"
(계속)

지난달 20일 취재진이 찾은 경기도 가평은 예상대로 젊은 사람을 좀처럼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평일 낮 시간대라 다들 일터로 갔을 것이기도 하지만, 워낙 젊은층이 얇아졌기 때문이라고 현지 주민들은 말했다.

 어렵게 수소문해서 서울에서 가평으로 이사 간 초등학교 학부모를 만날 수 있었다. 가평 유명산 인근의 설악면 가일2리 마을만들기사업 사무장으로 일하는 정진희씨(52)를 통해서다.
 
인구감소 지역에서 보기 힘든 젊은 학부모이기도 하거니와 외지에서 가평에 오게 된 사연이나 과정이 궁금했다. 양유영씨(45)는 서울에서도 학군이 좋기로 유명한 양천구 목동에서 왔다.
 
3년 고민 끝에 직장을 포기하고 이사를 한 양씨는 대체적으로 지금의 삶에 만족했다. 하지만 여전히 일주일에 삼일은 서울을 오가야만 하는 쉽지만은 않은 생활을 하고 있다. 정씨가 운영하는 카페에서 두 사람을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Q: 가평으로 이사 오니까 좋은 점은 무엇인가요?
A: 아이들이 많이 즐거워하죠. 마음대로 뛰어놀 수 있고 흙을 만지고 밟을 수 있고 서울에서 볼 수 없는 곤충들도 많아요. 지인이 놀러 왔는데 저희 둘째가 여섯 살인데 이런 얘기 하더라고요. (지인의 자녀가) '벌레 벌레' 이러니까 '한 달만 살아봐, 괜찮아' 이러면서 아이들이 되게 좋아하더라구요.

 
경기도 가평군에 있는 방일초등학교는 학생수가 적지만, 담임 선생님이 학생 한명 한명에게 신경을 써줄 여력이 많다. 학생 개개인에게 태블릿PC도 무료로 제공한다. 방일초 제공

양씨는 6살 딸과 8살 아들을 뒀다. 지난해 11월 가평 방일1리로 이사를 와 아직 1년이 채 되지 않았다.
 
Q: 목동이면 서울에서도 손꼽히는 곳일 텐데 어떻게 가평으로 오기로 마음먹었나요?
A: 처음에는 저도 직장을 다니고 아빠도 아직 서울로 직장을 다니고 있어요. 그래서 (목동의) 편의시설을 포기하고 오는 거에 대해서 걱정을 굉장히 많이 했거든요. 마음의 준비는 한 3년 이상은 했던 것 같고요. 코로나가 본격화되면서 아이들이 집에 갇혀 있는 생활도 너무 많이 하고, 살도 많이 찌고, 아이들이 할 수 있는 게 점점 많이 줄더라고요.
그래서 '가려고 마음먹었으니까 가보자. 대신 못 살면 다시 오면 되지'라는 생각에 서울 집을 정리를 안 하고 왔어요. 근데 이제 정리를 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만족감은 있어요. 아빠랑 저는 좀 불편하기도 한데.
 
Q: 자연 말고 다른 좋은 점을 없나요?
A: 굉장히 많은 혜택이 있더라고요. 깜짝깜짝 놀랄 때가 되게 많아요. 코로나 때문에 서울은 체험 학습이나 야외 활동에 제한이 있었지만 여기는 그런 부분에 대해서 학교나 군(郡), 지역에서 되게 적극적이더라고요.
학원은 아니지만 그래도 일주일에 한 번씩 배우는 것들이 많죠. 우리 아이도 악기를 하고 있고요. 악기는 오케스트라라고 해서 선택을 부모나 아이가 직접 하는 거거든요. 체육 같은 경우는 축구도 하고 피구나 줄넘기나 국선도나 이런 것들을 하고 있더라고요. 미술 같은 경우도 여기서는 재료비나 강사료 지급이 없어 사교육비 부분은 줄었다고 할 수 있어요.

