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춥네요" 8년 만에 PS 무산, 두산 김태형 감독의 소회와 희망

두산 김태형 감독이 5일 SSG와 홈 경기를 앞두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잠실=노컷뉴스

'2022 신한은행 SOL KBO 리그' SSG-두산의 경기가 열린 5일 서울 잠실구장. 경기 전 두산 김태형 감독은 "가을이 왔는데 너무 춥다"며 예의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내 인터뷰인데 사진 기자들이 촬영을 하지 않는다"고 짐짓 푸념했다. 이날의 포커스는 전날 LG의 패배로 정규 시즌 우승이 확정돼 이날 행사를 진행하는 SSG 더그아웃이었다.

두산은 일찌감치 가을 야구가 무산된 상황. 지난해까지 7년 연속 한국시리즈(KS)에 진출했던 두산이었던 만큼 낯설 수 있었다. 특히 김 감독은 2015년 부임 첫 시즌부터 가을 야구 축제를 끝까지 즐겼던 터였다.

두산은 전날까지 7위로 남은 경기 결과에 관계 없이 가을 야구 마지노선인 5위 KIA를 따라잡을 수 없다. 전통의 가을 강자였던 두산이 8년 만에 맛보는 씁쓸한 포스트시즌(PS)인 셈이다.

그도 그럴 것이 두산은 최근 몇 년 동안 핵심 전력 누출이 심각했다. 김현수(LG), 양의지(NC), 오재일(삼성), 최주환(SSG), 박건우(NC) 등 우승 주역들이 다른 팀으로 이적했다. 조쉬 린드블럼, 라울 알칸타라 등 외국인 에이스들의 유출도 잇따랐다. 그럼에도 7년 연속 KS 진출은 기적이라 할 만했다.

하지만 한계점이 다다른 올해는 고비를 넘기지 못했다. 지난해 정규 시즌 MVP 아리엘 미란다는 3경기만 등판한 뒤 방출됐고, 로버트 스탁도 9승 10패에 머물러 있다. 타선에서도 김재환과 호세 페르난데스 등 주축들이 힘을 잃었다.

김 감독은 "김재환과 허경민, 정수빈 등이 경기를 풀어줄 선수들인데 올해 좋지 않았다"면서 "박세혁, 양석환, 강승호 등도 아직은 주축이라 할 수는 없었다"고 가을 야구 실패 원인을 분석했다. 지난 시즌 뒤 4년 115억 원에 FA(자유계약선수) 대박을 터뜨린 김재환은 올해 타율 2할5푼 23홈런 71타점에 머물렀다. 허경민이 그나마 타율 2할9푼2리 59탸점을 기록 중이지만 정수빈은 타율 2할5푼2리에 허덕였다.

그럼에도 김 감독은 희망을 봤다. 김 감독은 "김민혁, 안재석, 전민재, 김대한 등이 올해 괜찮았는데 내년 팀을 이끌 주축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이어 "박계범, 장승현 등도 더 살아나야 한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8년 만에 가을 야구가 무산된 두산. 김 감독은 "나를 비롯해 선수들 모두 올해 느낀 게 많았을 것"이라면서 "앞서 언급했던 젊은 선수들이 주축이 된다면 내년 순위 경쟁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방에서 남의 우승 잔치를 지켜봐야 하는 두산 선수들의 가을 DNA가 내년 부활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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