Q: 좋은 점이 꽤 많네요. 그럼 가평 생활이 불편한 점은 뭔가요?
A: 일단은 아이들이 아플 때 가까운 병원이 없고, 그다음에 서울보다는 교육 시설들이 좀 열악하긴 하죠. 서울에서는 요맘때 애들이 미술학원, 피아노 학원, (국영수 등) 학습 학원도 가고, 그다음은 태권도나……. 서울 애들은 네다섯 가지를 하거든요.
근데 여기서는 이제 그런 시설들을 찾으러 다녀야 되죠. 그리고 이왕 돈을 들여서 하는 걸 조금 더 나은 환경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이제 밖으로 다니는 거죠. 그래서 일주일에 저는 세 번은 서울로 가요.
 
올 추석을 맞아 방일초등학교 학생들이 송편 만드는 체험을 하고 있다. 어린이날이나 크리스마스 등을 앞두고도 관련 행사를 진행한다. 방일초 제공
Q: 굳이 그렇게 자주 서울로 가야 하나요?
A: 아이 학원 때문에 가는 것도 있고, 치료 때문에 가는 것도 있고 많게는 일주일 내내 갈 때도 있어요. 저희가 이사 오기 전에 아이 둘 다 좀 많이 아팠던 부분이라, 정기적으로 검진하는 것들이 있거든요.
근데 여기는 쉽게 얘기하면 응급실도 없는 상황이라 구리 한양대 병원이든가 아산병원이 제일 가깝거든요. 다니던 병원을 계속 다녀야 되는 상황이라서.
 
양씨가 말하는 학원은 예체능 학원이 아닌 입시 학원을 말한다. 자연이 좋아서 가평을 찾았지만, 그렇다고 체험 학습만 시키기에는 아이들 미래가 불안했다. 정씨는 아이가 유도를 좋아해서 가평에서 학원을 찾았지만 결국 포기했다. 문제는 교통이었다.
 
Q: 가평에는 유도학원이 없나요?
A: 유도 학원이 어디 있는가 찾아보니까 가평읍에 있어요. 가평읍에 학교 끝나고 나서 갔다 와야 되는데 가평읍까지 가려면 2시간이 걸려요. 이 시간대(버스 운행 횟수)가 하루에 두 번 있대나, 세 번인가 그런 식인 거예요. 그러면 가평읍으로 못 가죠. 잠실로 나가는 거죠. 
 
Q: 그럼 교육 문제 때문에 다시 나가는 경우도 있었나요?
A: 아이들이 있는 사람들은, 교육 때문에 나가시는 분들은 서울로도 좀 많이 가고 신도시도 많이 가더라고요. 저희가 이사 온 집에 고학년 아이가 둘이 살았어요. 근데 그 엄마도 (자녀가) 어렸을 때는 이 학교를 다니는 것을 좋아했는데 애들이 중학교 갈 나이가 되니까 서울로 나갔어요.
 
카페일로 분주했던 정씨가 뒤늦게 합석했다. 그녀는 서울의 한 출판 기획사에서 25년간 일하다가 가평에 온지 8년이 됐다. 이곳에 와서는 학교운영위원장을 맡았고, 지금은 마을만들기사업 사무장으로 일하면서 카페 일보다 공동체 복원을 위해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
 
Q: 가평이 인구감소지역에 포함됐는데 평소에 체감을 했나요?
A: 저는 몰랐어요. 인구소멸 지역이라고 하니까, 그렇구나 이론상 교육을 많이 받잖아요. 받다 보니까 (인구위기 지도에) 빨간 색깔로 다 표시돼 있고.
젊은 친구들이 없다보니까 어르신들이 돌아가시면 여기 거주할 사람이 없어지니 논리적으로 너무 맞는 얘기더라고요. 그리고 젊은 친구들이 들어올 이유도 없고 여기에. 대부분 들어오시는 분들이 다 노후를 위해서 땅을 사서 들어오시는 분인데 이제 그 리듬(흐름)을 한 순간에 깰 수는 없고요.
 
Q: 학생수가 많이 줄었나요?
A: (방일초등학교는) 7년 전 저희 조카 때 보면 전교생이 70~80명은 됐어요. 지금 50명이 안 돼요. (양씨가 52명이라고 확인했다.)
 
양씨가 유치원과 관련해 자신이 겪은 사례를 말해줬다. 공공지원을 받을 수 있는 최소 인원이 간당간당한 상황이다.
 
A: 내년에는 설악면에 있는 어린이집을 보낼 생각을 했었거든요. 또래 친구들을 좀 만들어줘야 된다는 생각에. 근데 아침 8시 반이 저희 집이 첫 셔틀버스 타임인 거예요. 어린이집은 9시 반까지가 등원이거든요. 엄마가 데려다 주면 10분이면 가는데 1시간을 타고 가야 되더라고요. 고민을 하고 있는데 저희 1학년 큰 아이 담임선생님이 '저희 (병설) 유치원도 좋아요. 그리고 아이들이 많지 않아요. 하지만 굉장히 교육시설은 좋아요'라고 하시는 거예요.
근데 아이가 저희 아이까지 포함해서 5명인 거예요. 근데 이게 6살이 5명이 아니라 다 나이가 다른 거예요.
이제 최소한 5명이 돼야 (유치원) 운영도 가능하고, 나라에서 지원을 받을 수가 있는데 5명이 안 되면 이게 폐지(폐원)이 된다는 거예요. 
근데 (같은 유치원을 다니는) 5살짜리 아이는 양평에서 다니는데 내년에 다닐지 안 다닐지 여부를 모르겠어요. (이 아이가 유치원을 옮기면 다시 전체 인원은 5명 아래로 떨어진다). 그래서 지금 미리 설악면에 있는 어린이집을 대기를 걸어놔야 되나 고민이예요. 선생님이 '어머니 걱정하지 마세요' 하는데 마음이 좀 불안한 거죠. 그런 거 보면 젊은 사람들이 와서 (아이들을) 조금 많이 낳아야 된다는 생각을 하는 거죠.
 
정씨는 공동체를 복원하기 위한 마을만들기 사업으로 인구가 늘기는 했다고 전했다. 가일1리는 2년 만에 20가구가 늘어 131가구가 됐다. 하지만 지속가능성에 대해선 회의적인 생각을 드러냈다.
 
Q: 인구감소 문제 해결을 위해 가장 중점을 둬야 할 부분은 뭘까요?
A: 아이들 부분을, 젊은 친구들의 부분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전체 인구를 늘리는 건 쉽지 않은 게 당연한 것이고, 이게 해결이 되지 않으면 안 돼요.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여건이 안 되잖아요. 병원도 없다고 했잖아요. 산부인과도 없는데 무슨 아이를 낳겠어요. 

 
가평 유명산 인근의 설악면 가일2리 마을만들기사업 사무장으로 일하는 정진희씨(왼쪽)·양천구 목동에서 가평으로 오게 된 양유영씨(오른쪽). 영상 캡처

아이 둘을 키우고 있는 양씨는 너무 대상자를 촘촘하게 거르다보니 정책을 체감할 수 없다고 말했다.
 
A: 제도적으로 들어가다 보면 일반 사람들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없어요. 그런 것까지 다 감수하고 (가평으로) 들어온다면 저처럼 들어올 수 있지만 이런 것들을 감수하고 들어오기가 쉽지가 않죠.
쉽게 얘기하면 가평군에서는 아이를 출산을 하면 지원금이 서울보다 굉장히 많이 나와요. 500만 원으로 알고 있어요. 근데 이거를 한꺼번에 주는 게 아니라 나눠서 주는 거거든요.
이게 오래 살아야 되고 처음에 났을 때 얼마, 아이가 돌이 지나면서 추가적으로 나오는 부분이 있어요. 근데 그걸 받기 위해서 굳이 아이를 여기 와서 낳지는 않죠. 그러니까 실질적으로 그리고 무조건 다 주냐하면 그것도 아니에요.
 
자신처럼 두 아이들 데리고 왔을 경우에는 지원이 없다는 얘기다. 이 말에 정씨가 거들었다.
 
A: 기본적으로 저소득층, 다문화 이런 기본적인 제약이 있으니까 일반 사람들은 혜택을 못 받고, 복지혜택이라는 게 너무 도시에만 맞춰져 있어요. 수급자여야 되잖아요.
(제도를) 악용하는 사람들 때문에 방어 장치를 많이 해놨는데 그 장치에 다 걸리는 거예요. 실제로 시골은 복지 혜택을 좀 약간 바꿔줘야 되는 부분이 있어요. 고루고루 세밀하게 들여다 볼 수 있도록 복지 혜택은 지역마다 좀 다르게 만들어줘야 된다고 생각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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